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이효진 대표
온투법, 금융업계에 어떤 영향 미칠까

핀테크 열풍과 함께 성장한 P2P(개인 대 개인) 업계가 변곡점을 맞았다. 사기·횡령 등 불법이 성행하자 정부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을 제정하는 등 ‘규제 메스’를 들이대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P2P 업계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P2P 산업은 어떻게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1호 중금리 P2P 기업 8퍼센트의 이효진(37) 대표를 만났다.

이효진 대표는 “중금리 대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진=천막사진관]
이효진 대표는 “중금리 대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진=천막사진관]

✚ P2P 대출사업에 뛰어든 지 6년이 흘렀다. 성과는 무엇인가.
“가장 큰 성과는 중금리 대출의 활성화다. 8퍼센트 이전엔 자발적으로 중금리 대출에 뛰어든 기업이 없었다. 햇살론과 같은 ‘정책 상품’도 8퍼센트가 출범한 이후에 만들어졌다.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중금리 대출 활성화 마중물 역할을 한 것 같다.”

✚ 최근 사기·횡령 혐의로 문제가 된 P2P 업체가 적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P2P 대출산업을 일군 업체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P2P 대출시장은 고객의 니즈가 분명한 시장이다. 비즈니스모델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문제는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곳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 8월 27일 시행을 앞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P2P 업체의 옥석을 가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온투법의 시행으로 P2P 업체가 갖춰야 할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운영 시스템은 물론 보안·내부통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규제 수준이 자산운용사를 넘어 은행에 준하는 수준이다. 많은 업체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다. P2P 업체 중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하는 건전한 사업자만 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 한편에선 P2P의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도권에 편입하는 과정이다. 온투법의 시행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라는 새로운 금융산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 법의 취지는 P2P 산업의 발전과 육성이다.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성장 기회도 있다.”

✚ 어떤 것이 있나.
“겸영·부수 업무의 범위를 넓게 허용하도록 규정했다. 기관투자자의 상품 투자도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자금이 있어도 이 돈을 대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정 부분을 대출 재원으로 쓸 수 있게 됐다. 규제 수준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2P 업체 수는 239개에 이른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거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대출자산의 성격에 따라 시장이 겹치지 않는 업체도 많다. 8퍼센트가 주력으로 하는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업체는 2~3개 정도밖에 없다.”
 

✚ 8퍼센트가 경쟁하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의 경쟁 상대는 저축은행·캐피탈과 같은 제2금융권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 1.5금융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저축은행·캐피탈 등이 최근까지 중금리 대출을 등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금리 대출을 열심히 할 동기가 없었다.”

✚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저축은행·캐피탈 중 과연 중금리 대출을 할 만한 곳이 많았을까. 오프라인 기반의 금융회사는 고정적으로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 디지털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비용 절감을 통한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 결국 동기가 있어야 중금리 대출을 할 수 있다.”

✚ 그럼 의지는 뭔가.
“결국 돈이다. 중금리 대출로 수익이 줄어든 걸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의지가 없으면 도전할 수 없다.”


✚ 코로나19 영향으로 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 코로나19 초기 대출 심사 기준을 보강했다. 이 때문인지 리스크 지표의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사효과도 있다.”

✚ 어떤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로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8퍼센트를 찾는 고신용 고객이 증가했다. 오히려 전체 고객의 신용등급은 소폭 상승했다.”

✚ 특별한 신용평가 방법이 있는가.
“신용평가의 기본은 신용평가사가 제공하는 신용등급이다. 여기에 8퍼센트만의 신형평가모형을 사용해 신용을 평가한다. 금융정보와 비금융 정보를 결합한 머신러닝 평가 시스템인 E-인덱스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지금 2.0 버전을 쓰고 있는데 3.0의 개발도 대부분 끝났다. 모바일로 중금리 대출을 받으려는 중신용자(4~6등급)의 신용을 평가하는 변별력은 우수하다고 자부하는 이유다.”

✚ 8퍼센트는 돈을 빌리는 차주에겐 후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투자자에겐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모든 투자자에게 만족할 만한 수익을 돌려 줄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실망을 안겨 준 적도 있다. 그래서 투자 수익률 평균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작업을 하고 있다. 상품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년간 데이터가 쌓이면서 대출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투자상품의 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 투자자에게 어떤 실망을 안겨줬나.
“P2P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두자릿수 수익률을 강조했다. 하지만 초기 상품별 수익률 편차가 컸다. 사실 초저금리 시대가 열린 지금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쉽지 않다. 지킬 수 있는 말을 하고, 이를 지키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이유다. 그래도 최근 투자 시장의 높은 변동성에도 연평균 수익률은 5%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P2P 금융업계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8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사진=뉴시스]
P2P 금융업계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8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사진=뉴시스]

✚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정부와의 관계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당연히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사업 초기엔 열심히 외쳐야 정부가 들어준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파트너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한다. 계속해서 터지는 금융 사건·사고를 보면 금융당국의 입장이 이해될 때도 있다. 갑과 을이 아닌 정책을 만들고 산업을 키우는 파트너 관계라고 생각하면 신뢰가 쌓일 것이다.”

✚ 금융소비자가 P2P 업체를 어떻게 바라봤으면 좋겠나.
“지금은 시장의 신뢰회복이 중요한 시기다. 온투법이 P2P 업계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성장통을 경험한 이후 건전하게 발전하면 진정한 의미의 1.5 금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때까지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 1.5 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신용평가의 고도화다. 정교한 신용평가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면, 돈이 필요한 차주에겐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투자자에겐 안정적인 투자상품이 된다. 결국, 금융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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