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CSS 보고서 정밀 분석

CSS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료를 규제한 뉴욕 안정주택의 임대료마저 상승한 이유는 ‘임대료 법의 허점’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br>
CSS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료를 규제한 뉴욕 안정주택의 임대료마저 상승한 이유는 ‘임대료 법의 허점’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월 국회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로 논쟁이 붙었고, 지금도 논쟁 중이다. ‘전월세 임대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효과가 없을뿐더러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란 반론이 맞섰다. 흥미롭게도 양쪽 모두 그 근거를 ‘뉴욕’에서 찾았다. 임대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쪽에선 ‘뉴욕도 규제한다’란 주장을, 반대하는 쪽에선 ‘그래서 뉴욕이 집값을 잡았는가’란 반론을 편다. 하지만 양쪽 모두 뉴욕이 무슨 노력을 했는지는 보지 않고 자기주장 하기만 바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뉴욕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미국 지역사회보장협의체(CSS)의 2019년 보고서를 참고했다. 

임대료 상한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반대하는 쪽에선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냐’고 따진다. 찬성하는 측은 “서구 선진국에서도 임대료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맞받아친다. 논란은 또 다른 갑론을박을 야기한다. ‘임대료를 규제하면 임대인이 투자를 줄여 주택이 노후화할 것이다(임대료 규제 반대론)’ ‘나가도 너무 나간 의견이다(찬성론)’ 등등이다. 

논란의 중심엔 미국 뉴욕시가 있다. “자본주의의 대표국인 미국에서도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찬성론)” “그래서 뉴욕시의 집값이 잡혔는가(반대론)”란 논박이 치열하다. 양쪽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근거로 주장을 펴고 있어 옳고 그름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뉴욕시의 상황을 직접 분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임대료 상한제 통했나 = 먼저 “뉴욕의 임대료 규제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는 반대론의 주장부터 살펴보자. 뉴욕 임대료 변동폭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CSS)의 2019년 보고서를 참고했다. 
CSS 보고서는 임대료 상승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뉴욕의 주택을 두가지로 구분했다. 임대료 규제를 받지 않는 일반 임대주택(이하 일반주택ㆍUnregulated)과 규제가 있는 임대료 안정주택(이하 안정주택ㆍRegulated)이다. 

2001~2017년 뉴욕의 일반주택과 안정주택의 임대료 중위값은 2001년 1190달러, 980달러에서 2017년 1700달러, 1270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일반주택 임대료는 43%, 안정주택 임대료는 30%가량 오른 셈이다. [※참고: 물가상승이 고려된 금액이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도 높아졌다. 2014년 저소득 세입자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50%(일반주택), 48%(안정주택)였고, 2017년엔 이 비중이 각각 53%, 52%로 높아졌다. 규제를 하든 안 하든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이 커진 셈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임대료를 규제한다고 임대료를 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는 반대론의 시각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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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뉴욕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다. CSS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료를 규제한 안정주택의 임대료마저 상승한 이유는 ‘임대료 법의 허점’이었다. 안정주택이라도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예외조항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거다. 대표적인 것이 ‘공실 보너스’다. 안정주택에 머물던 세입자가 나가고 새 세입자가 오지 않는다면 이 집은 공실이 된다. 공실을 한번 겪은 안정주택은 기준 임대료에서 20%까지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 안정주택도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릴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지나치게 많은 예외 탓에…

‘설비투자 예외조항’도 임대료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집주인이 지붕이나 보일러를 바꾸거나(주요 설비 개선ㆍMajor Capital Im provements) 욕실 또는 주방을 개조한다면(개별 아파트 개선ㆍIndividual Apartment Improvements) 임대료를 올릴 수 있었다. 

