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믿을 수 있나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다. 이런 자동차를 만드는 건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숙제였고, 요즘 꽤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했다.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먼 자율주행 기술을 맹신하는 운전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엔 완성차 업체들의 과장광고도 한몫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운전 보조기능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운전 보조기능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되고 있다. 운전방식도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모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부가기능이 추가되면서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앞으로 이런 자율주행 기술이 더 발달하면 운전자가 아무것도 안 해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이미 현실화된 기술들도 있다. 기기 조작이나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를 위해 능동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능동식 안전장치), 주차를 도와주는 기술(저속 풀 파킹 시스템), 관광단지를 20~30㎞로 정속 운행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전용도로를 구축하자는 논의도 탄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완성차 업체들이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완벽한 것처럼 과대포장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자율주행 기술에 의존하려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칫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6단계로 나뉜다. ▲레벨0은 자율주행 기술이 전무하고 사람이 운전하는 수준 ▲레벨1은 속도와 제동을 일부 보조 ▲레벨2는 속도와 방향 등을 스스로 컨트롤 ▲레벨3은 교통흐름과 신호까지 인식 ▲레벨4는 내비게이션을 찍어 놓으면 목적지까지 알아서 가는 수준 ▲레벨5는 완전자동화를 통한 무인자동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율주행차’는 레벨4부터를 의미한다. 이때부터 차량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보험도 출시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출시되는 차량들의 자율주행 기능은 레벨2~2.5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레벨3 단계에도 못 미친다. 맑은 날 한산한 고속도로나 전용도로에서 운전하다가 병마개 등을 두손으로 잠깐 열거나 다른 좌석에 있는 물건을 집기 위해 시야를 아주 잠깐 다른 곳에 둘 수 있는 정도다. 아직은 기술보다 자신의 운전 실력을 믿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도 운전자 중엔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에 의지해 운전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영화를 보는 이들이 있다.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T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맹신하다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 운전자가 적지 않다. 자율주행 기능을 켜놨을 때 일정시간 이후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가 나오는데, 이 경고를 나오지 않도록 해주는 불법장치까지 등장했다. 더 무서운 건 이 장치가 국내에서도 팔린다는 점이다. 국내에도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에 의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방증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을 보조하는 수준이다. 야간 주행이나 폭우, 폭설, 심지어 파손된 도로나 도로에 떨어진 상자도 구분하지 못한다. 옆 차량의 유리에 비친 푸른 하늘 탓에 옆 차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하면서 운전자가 즉사한 경우도 있다. 

왜 이렇게 운전자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의존하는 걸까. 언급했듯 필자는 그 이유가 완성차 업체들의 과장광고에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관한 명칭에서부터 기능까지 제대로 된 설명을 하고 있는지 정부가 실태조사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도 바꿀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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