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해외의존도가 100%를 넘는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 강박증’에 걸려 있다. 다시 말해 ‘수출 주도에 따른 불균형 성장의 강박증’에 빠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고질적 강박증을 치료하려면 내수와 수출이 균형성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 강박증'에 걸려 있다.
지난 10월 11일 한국은행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발표’에 대한 어떤 신문의 기사 제목은 문제가 많다. “저성장의 공포, 현실로”가 그것이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이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공포로 받아들인다니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은가.
저성장 시대에 우리보다 훨씬 빨리 들어간 일본은 최근 연간 1.8%의 성장률을 호황이라고 진단내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공포기사’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인 지난 7월 발표한 3%에서 0.6%포인트 낮춘 2.4%로 수정, 전망했다. 또 이날 기준금리도 3%에서 2.75%로 0.25%포인트 낮췄다.

수출주도 정책 불균형 초래
김중수 한은총재의 설명에 따르면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함에 따라 성장세가 미약해졌고, 유로지역 재정위기의 장기화, 글로벌 경제부진 지속 등으로 마이너스 GDP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이후 적용할 기준금리를 낮췄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경기에 대한 한은의 이런 진단과 대응이 늑장대응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늑장대응이 아니다. 토건정부가 잘 쓰는 용어로 바꿔 말하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수출부진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 같지 않다.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은 경기대책으로 유효할 수 있다. 정책의 종속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수요 즉, 수출을 늘이는 것은 처음부터 정부의 정책 의지나 국내변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늑장대응이라는 평은 수출도 정책의 종속변수라 전제를 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지난 2010년 미국은 달러의 양적완화(Quantita tive Easing)를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우리정부가 수출경기 부진을 아무리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하더라도 미국, EU, 중국 등 중요한 우리나라 수출선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소비나 투자수요가 살아나서 우리상품에 대한 수입수요가 늘지 않는 이상, 수출부진이 타개됐을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 수출선들의 실물경기 회복이 먼저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경기景氣대책에 관한 한 대외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불균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가 경기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는 점에서 대외 종속적이다. 수출수요는 내수와 반대로 우리정부의 정책의지와 관계가 없다. 이 때문에 재정정책이나 화폐금융정책의 경기조절 효과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해외의존도 100%를 넘는 국민경제가 됐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런 대외 종속적 경제구조 뿐만 아니라 성장 강박증에 걸린 나라가 우리나라다. 구체적으로 ‘수출주도에 따른, 불균형 성장의 강박증’에 빠진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내수와 수출이 균형성장해야
내 판단으로 우리나라의 국민경제는 1960년대 이후 무려 반세기가 넘도록 이 집단적 정신질환에 빠져 있던 나라였다. “저성장의 공포, 현실로…”라는 일간지 기사 제목이 이를 제대로 보여준다. 물론 이런 강박증은 독점자본의 확대증식에는 크게 도움이 되는 허위의식이다. 재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도그마이다. 이는 또한 박정희 개발독재가 시작된 이래 반세기가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독점자본주의적 불균형 성장전략을 주도해온 정부가 99%의 서민들을 끊임없이 세뇌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99%의 서민들도 기업경쟁력 강화만이 살 길이라는 등의 기만술에 속아 스스로 내재화한 철학이기도 하다.

이 고질적 강박증을 치료하려면 ‘수출주도의 불균형 성장도그마’를 폐기하고 내수와 수출이 균형성장하는 길을 찾으면 된다. ‘공포’를 극복하는 길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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