40대 외벌이 부부 재무설계 中

많은 부부는 먹을 것, 입을 것을 아껴가며 ‘지출 다이어트’를 꾀한다. 하지만 ‘자녀’를 위한 교육비는 어지간해선 손을 대지 못한다. 자식 둔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니라 ‘방법’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자녀에게 더 효과적인 공부법을 찾으면 지출을 줄일 솔루션이 발견될지 모른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40대 부부와 함께 학원비 줄이기를 시도해 봤다.

자녀 교육비를 줄이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교육비에 손을 대야 가계지출도 줄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 교육비를 줄이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교육비에 손을 대야 가계지출도 줄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가정에 헌신해 온 가정주부 강미나(가명·42)씨. 직장인 남편(김호준·가명·45)을 정성 들여 내조하는 건 기본. 딸아이(14)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딸의 학원 통학을 위해 집(경기 남양주시)에서 학원(서울)까지 매일 40㎞가 넘는 거리를 운전한 건 헌신의 결정판이었다.

자신의 화장품값·옷값·용돈까지 줄이면서 노력해 온 강씨는 어느 날 초라해진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강씨가 최근 백화점에서 50만원어치를 쇼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예 강씨는 자기계발에 쓸 돈을 월 고정지출로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매월 60만원씩 초과지출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지출을 늘리긴 쉽지 않았다. 고민에 빠진 강씨는 남편과 함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먼저 이 부부의 가계부부터 살펴보자. 이 가정은 외벌이다. 남편 김씨가 한달에 498만원을 번다. 총 지출은 소비성지출 491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47만원, 금융성 상품 20만원 등 558만원이다. 따져보면 60만원 적자다.

우선 적자부터 메워야 했다. 1차 상담에선 식비(121만원→76만원)와 통신비(17만원→12만원) 등 50만원을 줄였다. 이에 따라 적자 규모가 6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었다. 흥미로운 건 상담을 받는 부부 중 열에아홉은 식비, 통신비에서 과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먹을 것, 입을 것 줄여가면서 절약한다”는 부부들에게도 두 항목은 어김없이 줄이기 대상 1순위였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면 ‘보험료’다.

세 항목의 공통점은 ‘알게 모르게 빠져나가는 지출’이란 것이다. 통신비와 보험료는 매월 통장에서 자동으로 이체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식비도 마찬가지다. 냉장고에 식재료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보니 충동적으로 식재료를 구매하기 쉽다. 가랑비에 옷 젖듯 식비가 조금씩 불어나는 이유다. 이렇듯 자신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지출항목을 점검하면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2차 상담에서 부부는 이루고 싶은 재무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고민 끝에 강씨의 자기계발비 마련→자녀 교육비 마련→노후 준비 순으로 목표를 결정했다. 재무 이벤트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필요로 하는 게 ‘내집 마련’인데, 부부가 이미 집을 마련한 상태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엔 부부가 세운 목표들을 달성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듯했다.

그런데,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겠다는 강씨의 생각이 남달랐다. 강씨는 아이의 대학원 등록금까지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1200여개 대학원 정보를 수집하는 웹사이트 전국대학원에 따르면 국공립대학교의 대학원 평균 등록금은 1년에 567만6000원이 든다고 한다(2019년 기준). 사립대학교는 925만원이나 된다. 20여년 뒤에 발생할 비용이라곤 하지만 김씨 부부의 소득(월 498만원)으로 이만한 금액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현재 김씨 부부가 딸 1명에게 쓰는 학원비는 월 130만원. 이것만 봐도 두 사람의 자녀 교육열이 무척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인 딸이 4년 뒤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단순계산으로 총 6890만원(53개월)이 소요된다. 자녀에게 쓰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되겠지만, 단순히 학원을 많이 보내는 것보다는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공부법이 필요해 보였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부부에게 자녀 학원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는데, 다행히 부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내 강씨는 “아이가 공부를 곧잘 하고 있어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학원 말고 유튜브나 교육방송 등 다른 형태의 수업을 시도해 보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투자한 교육비가 딸을 위한 건지 나를 위한 것이었는지도 생각해 봤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딸이 학교 수업을 인터넷 강의 방식으로 듣고 있는데, 적성에 맞는지 최근엔 인터넷 강의에도 흥미를 붙였다. 부부는 일단 학원 하나를 줄이고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따라서 학원비도 130만원에서 95만원으로 35만원 줄어들었다.

다음은 보험료(52만원)다. 김씨 부부는 다른 부부들처럼 보험료에서 과도한 지출이 발생하진 않았다. 재미있는 건 1만~3만원대의 소규모 보험이 많다는 점이었는데, 가장 필요한 보험만 두고 나머지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엔 각 보험의 보장항목이 중복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각각의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발생하므로 불필요한 지출도 발생한다.

김씨 부부는 자녀 치아보험, 자동차 상해보험 등 중복되는 몇가지의 보험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설정돼 있던 적립금 항목도 해제해 남아 있는 보험료도 손봤다. 그 결과, 부부의 보험료는 52만원에서 41만원으로 11만원 절감됐다.

남편 김씨의 용돈(50만원)도 다소 줄일 필요가 있었다. 회사생활을 한다지만 강씨(10만원)와 비교했을 때 좀 많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출 경로를 살펴봤더니 김씨는 주로 가족들과의 외식으로 30% 정도를 쓰고 있었다. 앞으론 한달에 1번만 외식을 하기로 정해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남편의 용돈도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줄어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강씨는 백화점에서 옷값 50만원을 지출한 바 있다. 부부 가계부에 신용카드 할부금(24만원)이 생겨난 이유다. 평소 근검절약하던 아내가 오랜만에 자신을 위해 소비한 건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강씨가 따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지출하기로 했다. 따라서 할부금 24만원도 더는 발생하지 않게 됐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김씨 부부는 2차 상담에서 자녀 학원비(35만원), 보험료(11만원), 김씨 용돈(1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24만원) 등 총 8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적자 10만원을 빼면 부부는 70만원을 여유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이제 주어진 70만원으로 효과적인 재무 솔루션을 짜는 일만 남았다. 부부는 예금 20만원 외에 재테크를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따라서 다양한 저축방법을 활용해 저축하는 습관을 조금씩 몸에 익히기로 했다. 40대에 접어든 만큼 노후 준비에도 좀 더 신경을 써보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