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앱 간편결제 피해자의 한탄

김성민(가명ㆍ48)ㆍ이지은(가명ㆍ49)씨 부부는 쿠팡 충성고객이다. 매월 쿠팡에서 결제하는 금액만 수십만원에 이른다. 많을 때는 1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웬만한 생필품들은 쿠팡에서 구매해서다. 쿠팡이 유료회원제(매월 2900원으로 상시 로켓배송 이용)를 운영하자 부부가 각각 회원에 가입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쿠팡은 이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업”으로 각인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김성민씨 부부를 만났다. 

성민씨는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내가 건들지도 않은 앱이 작동했는지 그걸 알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성민씨는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내가 건들지도 않은 앱이 작동했는지 그걸 알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 7월 14일 늦은 저녁, 성민씨 부부는 집 근처 공원에서 평온하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부부는 벤치에 앉아 잠깐 쉬면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기도 하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 지은씨의 휴대전화로 카드사에서 보낸 결제 승인 메시지가 전달됐다. “○○카드 승인 2만3000원(일시불) 쿠팡 누적 40만845원.”

쿠팡에서 뭔가를 구매했고, 결제가 됐다는 거였다. 부부는 황당했다. 산책을 하면서 쿠팡 앱은 들여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평온하던 그들의 산책은 끝이 났고, 고작 2만3000원 때문에 쿠팡 측과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 무슨 문자였나. 
“처음엔 이게 뭔가 했다. 쿠팡에서 결제가 됐다고 하니 쿠팡 앱을 열어봤다. 주문 내역이 없더라. 그래서 열흘 정도 전에 쿠폰을 주는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쿠팡이츠 앱을 깔았던 게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앱을 열어보니 주문 내역이 하나 있더라.”

✚ 어떤 내역이었나. 
“난생처음 듣는 치킨점에다 치킨 한 마리와 콜라를 주문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게 2만3000원이었다. 우리 부부가 주문한 게 아니었다. 아내는 어릴 적 고기를 먹고 심하게 체해서 고기를 먹지 않는다.”

✚ 간혹 스마트폰을 잘못 터치해서 앱이 실행되기도 하지 않나. 
“왜 그런 생각을 안 해봤겠는가. 쿠팡이츠 앱은 사전에 카드만 등록하면 별도 인증 없이 결제가 이뤄지는 ‘간편결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스마트폰을 잘못 터치해 앱이 실행됐다면 지금껏 한번이라도 주문했던 내역이 클릭돼야 하지 않겠나. 열흘 사이에 쿠팡이츠 앱으로 주문한 건 피자 하나와 해산물 하나가 전부다. 터치가 잘못 됐는데, 콜라까지 정확하게 클릭해서 주문했겠나.” 

✚ 쿠팡이츠 앱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있으면 공유도 가능한 걸로 안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주문했을 가능성은 없나.
“그 가능성도 생각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딸이 둘 있어서다. 하지만 쿠팡이츠 앱은 우리 부부 스마트폰에만 깔려 있었다.” 

스마트폰에 쿠팡이츠 앱을 깔았다가 주문오류를 겪은 소비자는 한둘이 아니다.[사진=쿠팡 제공]
스마트폰에 쿠팡이츠 앱을 깔았다가 주문오류를 겪은 소비자는 한둘이 아니다.[사진=쿠팡 제공]

✚ 실제 치킨점에서 배달을 왔나. 
“결제 문자를 확인한 후 몇분 있다가 배달을 오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집엔 아무도 없고, 우리가 주문한 게 아니라 오류가 난 것 같다고 말한 뒤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다음 배송이 완료됐다면서 리뷰를 달아달라는 메시지가 오더라. 기가 막혔다.”

✚ 쿠팡 측 고객센터에 문의했을 듯한데. 
“당연하다. 그런데 그때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시작됐다.”

✚ 어떤 얘기가 오고 갔나. 
“고객센터 직원에게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래야 나도 조치를 취할 것 아닌가. 하지만 관련 부서 직원이 다 퇴근해서 방법이 없으니 다음날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라.”

앱은 손도 안 댔는데…

✚ 고객센터에 몇시에 전화를 걸었는데, 다음날인가. 
“문자가 오후 8시 55분쯤 왔으니까 그쯤 전화했다. 분명 신용카드를 분실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는지 황당했다. 앱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결제가 된 거라면 또 결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 결제사고가 난 것처럼 보이는데 아무런 조치도 없었던 건가.
“그렇다. 일단 간편결제를 해지해놓고 다음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저녁 5시가 돼도 연락이 안 왔다. 결국 다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쿠팡 측은 ‘로그 기록(일종의 앱 사용기록)을 확인해보니 정상적으로 결제를 한 게 맞다’면서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을 물었는데, ‘우리(쿠팡) 잘못이 아니다’며 동문서답을 한 거다.”

✚ 환불보다 원인을 알고 싶었다는 건가. 
“쿠팡이츠 앱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결제가 이뤄졌으니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설명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책임의 소재만 운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환불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결제가 됐다는 쿠팡 측 주장은 내가 주문과 결제를 해놓고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지 않나. 지금껏 충성고객이었던 내가 순식간에 블랙컨슈머 취급을 당한 셈이다. 고작 2만3000원 때문에.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쿠팡 측은 끝까지 ‘우리 시스템엔 문제가 없으니 해줄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겠다는 말도 없었나.
“전혀 없었다. 최소한 문제 해결의 의지만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거다. 나중엔 ‘뭘 원하느냐’고 묻더라. ‘원인을 알고 싶다’고 수차례 말했는데도, 쿠팡은 우리 부부를 블랙컨슈머 대하듯 했다. 더 윗사람을 바꿔 달라고 하니 어차피 답변은 똑같을 거라고 하더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 억울했을 것 같은데. 
“우리가 블랙컨슈머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방법은 녹취록을 손에 넣는 수밖에 없었다. 그걸 토대로라도 끝까지 가보려 했다. 아내는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 중 녹음이 안 된다. 그래서 쿠팡 측에 녹취록을 요구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영업정보라면서 안 주더라. 내 개인정보가 왜 쿠팡의 영업정보인가. 그것도 이해가 안 간다.”

책임 없다더니 느닷없이 환불

✚ 그걸로 끝이었나. 
“더 황당한 일이 며칠 후에 일어났다.”

✚ 뭔가. 
“그후로 5일 정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환불을 해주겠다면서 연락이 왔다. 관련 내용을 SNS에 올렸는데, 그게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던 이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환불을 해주니까 더 괘씸했다. 결제취소도 돼 있더라. 2만3000원 받고 떨어지라는 것 아니겠나.”

✚ 똑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 문제의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잖은가. 지금은 2만3000원짜리 치킨 한마리니까 별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100마리가 주문됐으면 어떻게 됐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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