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무얼 위해 일하나

굴지의 기업들이 MZ세대 배우기에 열심이다. 주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MZ세대가 다니고 싶어하는 기업이 돼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현재 주요 기업의 구성원 중 60%가량이 MZ세대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원하는 기업은 어떤 곳일까. 이들은 어떤 커리어를 추구할까. 

주요 기업의 구성원 60%가량이 MZ세대로 이뤄져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 기업의 구성원 60%가량이 MZ세대로 이뤄져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년도 안 됐는데 퇴사한다고?” 입사 20년차 대기업 부장 고재석(48)씨는 ‘요즘 신입사원’을 보면 의아하다. 어렵게 취업문을 뚫어놓고 약간의 미련도 없는 듯 퇴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로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 조기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증가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365개 기업의 신입사원 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80.9%가 “과거 세대에 비해 밀레니얼 세대의 조기 퇴사 비율이 높다”고 답했다. 당연히 기업으로선 인재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MZ세대가 ‘다니고 싶은’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MZ세대(이하 여성 기준)가 추구하는 커리어는 뭘까. 

■대기업 직원 vs 전문가 = 무엇보다 MZ세대는 ‘회사가 집’이고 ‘일이 생활’이던 과거 세대와는 다르다. 특히 밀레니얼세대의 경우 조직에 충성하는 게 자신의 경력 개발이나 성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따라서 과거 세대가 추구했던 사회적 지위로서의 직업보다 ‘나’의 유능함과 탁월함을 보여줄 수 있는 실제적인 경력을 선호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나’보다 ‘전문가인 나’로서 자기 실현하기를 갈망한다는 거다. 

조직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기여와 공헌의 결과를 정확히 알고자 하고, 그에 상응하는 인정과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 이런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회사를 관두고 창업하거나 회사와 관련 없는 부업(사이드잡)을 병행하기도 한다. 기존의 경력이론으론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무질서의 커리어’를 추구하는 셈이다. 

Z세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Z세대에게 직업이란 단순히 ‘취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프로젝트성 커리어’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직장에 입사해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자신의 현재 욕구ㆍ관심에 따라 여러 개의 ‘직업적 활동’을 프로젝트 수행하듯 병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신의 재능을 ‘일’로 거래하는 재능마켓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 Z세대가 다수라는 점은 대표적인 예다. [※참고 : 크몽ㆍ숨고ㆍ탈잉ㆍ프립ㆍ프랜 등 온라인 재능마켓에선 디자인ㆍ마케팅ㆍ프로그래밍ㆍ외국어능력부터 창업가이드·메이크업기술까지 거래된다.] 

“어떻게 한가지 일만 하고 사니”

이같은 현상은 출판 트렌드에서도 드러난다. 기존 ‘퇴사 열풍’을 다룬 책이 주를 이루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퇴사 말고 사이드잡」 「딴짓 좀 하겠습니다」 등 ‘사이드잡’, ‘멀티잡’을 제안하는 책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다.  

■책상 옆 동료 vs 일터 밖 동료 = ‘동료’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밀레니얼세대에겐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동료가 된다. 내가 어떤 능력과 개성을 지닌 사람인지 알아봐주고, 그것을 토대로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이 심리적 동료가 된다는 거다. 과거엔 같은 학교, 같은 회사 구성원이라는 동질감이 연대의 토대가 됐다면 지금은 커리어 이슈, 취향, 관심사를 기반으로 ‘판’을 이루는 셈이다. 그 판 위에서 함께 역량과 비전을 키울 수 있는 이들을 동료로 만들고 있다. 

MZ세대는 회사에 충성하는 것이 나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여기지 않는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는 회사에 충성하는 것이 나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여기지 않는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는 ‘헤이조이스’ ‘빌라선샤인’ 등 여성 멤버십 커뮤니티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각각 2018·2019년 문을 연 두 커뮤니티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커뮤니티 이용방식은 이렇다. 일정한 연회비를 납부하고,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여성들과 상호 결속력을 다지며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트와 네트워크를 만들어간다. 

함께 모임이나 콘퍼런스를 열기도 하고 관심 분야 제품의 프로토타입(표준ㆍprototype)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회사 밖에서 동질성을 느끼는 여성들과 연대하고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게 밀레니얼세대가 추구하는 커리어의 핵심적 특징인 셈이다.


“동료는 회사 밖에 있지”  

또한 밀레니얼세대는 취향이나 취미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직업적인 일’ ‘가족 관계’ 등에서 파생되는 역할 말고 오랜 시간 스스로 발전시킨 취미ㆍ취향이 ‘진짜 나’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거다. 

독서모임 ‘트레바리’의 성장도 이런 밀레니얼세대의 욕구를 간파했기에 가능했다.[※참고 : 트레바리는 지난해 2월 소프트뱅크벤처스·패스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50억원 투자받았다.]  2015년 창업한 트레바리는 현재 360여개 클럽, 6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강남 한복판에 11층 규모의 독서모임 전용빌딩을 세운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트레바리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취미 클래스 ‘클래스 101’ ‘탈잉’ 등의 가파른 성장세 역시 취미·취향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성장시키고자 하는 밀레니얼세대가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밀레니얼세대는 ‘일터’ 밖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셈이다. 

Z세대 역시 ‘How to make work and coworker’를 고민한다. ‘주어진 일’ ‘옆 책상 동료’ 대신 ‘원하는 일’ ‘마음 맞는 심리적 동료’를 찾고자 한다. 밀레니얼 세대와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지만 차이점도 있다. 무엇보다 Z세대는 밀레니얼세대보다 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주제를 통해 심리적인 동료를 만들어 간다. 


스스로 만족하고 감동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판’에서 네트워크를 맺는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을 심리적 동료로 삼으려는 태도가 강하게 나타난다. Z세대에게 ‘소속 집단’이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인 셈이다. 

글 =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교육공학 박사) 
정리 =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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