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비만은 질병의 시작점이자 악순환의 중요한 고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은 질병의 시작점이자 악순환의 중요한 고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에서 돌아와 보니 집 앞에 쌓인 택배 박스가 무려 4개다. 2박스엔 쌀이, 나머지 2박스엔 시금치·파 등 농산물이 가득하다. 보낸 이를 살펴보니, 쌍둥이 녀석들의 이름과 학교 주소 등이 적혀 있다. 상당 기간 학교급식이 중단돼 식자재를 공급하던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자 당정 차원에서 지원한 사업임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자녀가 둘이니 같은 박스가 두개씩인데 ‘코로나19 같이 이겨냅시다’란 글귀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라고 적힌 커다란 글씨 밑에 쓰여 있다. 버섯·양파·피망 따위의 채소들을 냉장고에 정리하면서 필자는 생각에 잠겼다. 이 양질의 식자재로 차린 밥을 학교에서 먹을 수 없었다면 우리 아이들은 집이나 바깥에서 대체 무엇을 먹었을까.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 식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지간한 사람의 일상은 차단·격리·폐쇄 등의 단어와 개체간 거리 두기 등을 반강제적으로 강요당한 통에 한없이 위축됐을 것이다. 동선이나 입지도 단조로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일상처럼 공유하던 각자의 수많은 공간을 비워둔 채 모니터나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대부분 집에 갇혀 있다. 배달음식 등으로 식탁을 차려 영양은 없고 설탕·소금에 기름 범벅인 음식을 탐닉할 뿐이다. 유입 에너지는 늘어났지만 몸을 덜 움직인 탓에 확찐자로 거듭난 이들이 숱하게 많을 수밖에 없다.
 
확찐자는 확진자를 몇백배 몇천배 능가하는 양상인데 다이어트 전문가인 필자를 위시해 집사람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음이 분명하다. 기다렸다는 듯 다이어트 업계는 틈을 정체불명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파고들어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적게 먹어 체중이 줄면 면역력이 저하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도 확산하고 있다. 

어떤 약을 먹더라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약을 먹더라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비만과 코로나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BBC에서 방송한 영국 공중보건국(PHE)의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BMI(체질량지수)가 30~35인 사람과 40 이상인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각각 40%, 90% 증가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의 데이비드 카스 박사는 입원 환자 중 비만 환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에 주목했다. 그는 다른 동료 의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료를 수집한 결과, 젊더라도 비만인 코로나 환자는 중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비만인의 비율이 높은 미국 등 서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비만인이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세균 감염 질환에 취약하다는 건 여러 논문 등에 의해 정설이 된 지 오래다. 비만 세포에서 나오는 염증 물질이 과할수록 면역력이 저하돼 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누는(㎏/㎡) BMI가 30을 넘을 경우에 비만으로 분류한다. 이런 비만은 ‘악순환 고리’의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당뇨·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질환의 원인이 된다. 또한 대사증후군이 만성인 사람(기저질환자)은 코로나19에 취약하거나 발병 시 사망률이 높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열량이 아닌 영양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이 간단한 방법이 바로 코로나19 시대의 생존전략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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