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오의 Art Talk | 조각가 김효숙

진흙작업은 익숙하지만 ‘테라코타’는 낯설게 느껴진다. 데라코타는 양질의 점토로 구워낸 토기류를 의미한다. 테라코타 기법은 꽃을 담는 화분에서부터 원시시대 토우에까지 적용되며 인류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흙은 물을 이겨 ‘형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바로 사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소성(도자기 제조에서 초벌구이 이하의 조작)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소성의 온도에 따라 ‘토기’가 되고 ‘자기’가 된다. 토기의 일종인 테라코타는 1차 소성(약 800도)을 통해 보존적 기능을 갖춘다. 테라코타는 예나 지금이나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김효숙은 주로 흙을 빚고 이를 굽는 1차 소성법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약처리 과정까지 포함하는 ‘2차 소성과정’을 통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흙은 결이 고운 도자기 흙과는 달리 입자가 다소 거칠다. 때문에 표면이 투박한 비정형(일정한 형태나 형식이 없는) 형태를 나타낸다. 흙의 자연스러운 느낌이 잘 살아난다. 불길이 닿은 흔적은 물론 무광의 색조를 띠며 흙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잘 나타난다. 이렇듯 김효숙의 테라코타 작업은 흙이 주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을 자연스레 표현하며 화려하기보다 소박하다.

 
많은 작가들이 삶의 여정 속 추억이나 기억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마치 신앙 고백을 하듯 삶의 여정을 풀어내는 것이다. 김효숙 역시 과거 전통 속, 혹은 생활 속에서 답습한 물건을 재생하거나 복원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든다. 주로 항아리나 물고기, 토우 형태의 흉상 이미지를 다룬다. 작가는 항아리 표면에 두상들을 낱알처럼 메워 이를 입체화하거나 회화로 표현한다. 항아리를 이루는 작은 두상들은 시간의 흔적과 함께 축적된 자신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낱알이 이룬 시간의 울타리나 물고기를 통해 삶의 양식을 표현하는 작가는 생명의 존귀함을 강조한다.

물고기가 불교에서 ‘항상 깨어있음’을 의미한다면 기독교에서는 ‘생명의 나눔’을 상징한다. 작가는 신앙인으로서의 잠재의식을 작품 속에 드러내며 생명을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삶’과 ‘생명’ 그리고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항아리의 상부를 열어놓거나 흉상의 입과 눈을 뚫어 놓는다. 이는 카타르시스를 위한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

얼굴을 하얀 분으로 칠하거나 기하학적 형태로 꾸미는가 하면, 목과 흉부는 형형색색으로 쌓아올려 세월의 흐름을 강조한다. 흉부 쪽 움푹 파인 물고기 모양은 작가 마음에 새겨진 주홍글씨 같은 신앙적 징표다. 작가는 진정한 삶의 휴식을 종교에 두고 그 속에 안주하고픈 마음을 ‘순례자’라는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그는 작품 소재로 가방과 꽃신, 기하학적인 형태의 새 등을 이용한다. 이는 작가 역시 한 인간으로서 억압이나 구속의 틀 속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조각가 김효숙은 진정한 자유로움이란 삶의 여정 속에서 신앙과 더불어 만들어지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10월 4주 전시회 소식

364*381cm, mixed pigment on paper, 2011
오원배展 - 회화적 몸의 언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화가 오원배의 개인전이 10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는 인간의 ‘몸’에 집중해 몸이 말하는 언어와 그에 따른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림 속 인간들은 모두 뒤틀린 채 춤을 추듯 또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몸짓을 하고 있다. 작가에게 ‘몸’은 더 이상 은둔의 휴식처도, 표현적 성찰이 완결되는 이상(理想)으로서의 대상도 아닌, 자신의 삶 그 자체로서의 표현일 것이다.

▲ <도시풍경 03>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65.1*90.9cm, 2012

권영석展 - 도시풍경
현대사회의 도시 풍경을 그리는 작가 권영석의 개인전이 10월 24일부터 10월 30일까지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작가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도시 풍경은 성냥갑같이 네모나고 일괄적인 건물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마치 스크래치 기법(크레파스나 유화를 색칠한 위에 다른 색을 덧칠한 다음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는 기법)을 사용한 듯 캔버스 위에 삐죽빼죽한 건물들을 자유롭게 늘어놓았다. 도시의 군상을 평면적으로 표현한 듯 하지만 그 안에서 다채로운 색을 사용해 관람자로 하여금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한다.

임승오 바움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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