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vs 신세계 리뉴얼 전쟁

직선거리 100m 남짓,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이 30년째 영등포 상권을 차지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10년 단위로 리뉴얼을 단행하며 펼쳐지는 상권 사수 전쟁엔 내년 현대백화점까지 가세한다. 이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백화점 빅2가 벌이는 10년 만의 전쟁을 취재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타임스퀘어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사진=뉴시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타임스퀘어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사진=뉴시스]

영등포 상권 사수를 위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강도 높은 리뉴얼을 단행했다. 롯데는 젊은 세대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었고, 신세계는 잘할 수 있는 걸 더 밀어붙인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롯데의 리뉴얼 2030 잡아라 = 지난해 영등포역 민자역사 신규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운영권을 다시 거머쥔 롯데백화점은 올해 12월을 목표로 현재 영등포점을 전면 리뉴얼 중이다. 핵심 전략은 20~30대 콘셉트에 맞춰 MD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지난 1월 MD전략부문장이던 박중구 상무를 롯데 영등포점 점장으로 발령했다. 

롯데 영등포점은 전면 리뉴얼에 들어가면서 맛보기로 아동·유아전문관을 먼저 손봤다. 7층에 있던 매장을 8층으로 올렸고, 브랜드 수도 26개에서 42개로 확대했다. 키즈 체험 공간도 대폭 늘렸다. 롯데가 아동·유아전문관부터 재단장을 한 건 영등포 상권에 젊은 부부 고객이 많아서다. 영등포가 포함된 서남권의 영·유아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6만명이다. 여기에 2021년 경인로 일대에 2만 가구의 신흥 주거타운이 들어서면 어린 자녀를 둔 고객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으로선 이를 위한 포석을 미리 까는 셈이다. 

다른 층은 어떻게 변할까. 1~2층은 쇼핑몰 콘셉트로 꾸민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백화점 1층과 2층은 화장품과 잡화로 채워지지만 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파격적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가로수길처럼 스트리트 형태로 설계해 스니커즈 매장, 명품 리세일 편집숍, 맛집 거리 등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이름까지 싹 바꿔 = 롯데 영등포점에 앞서 리뉴얼을 단행한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간판까지 바꿨다. 36년간 사용하던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대신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으로 바꾸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방문 고객을 분석해보면 서울은 물론 부천·인천 등 수도권 서남부지역으로 상권이 확대됐다”며 “광역 상권을 아우르기에는 구區 단위 점포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타임스퀘어점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1개월간 단계별로 전체 리뉴얼을 진행한 신세계의 가장 큰 변화는 건물 한동 전체를 리빙관으로 꾸몄다는 데 있다. 2층부터 6층까지 5개층을 생활 장르로 구성했다. 2층 키친&다이닝룸(부엌), 3층 스마트홈(프리미엄 가전), 4층 베드&바스룸(침실·욕실), 5~6층 리빙룸(거실·가구)의 4개 구역으로 나눴다. 

백화점 얼굴인 1층에 식품관

4950㎡(약 1500평)에 이르는 영업면적을 아파트처럼 구성한 것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입점 브랜드도 기존 대비 40% 늘려 90여개가 됐다. 백화점의 얼굴이라는 1층을 업계 최초 식품관으로 배치한 것에선 신세계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처럼 과감한 시도가 가능했던 건 그동안 고객들이 생활 장르와 식품 장르를 함께 구매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라는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신세계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타임스퀘어점이 신세계 전체 점포 중 20대 고객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해 ‘영패션 전문관’을 따로 꾸미기도 했다. 여기엔 스트리트패션·스포츠 등 젊은 고객이 선호하는 33개의 각기 다른 브랜드가 하나의 편집숍처럼 구성돼 있다. 알렉산더왕·지미추·비비안웨스트우드 등 해외브랜드가 총집합한 해외패션 전문관도 새롭게 탄생한 공간이다. 반면 기존에 있던 여성 시니어 패션 부분은 완전히 비웠다. 고객 연령층을 낮추기 위한 파격적인 MD다.

■10년 만의 재격돌 =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둔 두 백화점의 리뉴얼이 흥미로운 건 10년 전에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리뉴얼을 단행한 바 있어서다. 그때도 포문을 열었던 건 신세계였다. 1984년 백화점 업계 첫 지점으로 영등포 상권에 먼저 입성한 신세계는 2008년 아예 문을 닫고 1년간 증축공사에 들어갔다. 당시 신세계는 총 공사비 1300억원을 들여 영업면적을 4배 이상 늘렸다. 

경방으로부터 20년간 경방필백화점을 위탁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아 타임스퀘어 매장을 사용한 것도 이때부터다. 명품전략도 이때 시작됐다. 타임스퀘어 1층에 6270㎡(액 1900평) 규모의 명품관을 차린 신세계는 프라다·루이비통·구찌·까르띠에·불가리 등 20여개 해외브랜드를 유치했다. 

신세계가 재단장을 마치자 롯데도 리뉴얼에 들어갔다. 당시 리뉴얼 공사비용만 964억원을 책정한 롯데 영등포점은 지상 8층 건물에 2개 층을 더 올려 10층으로 다시 태어났다. 1991년 국내 최초 민자역사 백화점으로 영업을 시작한 롯데 영등포점은 외관을 바꾼 뒤엔 매장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다. 

천장과 바닥을 뜯어내 새단장하고, 매장 구조도 바꿨다. 1층 전체를 화장품 매장으로 구성하고, 2층은 구두·핸드백 등 패션잡화 매장으로 변신했다. 이는 타임스퀘어와 손잡고 덩치를 키운 신세계, 빠르게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현대백화점(목동점)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롯데백화점의 각오가 담긴 리뉴얼이었다.

신경 쓰이는 존재 등장 

10년 만에 재현된 롯데와 신세계의 리뉴얼 전쟁, 이번 전쟁은 서로를 견제하는 것도 있지만 내년 여의도 파크원에 들어서는 현대백화점을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 이곳은 롯데·신세계와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고객이 충분히 겹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서울시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표방한다. 길 건너 경쟁자도 경쟁자지만,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의 존재 역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본격적인 전쟁은 내년 현대 여의도점이 문을 열면 본격화하겠지만 영등포 상권을 넘어 수도권 서남부 상권을 차지하겠다는 그들만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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