심지어 멀쩡한 주택을 공실로 만들 수 있는 술책도 있었다. 법정 임대료 기준보다 일단 낮게 임대료를 받고, 재계약을 할 때 상한선까지 끌어올려 세입자가 임대료 상승 부담을 크게 느끼게 만드는 거다. 그렇게 세입자가 떠나면 안정주택이라 하더라도 임대료를 법정 기준보다 최대 20%까지 올릴 수 있었다.

CSS는 이런 부분들이 뉴욕 임대료 규제 실패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뉴욕은 임대료 규제 정책을 조금씩 보완했다. ‘공실 보너스’는 올해 폐지했다. 설비 투자로 올릴 수 있는 임대료의 폭도 제한했다. 가령, 보일러를 새로 달아 임대료를 높였다고 가정해보자. 예전엔 보일러를 바꾸는 시점부터 임대료를 6~15% 올릴 수 있었지만 올해부턴 인상폭을 2%로 제한했다. 최소 12년에서 최대 30년이 지나면 설비투자로 인한 인상분을 임대료에서 빼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뉴욕시의 임대료 규제는 통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임대료 규제가 아니라 예외규정에 패착이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임대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해놓고 지나치게 많은 예외규정을 두면 되레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뉴욕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뉴욕은 올 초 더 강력한 임대료 규제책을 시장에 적용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욕은 올 초 더 강력한 임대료 규제책을 시장에 적용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임대료 규제 탓에 주택 늙었나 = 이번엔 임대료 규제 탓에 뉴욕의 주택이 노후화됐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임대료 상한제→임대료 올리기 어려워→집주인 집에 투자 덜해→주택 노후화.” 임대료 규제를 반대하는 쪽에선 이를 입증하는 근거 조항까지 내놨다. 이른바 바퀴벌레 조항인데, 주택에 해충이나 쥐가 돌아다녀선 안 된다는 게 골자다. 과연 그럴까. 자세히 살펴보자.

뉴욕시의 임대주택 기준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쥐나 해충만이 문제가 아니다. 건물에 이상이 생겼는데도 고치지 않으면 ‘주거침해’로 집주인이 처벌 대상이 된다. 기간도 정해져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최소 30일에서 최대 90일 안에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분야는 난방과 온수다. 10월 1일부터 다음해 5월 31일까지는 무조건 난방이 제공돼야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고쳐야 한다. 온수는 1년 내내 나와야 기준을 충족한다.

온도 기준도 있다. 겨울을 기준으로 낮 실외 온도가 12도 이하라면 실내 온도는 20도 이상이어야 한다. 밤 실내 온도는 실외 온도와 관계없이 16도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바퀴벌레 조항’은 임대료 때문에 건물이 낡아서 생긴 규정으로만 봐선 곤란하다.

 

그렇다면 이번엔 실증적 분석을 해보자.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운 건물은 노후화가 더 심했을까. CSS는 의문을 품었다. CSS 보고서는 뉴욕 내 주택을 세가지로 구분했다. 정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공주택, 임대료 보조를 받는 안정주택, 보조가 없는 일반주택이다. 세가지 주택 중 균열 등 중대한 수리가 필요한 문제가 있는 주택 비중은 공공주택이 63%로 가장 높았고 안정 주택은 47%, 일반 주택은 44%였다(2019년 기준). 

 

CSS는 그 원인을 ‘정부 소유’에서 찾았다. 정부가 소유한 주택은 설비에 문제가 발생해도 예산을 책정하고 반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최소 2년에서 4년이 필요하다 보니 노후 설비에 빠르게 대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는 주택 노후 원인이 임대료 규제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통계다. 종합하건대, 뉴욕의 임대료 정책은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거뒀다.

뉴욕은 임대료 규제를 포기하는 대신 허점으로 지적된 곳을 수정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방식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예외조항을 대폭 삭제했고, 임대료는 아파트 동 단위로 세밀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뉴욕을 두고 우리나라는 양쪽으로 나눠져 또 싸운다. 하지만 뉴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싸움이 아니라 해법이 보인다. 여야 정치인들은 왜 이걸 모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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