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고객센터 괜찮나

기업 고객센터는 그저 친절하게 매뉴얼을 읊어주는 곳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해 문제 해결을 유도해 내야 한다. 전문가들이 고객센터 관계자를 두고 ‘마케터나 컨설턴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쿠팡 고객센터엔 고객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무엇 때문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기업의 고객센터는 그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쿠팡 고객센터는 그런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의 고객센터는 그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쿠팡 고객센터는 그런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처음엔 소비자의 말에 공감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끌고 사안을 얼렁뚱땅 넘기려 한다. 친절하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 상담원의 설명에 소비자가 수긍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고 답변을 주겠다’면서 통화 종료를 유도한다.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알아보는지, 그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물어보라.

# 결국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린다. 답변에 불만족해서 다시 전화하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한다. 이걸 몇번 반복하면 소비자는 지쳐 포기한다. 고객센터가 바라는 바다. 

# 팀장급과 통화를 하게 된다면 한단계 더 나아간 거다. 하지만 그들은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말기술로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 법적 분쟁이 예상되면 최대한 많은 증거를 수집하라. 상담원과의 대화를 반드시 녹음하라. 고객센터는 녹취파일을 달라고 해도 주지 않는다.

이게 뭘까. 온라인에 떠도는 ‘쿠팡 고객센터 대처요령’의 일부다. 쿠팡 고객센터의 일처리 방식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불린다. 물론 이 대처요령이 모두 사실이라고 볼 순 없다. 그렇다고 ‘아니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도 없다. 중요한 건 이 대처요령에 공감하는 쿠팡 소비자가 숱하다는 점이다. 

쿠팡 고객센터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녹취기록도 내주지 않았다. 이는 위법이다.[사진=뉴시스]
쿠팡 고객센터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녹취기록도 내주지 않았다. 이는 위법이다.[사진=뉴시스]

김성민(가명ㆍ48)씨도 이런 경험을 한 소비자 중 한사람이다. “클릭하지도 않은 쿠팡이츠 앱이 실행돼 2만3000원이 자동결제됐길래, ‘원인을 확인해 달라’고 고객센터에 문의했는데, 블랙컨슈머 취급만 당했어요.” 쿠팡 고객센터 상담원은 성민씨에게 친절했지만, 늑장 대응을 거듭했고, “우리 시스템엔 문제가 없으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거듭했다. 

성민씨가 ‘쿠팡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면서 통화 녹취기록을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영업비밀이어서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쿠팡 측의 대응이 불쾌했던 성민씨는 SNS 등을 통해 ‘쿠팡이츠의 주문결제 오류와 고객대응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자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5일여 연락이 없던 쿠팡 측이 갑자기 ‘환불을 해주겠다’면서 연락을 취해왔고, 자기들 맘대로 거래내역도 취소해 버렸다. 그러면서도 끝내 ‘쿠팡이츠 앱에서 왜 오류가 발생 했는가’란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다. 

시대착오적인 쿠팡 고객센터

이런 쿠팡 고객센터의 행태는 두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쿠팡의 고객센터 운영 방침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거다. 2016년 한국표준협회가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등에서 수집한 169만개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는 이들 대부분은 상담원에게 ‘감정적 역할(20.8%)’이 아니라 ‘기능적 역할(79. 2%)’을 기대했다. 

 

간단히 말해 소비자는 친절함보단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주길 원했다는 거다. 성민씨의 사례를 보면, 쿠팡의 대응은 ‘문제해결’이 아닌 ‘책임회피’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기업 고객센터 관계자는 “고객센터의 기능과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고객센터는 단순히 친절하게 매뉴얼을 읊어주는 역할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말했다.

김경자 가톨릭대(소비자학) 교수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전사적으로 공유하면 각 부서의 문제점을 파악ㆍ개선할 수 있다. 이는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업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건 이제는 상식이다. 그래서 고객센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불만을 제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소비자를 잃을 수도 있다.” 

둘째는 법적 문제다. 쿠팡은 소비자가 녹취기록을 요구해도 웬만해선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민씨 역시 녹취기록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쿠팡이 내세운 이유는 ‘영업비밀’이었다. 성민씨는 “내 목소리가 들어간 녹취기록을 달라는데 영업비밀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요한 건 녹취기록을 주지 않는 건 ‘줄다리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 35조를 보자. “정보주체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처리하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해당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고객센터로 비유해보면 정보주체는 소비자, 개인정보처리자는 고객센터가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법은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로부터 열람을 요구받았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정보주체가 해당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해당 기간 내에 열람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정보주체에게 그 사유를 알리고 열람을 연기할 수 있으며, 그 사유가 소멸하면 지체 없이 열람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쿠팡의 주장처럼 ‘영업비밀’을 이유로 소비자의 녹취기록을 제공하지 않으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소비자와의 대화, 영업비밀 아냐

이용희 변호사는 “소비자가 법적 다툼 등을 위해 녹취기록을 요구할 때 고객센터는 녹취기록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영업비밀을 이유로 못 준다고 했다면 고객센터 상담원이 법을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성민씨는 “다른 걸 다 떠나서 쿠팡 측의 행위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물론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좀 다르다. 소비자는 작동 시스템을 알 방법이 없다. 또한 쿠팡이츠 앱의 오작동 문제를 제기한 게 내가 처음도 아닐 것이다. 그럼 당연히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건 쿠팡 측의 몫이 아닌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협조할 생각도 있다. 무조건 책임이 없다면서 발뺌하고, 모든 걸 소비자 책임으로 전가하는 태도는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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