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소비촉진정책 성적표

소비진작을 위해 정부가 또 한번 돈을 풀었다. 17일간 대대적인 세일행사인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열어 소비를 독려했다. 긴급재난지원금에 이은 두번째 ‘소비촉진 정책’이었다. 장관들까지 줄줄이 라이브 커머스에 출연해 지갑 열기를 부추긴 행사의 결과 어땠을까. 웃긴 웃었는데 온도는 달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대한민국 동행세일의 결과를 분석해 봤다. 

정부가 17일간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열었다. 온라인 업체들과 백화점은 웃었지만 소상공인에겐 효과가 미미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17일간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열었다. 온라인 업체들과 백화점은 웃었지만 소상공인에겐 효과가 미미했다.[사진=뉴시스]

‘작은 날갯짓 하나가 만드는 내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대한민국 동행세일(이하 동행세일)’이 17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동행세일은 대기업과 중소업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한 할인·판촉행사로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전국 전통시장(633개), 동네슈퍼(5000여개), 백화점·대형마트·가전·자동차 등 대형 제조·유통업체(35개)는 물론 외식·관광업체들도 참여했다.

백화점에선 70여개 해외패션 브랜드가 시즌오프 행사를 열었고, 대형마트는 중소기업 우수상품전과 인기 수산물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 전통시장은 구매 금액의 20%를 온누리 상품권으로 최대 4만원까지 페이백 형태로 지급했다. 제로페이 가맹점은 5000원 이상 결제 시, 결제금액의 5%를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온라인에선 471개 업체가 최대 30~40% 가격 할인을 진행했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돈을 풀었다. 전국 전통시장과 상점 633개소에 마케팅 비용을 지원했다. 1개소당 평균 4000만원 수준으로, 총 212억원을 편성했다. 고효율가전제품 환급 예산도 기존 15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TV홈쇼핑 입점을 지원하고, 온라인 할인쿠폰 발급 등을 통한 할인 판매를 위해 6억원을 지원했다. 공영홈쇼핑에서의 농산물 판매 프로그램 편성, 수수료 인하엔 약 12억6000만원을 책정했다.  

소비촉진을 위해 대통령과 장관들도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동행세일, 가치삽시다’ 현장을 방문해 참여를 독려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출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빠르게 회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내수는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며 “과거에는 저축하는 것이 애국이었지만 지금은 소비가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중기부·여가부·기재부·농식품부 등 7개 부처 장관은 라이브 커머스에 직접 참여해 소비를 독려하기도 했다. 

총력전을 펼친 동행세일, 결과는 어땠을까. 정부는 지난 14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온라인 기획전, 라이브 커머스 등 비대면 유통채널에서는 동행세일 기간 2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프라인 유통채널도 동행세일 이전인 6월 19~25일과 비교했을 때 매출액이 증가했다. 전통시장 매출액은 일 평균 10.7% 증가했다. 방문객 수도 12.1% 늘었다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총력전 펼친 결과는

제로페이 결제액도 동행세일 이전과 비교했을 때 하루 평균 7.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는 “제로페이로 5000원 이상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5%를 환급해주는 페이백 이벤트의 효과가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신용·체크카드 국내승인액은 32 조25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백화점 주요 3사(롯데·신세계·현대)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4.0% 증가하며 모처럼 웃었다. 명품과 가전 부문에서 매출이 급증한 덕이다. 동행세일 기간 백화점 3사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매출 감소세가 소폭 완화하긴 했지만 의무휴업일이 두 차례 겹치면서 분위기 반전까진 이뤄내지 못했다. 5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반면 동행세일 기간엔 -1.4%에 그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도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전국 소상공인들의 사업장 매출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한국신용데이터의 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전국 골목상권 매출은 동행세일 기간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6월 29일~7월 5일 전년 동기 대비 95% 수준까지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7월 6일~12일 기간엔 다시 92% 수준으로 떨어졌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반짝 재미를 보긴 했지만, 동행세일까지 그 기세가 이어지진 않은 셈이다. 

앞으로 회복될 거란 기대도 그리 크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경기전망지수를 보자. 코로나19가 극성이던 지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역대 최저치인 66을 기록했다. [※참고 :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가 기준치 100을 초과하면 경기 호전을 전망하고 100 미달이면 악화를 전망한다는 의미다.]

4분기 반등할 수 있을까

3분기를 바라보는 시선엔 어느 정도 기대감이 섞여 있긴 하다. 하지만 업태별로 차이가 크다. 백화점(93)과 편의점(82)은 2분기의 위축을 넘어 1분기보다 나아진다고 전망한 반면 대형마트(51)와 슈퍼마켓(71)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3분기도 힘든 시간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거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내수진작 대책을 내놓은 영향으로 소비심리와 실적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모든 업종에서 기준치 100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과거 감염병 확산 때와 비교해 3분기가 회복의 향방을 가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2002년)와 신종플루(2009년) 때는 최저점을 찍은 후 두번째 분기에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치사율이 높았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15년) 땐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확산속도가 빠른 코로나19는 전례 없는 소비심리 위축을 발생시켰다. 3분기에 다소 완화되긴 하겠지만 반등은 4분기에나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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