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타 치하루 개인展

➊Beetween Us, red wool, wooden chairs installation view, 2020 ➋the hand, Bronze, brass wire, 32×26×28㎝, 2020
➊Beetween Us, red wool, wooden chairs installation view, 2020 ➋the hand, Bronze, brass wire, 32×26×28㎝, 2020

공간을 가득 채우는 가는 실과 그 실에 복합하게 엉킨 배, 의자 등…. 실을 이용한 설치작업을 주로 선보여 ‘거미여인’이라 불리는 시오타 치하루 작가가 이번엔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설치작업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인간의 삶이 영원하지 않는 것과 그에 따른 불안함을 작업 소재로 삼는다. 거기서 느낀 불확실성을 드로잉과 조각, 설치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 배경엔 작가가 살면서 느낀 여러 공포와 고통이 서려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느꼈던 무서움, 이웃집에서 일어난 화재의 참혹함, 두차례 겪은 암투병으로 인한 고통 등을 경험한 작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작업에 투영한다. 그의 작품이 ‘혈관’ ‘머리카락’ ‘피부’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두번의 암투병을 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던 불안정한 시기에 완성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죽음’을 생각했고, 고뇌 끝에 내린 결론은 ‘죽음은 육체의 끝이며, 영혼과 의식은 영원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한다’는 거다. 이런 생각은 동시대에 존재하는 이분법적인 경계와 개인의 존재,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가나아트센터 3전시장에 설치된 ‘Beetween Us(2020)’가 대표적이다. 작가를 대표하는 설치작업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작품은 붉은 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실은 작가 내면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많은 생각이기도 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주변과의 관계이기도 하다.

일률적으로 놓인 의자 역시 각각의 개인을 의미하는 동시에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 공간을 창출하는 상징도구를 의미한다. 전시장 한편을 차지하는 ‘Out of my body (2020)’는 부드러운 가죽을 설계로 그리듯 칼로 도려낸 후 천장에 걸었다. 마치 피부 또는 핏물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이 작품은 2017년 암이 재발한 후 처음 시도한 연작이다. 투병생활의 고통이 투영된 작품이다. 

가장 근본적인 삶과 죽음에 질문하는 시오타 치하루의 ‘Beetween Us’ 전시는 오는 8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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