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여성 다각도 분석

162개국 중 108위(성격차지수ㆍGGI). GGI지수는 교육ㆍ정치ㆍ경제ㆍ건강 등 4개 분야에서 남녀 성격차를 점수화한 건데 한국은 0.672점(1점일 경우 완전 평등ㆍ2020년)으로 독일(0.787점), 미국(0.724점), 중국(0.676점) 등에 한참 뒤처져 있었다. 이처럼 불평등한 한국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 ‘젠더(gender)’ 문제야말로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그 중심에 MZ세대 여성이 있다.

Z세대 여성은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Z세대 여성은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0만부가 팔린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현재 밀레니얼세대 여성의 젠더의식을 가늠할 수 있다. 영화 속 ‘지영이’로 대변되는 밀레니얼세대 여성은 그동안 여성에게 당연히 부여됐던 성역할에 저항하고 거부감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형성된 젠더적 관습과 담론에 끼어 고통받기도 한다. 평등한 육아와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전제한 업무 권리를 주장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구조적 상황 속에서 혼란과 갈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 여성이 더 이상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을 향한 ‘불편한 시각’에 기꺼이 분노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컨대 ‘김치녀’ ‘된장녀’ ‘개념녀’와 같은 여성 혐오적 단어의 사용이나 같은 맥락의 시선에 저항한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묻어두고 가지 않는다.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조치하고 반응해야 하는지 공식적ㆍ비공식적으로 학습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디저털 성범죄 퇴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도 밀레니얼세대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MZ세대 여성 사이에서도 결혼ㆍ자녀 여부 등에 따라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어떤 집단보다 삶의 양식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MZ세대 여성을 일원화해 파악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그럼 MZ세대의 여성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자.  

1980년대 초중반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 여성은 진보한 성평등을 희망하는 동시에 성평등 문제가 과거보다 진일보했다는 데 만족감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결혼ㆍ임신ㆍ출산 등이 여성의 경력개발과 자기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밀리니얼세대 여성과 엄마 

그러면서도 일련의 생애 과정을 통해 사적인 여성으로서 깊은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결혼ㆍ출산 후 새로 부여 받은 ‘엄마’라는 역할을 삶의 한가운데 두고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한다. 여성친화적인 복지제도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거다.  


Z세대 여성의 젠더의식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밀레니얼세대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자생적 여성주의’로 무장한 세대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점은 단적인 예다. 한국리서치가 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19년) 결과, Z세대 여성의 37.6%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을 한 남성의 비중이 3.8%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 지영이는 밀레니얼세대 여성의 모습을 대변한다.[사진=뉴시스]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 지영이는 밀레니얼세대 여성의 모습을 대변한다.[사진=뉴시스]

이처럼 Z세대 여성이 페미니즘에 많은 관심을 갖는 건 ‘여성이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같은 여론조사에서 여성 76.0%가 “여성이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답해 남성(20.0%)과 큰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여전히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Z세대 여성은 어떤 키워드에 집중하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을까.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을 통해 엿볼 수 있다. 17만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엔 외형적으로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운 두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은 젠더 관점에서 그동안 우리의 커뮤니케이션ㆍ사고ㆍ의식주를 재해석한다. 단기간 내에 다수의 구독자를 확보할 만큼 또래 여성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Z세대 여성에게 젠더 이슈가 얼마나 일상과 밀착된 ‘렌즈’이고 ‘삶 자체’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Z세대 여성은 자신의 페미니즘을 소비로도 드러낸다. 가령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인기리에 판매된 상품 중엔 페미니즘 기반의 상품들이 많다. 텀블벅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400여개에 달하는 페미니즘 관련 상품이 출시됐다. 이중 1000% 넘는 펀딩률을 기록한 상품도 적지 않다. 이는 Z세대 여성이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행동한다는 방증이다.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현상이 Z세대 여성의 주류 문화 코드로 떠오른 셈이다. 당연히 이들을 타깃으로 한 도서ㆍ음악ㆍ패션ㆍ굿즈 등에 페미니즘이라는 이념과 사상이 새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이는 Z세대 여성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밀레니얼세대 여성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앞선 밀레니얼세대 여성들이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정의했던 것과 달리 Z세대는 레즈비언ㆍ트랜스ㆍ인터섹스ㆍ논바이너리(제3의성별) 등을 모두 여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성별’이란 사회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여하고 선택하는 것이라는 확장된 젠더 개념을 가졌다는 것이다. 

Z세대 여성의 확장된 성개념 

또한 Z세대 여성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면서도 여성임을 내세우지 않는다.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셈이다. 자신을 정의할 때도 여러 개의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  ‘페미니스트 여성’이면서 ‘여성임을 강조하지 않는 직장인’이고 ‘리더로 성장하길 희망하는 여성’인 동시에 ‘다양한 직업에서 성장하길 원하는 근로자’라는 거다. 

따라서 Z세대 여성을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단일 집단으로 인식하고 접근할 경우 ‘호혜적 차별’이라는 저항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여성친화적 제도’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가 올 거란 전망이 많은 이유다. 기업의 여성 복지가 단순히 모성보호 차원이거나 워라밸을 중시해왔다면 앞으로는 무엇이 여성을 위한 복지ㆍ제도ㆍ문화인지 다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글 =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교육공학 박사)  
정리 =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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