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오의 Art Talk] 무명의 화가 김기태

 
 
 

김기태의 작품을 보면 꽃이 피어있어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것은 아니다. 우리가 쉽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거나, 그다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도 아니다. 그의 말처럼 그가 그리는 풍경은 전혀 특별하거나 새롭지도 않고 그저 냉정할 정도로 사실적인 어쩌면 그래서 더욱 초현실적인 그런 곳이다.

김기태는 이런 장소를 찾아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캔버스에 인화하고, 그 위에 그림을 덧그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작품에 있어서 사진은 현실, 실재로 그 곳을 증거하고 그림은 내 의식 속의 그 곳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나는 언제나 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그 곳을 그린다.”

그의 작품 제목은 ‘Unknown Artist- Aug 1st 11’‘Forgotten Garden-May 31st 12’로 명명돼 있다. 아마도 누구도 관심 없는 이름 없는 수목樹木 이거나, 과거의 시간 속으로 잊혀지고,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곳을 찾아 사진으로 자연풍경 그대로를 기록하고 그 과거의 흔적들과 부재의 형상을 화폭에 담아 욕망과 존재의 아우라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밝게 빛나는 많은 점들과 소리 없이 바람에 일렁이는 밝은 빛줄기가 나타나난다. 막 타오르는 작은 불꽃같기도 하고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빛 같기도 한 초자연적인 영적존재다. 이름 없는 수목의 생령이나 숲에 사는 정령, 시간 속으로 사라져간 영혼들이 조용하며 정적인 그의 작품에 활기를 불어 넣으며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유치환의 시 “깃발”처럼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평론가 고충환은 김기태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현실과 비현실의 차이를 넘나들며, 존재와 부재를 하나의 결로 직조해낸다. 잊혀진 것들,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들, 그 존재감이나 실체감이 희박한 것들, 아득하고 아련한 것들을 환기시켜주는 그 이미지들은 마치 비물질적 시간에다가 질료와 형태를 부여해준 것 같은, 비가시적 시간을 가시화한 것 같은 어떤 의외의 지점을 열어놓는다.”

[그림설명]

01 Forgotten Garden - Dec 23rd 12
100 X 80.3(cm) Mixed Media on Canvas 2012

02 Forgotten Garden - May 31st 12
53.0 X 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12

03 Unknown Artist - Aug 1st 11
161 X 130(cm) Mixed Media on Canvas 2011

04 Unknown Artist - Mar 19th 12
65.1 X 50(cm) Mixed Media on Canvas 2012

05 Unknown Artist - April 22nd 11
145 X 145(cm) Mixed Media on Canvas 2012

전시회 소식

 
권혜원 개인전
국내외에서 활발히 영상 및 설치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권혜원의 개인전이 10월 9일부터 22일까지 사이아트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코미디언 남보원씨를 모델로 삼은 ‘어느 코미디언의 일생’은 스스로 공연하고 만들어내는 영상작업이다. 흔한 자서전이나 평전, 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 재현형식 자체가 개인의 역사를 반영하고 기록한다. 또한 국가기록원에 남아있는 남보원씨의 베트남전 위문공연 영상을 토대로 재구성한 ‘베트남 회고록’은 개인의 기억과 국가의 기록이 교차하는 지점을 재조명한다.



 
김인순 개인전 - 산의 소리
생동감 있는 터치로 캔버스 위에 에너지를 담는 화가 김인순의 개인전이 9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하나의 작품을 그릴 때마다 ‘생명의 움직임과 리듬을 찾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김인순은 푸른색과 산을 주제로 그녀만의 산수와 풍경 을 담아냈다. 우리의 산, 그 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 이번 작품들은 단순히 풍경을 묘사한 산수화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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