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이륜차의 꿈과 난제

정부가 대대적인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배달용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기이륜차의 현주소는 씁쓸하다. 성능은 신통치 않고, 공공인프라도 거의 없다. 환경부가 4년째 전기이륜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도 없다. 이유가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소리 없이 약한’ 전기이륜차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봤다. 

정부가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선결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지 모른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선결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지 모른다.[사진=뉴시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에 이어 전기이륜차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교체한다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어서다. 물론 내연기관 이륜차의 누적 등록대수는 220만대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10%도 채 안 된다.[※참고 : 이륜차는 연료별 집계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환경부가 집계한 전기이륜차 누적 보급대수를 제외하면 내연기관 이륜차의 수치가 나온다. 다만 환경부는 ‘보조금이 지급된’ 전기이륜차만 집계한다. 보조금이 2017년부터 지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집계도 없다.]

하지만 최근 배달서비스가 늘면서 이륜차도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이륜차는 연평균 2만대씩 늘었고, 특히 올해(6월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만3000대가 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전기이륜차의 보급 활성화는 꽤 의미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최근 정부가 배달용으로 쓰이는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적인 보급 확산 정책을 펼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전기이륜차를 활성화하기 위해 배달대행업계, 전기이륜차업계, 배터리업계 등이 참여하는 ‘그린배달 서포터즈’를 출범했다. 그린배달 서포터즈를 통해 배달기사들을 대상으로 전기이륜차를 홍보하기도 하고, 보급 활성화 정책 수립을 위한 의견도 구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계획이다. 

국토부는 “테스트용 전기이륜차 보급, 충전인프라 확충, 이륜차ㆍ배터리 성능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이륜차 성능을 끌어올리고,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거다. 

국토부뿐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3차 추경을 통해 확보한 4781억원의 재원을 그린뉴딜 관련 정책에 투입하고, 이중 1115억원(23.3%)을 전기이륜차ㆍ전기화물차ㆍ전기굴삭기 등을 보급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정책으로 전기이륜차의 보급량이 늘어날 것이냐는 거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실제로 전기이륜차 보급량은 꽤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 125대에 불과했던 전기이륜차 누적 보급대수는 현재(올해 6월말 기준) 1만6974대로 증가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전기이륜차는 성능은 물론 인프라도 신통치 않다.

■ 성능과 보조금의 덫 = 그렇다면 전기이륜차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 참고 : 이 질문의 답을 풀어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게 있다. 전기차ㆍ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전기이륜차도 성장기엔 정부ㆍ지자체가 분담하는 보조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4년 전부터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따라서 전기이륜차의 성능은 보조금 지급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기이륜차는 연비와 배터리, 등판 성능(오르막길을 오르는 능력치)에 따라 경형ㆍ소형ㆍ중형ㆍ대형으로 구분된다. 경형은 최대 210만원, 대형은 최대 33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A전기이륜차 제조사의 B모델(대형)을 예로 들어보자. B모델이 100% 충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시간이다. 완충 후 ‘화물 없이 1인 탑승’ 시에 30㎞로 정속 주행을 하면 최대 10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시속은 45㎞다.

반면 배달기사들 사이에서 연비와 내구성이 좋아 가장 인기 있는 내연기관 이륜차 모델로 꼽히는 혼다의 ‘PCX 125㏄’는 연료탱크 용량이 8리터(L), L당 연비는 53.8㎞다. 연료를 가득 담은 후 최대 430㎞를 주행할 수 있다는 거다. 최고속도는 약 110㎞다. 

이륜차 성능이 곧 수익으로 귀결되는 배달기사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전기이륜차는 장난감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보조금을 지급한 지 4년차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전기이륜차 성능은 내연기관 이륜차 성능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건데, 도대체 이유가 뭘까. 

답은 환경부의 허술한 보조금 시스템에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환경부는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급한다고 하지만 그래 봐야 거기서 거기다. 기준치 안에만 들어가면 고만고만한 가격에 맞춰 팔 수 있으니 성능을 개선할 이유가 없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전기이륜차를 사놓고도 실제로는 운행을 하지 않는 대형 프랜차이즈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배달업체들과 전기이륜차 전환 협약을 맺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배달업체들과 전기이륜차 전환 협약을 맺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주장을 이었다. “사실 주행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높이는 건 어렵지 않다. 전기이륜차를 생산할 정도의 업체라면 그 정도 기술력은 갖고 있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방법은 간단하다. 기준치를 세분화하면 된다. 일정한 기준치에만 들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유효하지 않다. 차라리 획기적으로 완충 속도를 줄이거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렸을 때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게 낫다. 그럼 전기이륜차 생산업체를 유인할 수 있다.”

실제로 환경부의 보조금 통과 기준은 높지 않다. 주행거리 40㎞ 이상, 최고 속도 55㎞ 이상이면 통과다. 

■ 부족한 공공 인프라 = 전기이륜차의 또 다른 한계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기이륜차는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할 수 없다. 전기이륜차는 구매시 지급되는 충전기를 220V 전원에 꽂아서 충전해야 해서다. 

물론 배터리가 분리돼 아무 전원에서나 충전할 수 있는 전기이륜차가 있긴 하지만 완충까지 4~5시간 기다려야 한다. 이는 배달기사에게 배달을 포기하라는 거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성능 좋은 전기이륜차 개발을 주문하고, 배달기사들을 상대로 이를 홍보하더라도 알찬 열매를 맺긴 어렵다. 

전기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배달기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륜차에 버금갈 정도의 성능과 내구성,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꿈은 절대 현실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보조금 지급 기준, 인프라 확충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숱하게 많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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