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케이블TV 이대로 무너질까

최근 케이블TV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후발주자인 IPTV에 야금야금 시청자를 빼앗기더니, 지난해 하반기엔 전체 시장점유율의 절반마저 IPTV에 넘겨줬습니다. 독자적인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규제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해외 OTT·유튜브와의 ‘콘텐트 경쟁’을 치러야 합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사면초가에 놓인 케이블TV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케이블TV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케이블TV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방송사에서 케이블TV가 갖는 의미는 꽤 깊습니다. 1995년 3월, 20개 채널이 개국하면서 케이블TV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에 익숙해 있던 소비자들의 관심이 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삼성(삼성영상사업단·Q채널), 두산(두산수퍼네트워크·재능TV)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케이블TV에 발을 들였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사업을 접어야만 했죠.

케이블TV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건 출범 후 14년이 흐른 2009년, 엠넷(Mnet)이 방영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흥행에 성공하면서입니다. 파격적인 진행방식과 긴장감으로 슈퍼스타K가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다른 채널들도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24시간 만화영화만 방영하는 채널(투니버스), 국내 최초의 드라마 채널(FBS), 세계 최초의 게임 전문채널(온게임넷) 등 파격적인 구성을 갖춘 케이블TV에 소비자들도 매력을 느꼈습니다.

‘색다름’으로 부단히 시장의 문을 두드린 덕분에 케이블TV의 인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졌습니다. 2000년 99만2000명이었던 가입자 수는 10년 뒤인 2010년엔 150만3900명으로 불어났습니다(공정거래위원회). 평균 시청률도 2010년 15.6%를 기록하면서 케이블TV의 인기가 지상파 3사(평균 20.6%·닐슨미디어리서치)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때마침 ‘CSI’ ‘프리즌 브레이크’ 등 해외 드라마가 케이블TV를 타고 흥행에 성공했죠. 이후 케이블TV는 ‘나인(OCN·2010년)’ ‘응답하라 1994(tvN·2013년)’ ‘미생(tvN ·2014년)’ 등 작품성 뛰어난 콘텐트를 꾸준히 방영하며 입지를 굳혀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TV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규 가입자가 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하반기 1379만명을 기록한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지난해 하반기 1355만명으로 감소했습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위기의 케이블TV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49.5%에서 40.3%로 9.2%포인트 줄었죠. 소규모 사업자는 물론이고 LG헬로비전·티브로드·딜라이브 등 대형 케이블TV 사업자의 시장점유율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혹자는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케이블TV가 속한 유료방송 시장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786만명(2015년 하반기)에서 3360만명(2019년 하반기)으로 되레 늘었습니다. 이는 케이블TV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명백히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잘나가던 케이블TV가 이렇게 휘청거리는 이유는 뭘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같은 유료방송 매체인 IPTV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습니다. 2009년 1월 이통3사가 출범한 IPTV는 ‘시간’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습니다.

정해진 방영시간에만 콘텐트를 볼 수 있는 일반방송과 달리 IPTV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덕분에 언제든지 콘텐트를 송출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콘텐트를 볼 수 있는 IPTV의 강점은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통사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휴대전화 요금제와 결합할 경우 IPTV 수신료를 할인해주는 ‘결합상품’이 대표적이죠. 할인을 받기 위해 케이블TV에서 IPTV로 옮겨간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장점 덕분에 IPTV는 출범한 지 9년 만인 2018년 상반기에 시장점유율 46.0%를 기록하면서 케이블TV(43.7%)를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과기부). 지난해 하반기엔 가입자 수 1471만명으로 유료방송 시장(3195만명)의 절반(50.1%)을 차지하는 업적도 이뤄냈습니다.

이 때문인지 주요 케이블TV 사업자가 IPTV에 인수·합병(M&A)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2019년 2월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4월에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조건부 승인했죠.

물론 케이블TV도 나름의 저력은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홈쇼핑이 건재합니다. 2018년 기준 케이블TV의 홈쇼핑 송출 수수료 매출은 총 7571억원으로 전체 방송사업매출의 3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년(7561억원)과 비슷한 수준인데, 케이블TV 전체 매출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블TV 입장에선 홈쇼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입니다.

IPTV는 맞춤 서비스로 빠르게 고객을 유치했다.[사진=뉴시스]
IPTV는 맞춤 서비스로 빠르게 고객을 유치했다.[사진=뉴시스]

흥행작도 여전히 많습니다. ‘미스터트롯(TV조선)’ ‘이태원클라쓰(JTBC)’ ‘부부의 세계(JTBC)’ 등이 올 상반기 선전했죠. 특히 미스터트롯은 최고 시청률 35.7%(닐슨코리아)를 기록해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역대 2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참고 : TV조선·JTBC 등 종합편성채널은 케이블TV가 송출하는 채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IPTV에서도 종편의 콘텐트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종편의 콘텐트가 케이블TV의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케이블TV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해 보입니다. IPTV와 차별화되는 케이블TV만의 강점을 늘려야 하는데,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 규제입니다. 일례로, 케이블TV는 상품 수·채널 수·요금 수준을 정할 때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 법안이 과거의 실시간 방송에 맞춰져 있어 케이블TV가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서비스 자율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규제 완화해야

채 연구원은 “콘텐트만 놓고 보면 케이블TV는 IPTV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면서도 “개인 맞춤에 특화돼 있는 IPTV의 서비스를 넘어설 수 있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단 케이블TV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현재로썬 뛰어난 콘텐트가 케이블TV의 유일한 무기인데, 이들 OTT 업체들이 한 해에만 수천억원을 투자해 독자 콘텐트를 쏟아내고 있어서입니다. 이미 ‘대세’가 돼버린 유튜브의 존재도 무시할 순 없을 겁니다.

지상파 방송만 존재하던 시절, 케이블TV는 다매체 시장을 이끈 개국공신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바뀌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이제는 장점마저 빛을 잃고 있습니다. 케이블TV는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까요? 글쎄요,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소비자의 반응이 싸늘해진 건 사실인 듯합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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