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경제정책 전반 평가해 책임 묻는 인적 쇄신할 때다
[양재찬의 프리즘] 경제정책 전반 평가해 책임 묻는 인적 쇄신할 때다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400
  • 승인 2020.08.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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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최악인데 집값은 고공행진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은 현실을 정확하고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잘못된 정책 방향을 고착화한다.[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은 현실을 정확하고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잘못된 정책 방향을 고착화한다.[사진=연합뉴스]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가 본격화하지 않았음에도 현실은 폭염만큼 덥고 갑갑하다. 세금 폭탄과 대출규제 소급적용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대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3주 연속 열렸다. 7월 25일 두번째 집회는 현 정부를 탄생시킨 계기였던 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6ㆍ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특정 문구를 노출시키는 ‘실검 챌린지’도 이어갔다.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나라가 니꺼냐’ ‘조세저항 국민운동’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거짓말’로 시작해 ‘문재인을 파면한다’ ‘민주당 독재당’으로 격화했다.

정부는 3년 동안 부동산 대책을 22차례 쏟아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서울지역 중위 아파트 가격이 50% 넘게 오르며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9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주 연속, 1년 넘게 한주도 쉬지 않고 올랐다. 3040세대들이 ‘더 늦으면 서울에서 내집 마련 못한다’는 불안감에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서는 현상까지 빚었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6ㆍ17 대책에 이어 7ㆍ10 대책에서 ‘부동산과세 3종 세트’를 내놓았다.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뿐만 아니라 거래세인 취득세, 양도소득세까지 전방위로 인상한다. 집값 급등과 투기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집을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지도 말라는 징벌적 과세 성격이 짙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부동산 과세 법안들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전ㆍ월세 상한제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일방 처리했다.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되고 세금 부담을 늘리는 중대 사안임에도 소위원회 심사와 찬반 토론 등 국회 절차를 생략했다. 민주당은 의회민주주의 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에도 8월 초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일괄 처리할 예정이다.

여당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당과의 토론 및 합의를 배제한 채, 국회를 정부 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일방 통과시키는 ‘통법부’화하는 것을 국민이 어찌 볼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집값은 자고 나면 오를 정도로 과열이지만, 실물경기는 외환위기 이래 22년 만의 최악이다.  1~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특히 2분기 수출이 16.6% 감소하며 56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은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나 경제팀의 인식은 낙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적 같은 선방을 했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경제지표 중 거의 유일하게 오르는 것이 집값과 주가다. 시중에 풀린 과잉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자산투자로 쏠린 결과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 공급에 나서 시중통화량이 100조원 가까이 불어났지만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지 않았다.

집값 급등도 초저금리 속 과잉 유동성 영향이 큰 만큼 수요를 적절히 억제하면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조합이 긴요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폭탄과 대출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데 몰두했다.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 등 투기꾼 탓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맞섰다.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의 현실 인식은 정확하고 냉철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노동계, 가계 등 경제주체들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지혜와 힘을 얻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잘못된 정책 방향을 고착화한다. 집값 불안과 민심 악화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자화자찬은 국민 기만이다.

집값 문제는 주택의 수요와 공급 원리로 풀어야지 세금으론 한계가 있다. 올해 서울에서 주택분 재산세를 지난해보다 30%(상한선) 더 내는 경우가 58만 가구다. 국회에서 중저가 주택에도 재산세가 많이 부과됐다고 지적하자 국토부장관은 “10월에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인정했다. 

정부가 곧 내놓을 23번째 부동산 대책은 더 이상 시장과 싸우는 것이어선 안 된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초고층으로 활성화하면서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리자. 교통이 편리한 곳에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하자. 1주택 실거주자의 양도소득세를 낮춰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자. 부동산 대책 등 경제정책 전반을 엄정 평가해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적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경제도, 사회도 새바람을 기대할 수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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