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이커머스에 발 들이는 유튜브

동영상 업계를 평정한 유튜브가 새로운 수익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테마는 ‘쇼핑’입니다. 동영상과 쇼핑몰을 이어주는 서비스죠. 이 소식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동영상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마저 유튜브에 빼앗길까 우려해서입니다. 대체 무슨 서비스이길래 주목을 받는 걸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유튜브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살펴봤습니다.

유튜브가 새로운 수익모델 ‘쇼핑 익스텐션’을 공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가 새로운 수익모델 ‘쇼핑 익스텐션’을 공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총 이용자 16억8000만명, 업로드되는 동영상 1분당 400시간, 가장 많이 본 동영상 조회수 68억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세운 기록들입니다. 2006년 지금의 모기업인 구글에 인수·합병(M&A)된 지 14년 만에 유튜브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 중 하나가 됐습니다.

국내에서도 유튜브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유튜브의 월 사용자는 3294만명(안드로이드 기준)에 달했습니다. 한국인의 63.7%가 유튜브를 이용한 셈인데, ‘국민 포털’로 불리는 네이버가 2991만명으로 2위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유튜브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막강한 파급력 덕분에 유튜브가 벌어들이는 수익도 어마어마합니다. 지난해 유튜브는 151억4900만 달러(18조2363억원)의 광고수익을 냈습니다(스태티스타). 이는 구글 전체 매출의 9.4%에 달합니다. M&A 당시 구글은 유튜브를 16억5000만 달러(1조9864억원)에 사들인 바 있는데, 따지고 보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이런 유튜브가 지난 5월 새로운 수익사업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쇼핑 익스텐션’입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유튜브에 쇼핑 기능을 얹은 게 이 서비스의 골자입니다. 현재 유튜브는 미국에서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고, 국내에선 일부 광고주에 시범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쇼핑 익스텐션의 광고 방식은 이렇습니다. 쇼핑 익스텐션을 적용한 유튜브 동영상 하단엔 상품 사진과 가격, 구매 링크가 노출됩니다.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상품의 쇼핑몰 화면으로 이동해 시청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유튜브는 상품을 노출해 주는 대가로 광고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습니다. 언뜻 보기에 쇼핑 익스텐션은 다른 광고들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사진·가격 등의 상품 정보를 직접 노출하는 방식은 이미 온라인 광고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쇼핑 익스텐션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뭘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쇼핑 익스텐션과 유튜브 동영상과의 시너지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현재 유튜브에서 주로 쓰이는 광고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동영상 시작 전 또는 중간중간 재생되는 광고영상과 동영상에 뜨는 배너죠. 사실 이들 광고는 금세 시청자들 뇌리에서 사라지기 쉽습니다. ‘넘어가기(skip)’ 버튼을 눌러 광고를 끝까지 보지 않는 시청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흐름을 끊는다”며 광고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쇼핑 익스텐션은 조금 다릅니다. 다른 광고들과 다르게 동영상 밑에 자리 잡고 있어 동영상을 보는 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존 광고보다 더 오래 시청자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쇼핑에 발 들인 유튜브

더구나 유튜브 이용자들의 평균 체류시간은 모바일 기준 1464분(인크로스·3월 기준)으로 트위터(966분)·넷플릭스(494분)·인스타그램(328분) 등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깁니다. 쇼핑몰 업체 입장에선 쇼핑 익스텐션이 무척 매력적인 홍보수단으로 보일 겁니다.

유튜브가 쇼핑 익스텐션을 통해 좀 더 공격적으로 구매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령, 동영상에 등장하는 상품이 쇼핑 익스텐션을 통해 소개된다면 시청자들의 구매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겠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쇼핑몰 기업들이 유튜브를 홍보수단으로 인식해 자체적으로 채널을 운영하면서 시청자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을 인지하고 있는 유튜브가 특정 동영상에 쇼핑 익스텐션을 노출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6월 유튜브가 창작자와 광고주를 이어주는 ‘유튜브 브랜드커넥트’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구독자 2만5000명 이상인 유튜브 창작자는 누구든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유튜브 내 전문팀이 창작자와 광고주를 연결해주고 프로젝트 기획부터 동영상 론칭까지 관리해주죠.

물론 쇼핑 익스텐션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을 거란 견해도 많습니다. 이미 토종기업들이 시장을 꽉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근거입니다. 그도 그럴 게 국내 이커머스 연간 거래액은 133조원(2019년·한국인터넷진흥원)에 달하는데, 네이버와 쿠팡이 각각 20조9249억원·17조771억원(와이즈앱)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1·2위를 차지했습니다.

두 기업의 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0%·57.4% 증가한 수치로, 이는 이들 기업이 여전히 성장 중임을 의미합니다. 잘나가는 국산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유튜브가 단기간에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조금씩 유튜브에 유리하게 흘러갈지도 모릅니다. 바로 시청자층 때문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유튜브는 10대가 이용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98.1%(2019년 기준·복수응답)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층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토종 기업들 탄탄하지만…

이들은 동영상을 통한 쇼핑에도 익숙합니다. ‘동영상 속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84.0%가 ‘있다’고 대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형지엘리트·2019년 기준). 익명을 원한 전문가는 “플랫폼의 강점 중 하나는 승자독식을 통해 창출되는 다양한 파급효과”라면서 “유튜브에 익숙한 10대가 성장해 구매력을 갖추면 유튜브의 쇼핑 시스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가치를 인정받아 천문학적인 몸값에 팔린 유튜브는 M&A 14년 후 세계 1등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우뚝 섰습니다. 이제 유튜브는 또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연 유튜브는 새로운 쇼핑 분야에서도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낮지 않습니다.

이혁기 IT 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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