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재무설계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취업이 쉽지 않은 데다 ‘돈벌이’보다 ‘하고 싶은 일’을 좇는 이들이 많아서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한소연(가명ㆍ29)씨도 마찬가지다. 한씨는 30대 중반 ‘내 카페’를 여는 꿈을 키우며 5년째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문제는 창업자금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창업에 앞서 결혼도 해야 하고 동생 뒷바라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창업자금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창업자금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은 유난히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 소비량이 전세계 평균의 2.7배(이하 KB금융지주연구소·2019년)에 달할 정도다. 커피 시장에 ‘승부’를 거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실제로 국내 커피 전문점은 지난해 기준 7만1000개에 달했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카페 사장’을 꿈꾸는 한소연(가명ㆍ29)씨는 30대 중반에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게 목표다. 지금은 커피를 배울 요량으로 5년째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진짜 커피 전문가’가 돼야 한다”면서 “지금은 고되더라도 내 가게를 열 생각을 하면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창업비용’을 마련하기엔 한씨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넉넉한 형편이 아닌 그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대학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 졸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가족들이 함께 살 집을 마련하느라 빚을 진 데다, 2년 후 결혼을 앞두고 있어 결혼자금도 마련해야 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을 위해 부모님 대신 결혼자금을 마련해줄 계획도 갖고 있다. 이렇게 목돈 나갈 일이 많다 보니 정작 자신의 꿈은 한발짝 멀어지고 있었다. 한씨는 “대비해야 할 게 많은데 지금으로썬 한달에 10만원 저축하는 게 전부”라면서 “이러다 내 가게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재무목표에 대비하면서 ‘나만의 카페’도 열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먼저 한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월급은 200만원. 소비성지출은 통신비 10만원, 식비 30만원, 교통비 15만원, 문화생활비 30만원 등 85만원이었다. 여기에 부모님 용돈ㆍ쇼핑비ㆍ경조사비ㆍ휴가비 등으로 쓰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200만원으로 월평균 17만원가량이었다.

이를 더한 소비성지출은 총 102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은 소득공제연금저축 10만원, 보장성보험 20만원, 대출상환금 24만원 등 54만원이었다. 대출상환금은 가족 명의의 주택 마련을 위해 빌린 2000만원에 대한 것으로 남은 원금은 900만원이었다.

이렇게 총 지출은 156만원으로 매달 44만원이 남았고, 이를 통장에 넣어놨다. 매달 적지 않은 액수의 잉여자금을 통장에 고스란히 모아둔 건 언제 돈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한씨의 순자산은 마이너스였다. 가족 명의 주택 마련 자금 대출 등 900만원가량의 빚 탓이었다.   


Q2 문제점

한씨의 소비성지출은 월평균 102만원으로 또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액수만 보면 과소비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문제점은 있었다. 무엇보다 한씨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고, 공과금·관리비도 따로 낼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매달 100만원 이상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기엔 문화생활비(30만원) 비중이 컸다. 문화생활비는 대부분 친구들과 ‘밥 먹고 차 마시는 데’ 썼다. 같은 용도로 매달 식비 30만원이 나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출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또 매달 20만원씩 납입하는 보장성보험도 과도했다. 이는 50대의 보장성보험 납입금 수준이었다.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납입금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었다.

매달 10만원에 달하는 통신비도 부담 요인이었다. 기기할부금이 4만원가량이었는데, 일시 상환해 월 지출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한씨의 경우 자신의 결혼자금뿐만 아니라 동생 결혼자금, 창업자금도 모아야 하는 만큼 저축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금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한씨는 비상금 ‘명목’으로 잉여자금을 통장에 모으고 있었지만 엄밀한 의미로는 비상금이 아니었다. 잉여자금을 자잘한 쇼핑을 하는 데 쓰는 탓에 제대로 남아있을 때가 드물었다.  


Q3 해결점

굵직한 재무목표에 대비해야 하는 한씨로선 지출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먼저 모아둔 자금(700만원)의 일부를 사용해 남은 휴대전화 할부금(60만원)을 일시상환했다. 이로써 매달 나가는 통신비가 10만원에서 6만원으로 4만원 줄었다. 친구와의 모임 등에서 사용하는 식비·문화생활비 총 60만원은 40만원으로 줄이도록 했다. 

20만원이나 됐던 보장성보험 납입금도 20대 적정 수준인 10만원으로 줄였다. 이제 대출상환 부담을 줄일 차례다. 모아둔 자금으로 대출원금 900만원 중 600만원을 먼저 상환했다. 이로써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도 24만원에서 월 7만원으로 17만원을 절약했다. 월평균 17만원씩 나가던 비정기지출은 별도통장에 모은 뒤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절약한 51만원에 잉여자금 44만원을 더한 95만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했다. 먼저 한씨의 결혼자금 ‘3000만원’ 모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씨의 안정적인 성향을 고려해 시중은행 적금상품에 가입, 매달 60만원씩 붓도록 했다. 주택마련의 첫걸음인 주택청약종합저축에는 최소 금액(2만원)으로 가입했다. 다음으로 하나뿐인 동생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매달 20만원씩 적립식펀드에 붓기로 했다. 

이렇게 대출을 줄이고 몇가지 재무목표에 대비했다. 하지만 한씨는 여전히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다. 일단 매달 비상금 명목으로 13만원씩 모으도록 했다. 추후 비상금이 어느 정도 모이면, 재테크에 투자해 한씨의 창업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카페 사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첫발을 뗀 셈이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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