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2 파트1] 연령별 가계부 군살빼기 전략

국가, 기업은 물론 가계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삶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지출을 줄이거나 투자전력을 바꿔야 한다. 연령별 가계부 군살빼기 전략을 소개한다.

신입사원 김민석씨 최첨단 스마트 시대 스마트 비용부터 줄여라

▲ 평균 연령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은퇴시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은퇴라는 거센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저축 또는 투자를 통해 은퇴 준비금을 쌓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민석(28)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녔다. 원금은 3000만원. 다행히 올 초 중소기업에 입사해 원금상환은 가능할 것 같다. 그의 연봉은 2500만원이다. 매월 200만원 남짓 월급을 받는다. 아직은 미혼인 김씨가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 하지만 저축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생활하는 데 제법 많은 비용이 들어서다. 그의 가계부를 한번 보자.


그는 휴대전화 비용으로 월 15만원을 쓴다. 카드값에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월 100만원은 족히 쓴다. 그래도 100만원이 남지만 들어갈 곳이 더 있다. 학자금 대출금을 갚는 데 40만원이 든다.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원, 실비보험 5만원까지 합치면 대략 55만원. 남은 월급이 50여만원으로 줄어든다. 나머지 돈은 국내형 펀드에 넣고 있다. 펀드에 가입한 게 김씨에겐 그나마 위안거리다. 세계경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김씨의 월급이 파격적으로 오를 가능성도, 연말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길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결혼자금도 모아야 하고, 부모님 뒷바라지도 지금부터 해야 하는데 앞날이 막막하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펀드, 연금펀드로 갈아타면 좋아
무엇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부동산, 특히 주택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1000만명이 넘는다. 김씨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스마트 시대라지만 휴대전화 비용도 너무 많다. 휴대전화를 쓰는 데 10만원이 넘게 들면 아무래도 저축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약정을 바꿔 7만~8만원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 여러 투자전문가들이 새내기 직장인에게 국내형 펀드, 연금펀드 등 투자상품을 소개한다. 하지만 새내기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익일 수도 있다. 정기적금을 절대 외면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투자전략이 아니라 쓸데없는 비용을 얼마나 잘 줄이느냐다. 생활비에 붙어 있는 군더더기 비용을 덜어내면 종자돈이 생길 수 있다.

 

직장 14년차 신태용씨
실직사태에 대비하려면 CMAㆍMMF 투자해야

신태용(42)씨는 14년차 직장인이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닌다. 슬하에 딸 2명을 뒀다. 직급은 부장이다. 월 420만원을 번다. 서울 마포구에 108.9㎡(약 33평) 규모의 아파트 한 채가 있다.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로 1억5000만원을 받아 구입했다. 거치기간은 2년. 아직은 66만원의 이자를 내지만 3년째부터는 원리금 100여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수입의 절반 가량은 교육비로 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2명의 사교육비로 각각 100만원이 들어간다. 생활비는 100만원이다. 부모님 용돈 40만원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자녀가 독립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결혼자금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도통 여력이 없다. 더구나 경제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 행여 구조조정을 당하면 살길이 막막하다. 신씨의 가계부는 어떻게 리모델링하는 게 좋을까. 신씨는 지금부터 노후준비와 자녀 학자금 마련을 동시에 해야 한다. 하지만 무리한 대출로 돈을 모을만한 상황이 아니다. 첫째 투자처로는 연금저축을 권한다. 예상 못한 실직이나 이른 퇴직, 긴급 의료비 등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CMA와 MMF(머니마켓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은행예금 이상의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다.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 하지만 수익률을 따져봐야 한다. 확정금리형(정기예금•채권)과 중간형(채권형 펀드ELS), 투자형(주식형 펀드)에 배분해 운용하는 게 좋다. 주택담보대출의 상환이 끝나면 매달 납입하던 원리금 역시 노후자금으로 돌려야 한다.

신씨의 문제는 어떻게 투자금을 마련하느냐에 있다. 생활비는 도저히 줄일 수 없는 수준이다. 원리금 상환도 많이 남았다. 그렇다고 부모님 용돈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관건은 사교육비를 어떻게 줄이느냐다. 아이 2명에게 사교육비를 200만원 투입하면 ‘투자금’을 만들려야 만들 수가 없다. 참고로 한국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25만원이다.

 

예비 퇴직자 최민국씨
역모기지론 활용하면 은퇴 준비금 확보 가능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민국(54)씨는 베이비붐 세대다. 이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가 그렇듯 아이들은 다 키웠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 대학생 딸 2명이다. 아들은 직장 2년차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 딸은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졸업하려면 아직 2년이 남았다.

언제 퇴직할지 모르는 최씨는 요즘 불안에 시달린다. 퇴직 후 무엇을 할지 조차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씨의 월급은 600만원 수준이다. 2년 전 5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아 매달 80만원의 원리금을 내고 있다. 딸 학비와 용돈으로 매달 150만원이 들어간다.

생활비는 200만원 안팎. 어차피 가족이라 봐야 부인과 딸 밖에 없어 지금은 풍족하게 살고 있지만 퇴직 후가 걱정이다. 국민연금과 퇴직금 외에는 은퇴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상되는 퇴직금은 6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자산이라곤 108.9㎡(약 33평) 규모의 아파트 한 채 뿐이다.

평수 줄이고 금융자산 확보해야
최씨는 은퇴생활 비용으로 월 250만원을 원한다. 그러나 퇴직금의 이자와 62세부터 받는 150만원의 국민연금까지 합쳐도 턱없이 부족하다. 최씨는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최씨는 현금자산이 부족하다. 따라서 은퇴 시점과 자녀의 분가에 맞춰 평수를 줄이면서 금융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때 정부에서 시행하는 주택연금제도(역모기지론)를 이용하면 좋다. 주택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매월 연금을 받는 형식이다. 연금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수령할 수 있다. 만약 중간에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 매각의사가 있으면 누적된 연금액을 상환하고 주택을 매각할 수 있다.

평수를 줄여 현금이 들어왔을 땐 ELS(주가지수연계증권)를 활용하는 게 상수다. ‘조건부 원금보장형 ELS’는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원금이 보장된다. ELS의 구조상 코스피지수가 요즘처럼 박스권에 머물 때는 ELS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ELS는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폭의 일정 비율을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돌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자만으로 노후자금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종자돈을 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기현 객원기자 lkh@thescoop.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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