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대륙의 실수’ 결정판
샤오미 5G폰 빛과 그림자

외국 브랜드 최초로 샤오미가 국내에서 5G 스마트폰을 선보였습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일단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AP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훌륭합니다. 그 때문인지 ‘대륙의 실수 결정판’이란 별칭을 얻으면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직접 사용해 보고 장단점을 따져봤습니다.

샤오미가 5G 스마트폰 ‘미10 라이트 5G’를 출시했다.[사진=샤오미 제공]
샤오미가 5G 스마트폰 ‘미10 라이트 5G’를 출시했다.[사진=샤오미 제공]

2020년은 샤오미에 조금 특별한 해입니다.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0.7%를 기록하면서 2011년 시장에 진출한 이래 처음으로 점유율 10%대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IDC·1분기 기준). 업계 3위인 애플(13.3%)과의 격차도 11.1%포인트(2019년 4분기)에서 2.6%포인트로 크게 줄었습니다. 중동·아프리카 등의 국가에서 인기를 끈 것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샤오미는 철저한 가성비 정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마트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죠. 지난 3월 공개한 스마트폰 ‘홍미 노트9S’만 해도 샤오미의 전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갖추면서도 가격이 26만4000원에 불과해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죠.

하지만 기세등등한 샤오미도 한국 시장에서만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2015년 국내 총판업체(지모비코리아)와 손잡고 시장에 진출한 지 5년이 흘렀지만 시장점유율은 1%가 채 되지 않습니다(가트너·2019년 기준).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등 탄탄한 마니아층을 갖춘 거대 제조사들의 아성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샤오미는 올해 ‘승부수’를 띄운 듯합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4G에서 5G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샤오미는 가성비 뛰어난 스마트폰으로 발빠르게 5G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7월 초 5G 전용 스마트폰 ‘미10 라이트 5G’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현재 샤오미와 손잡은 이통3사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 중입니다. 가격은 45만1000원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40만~6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중저가폰이 4G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5G를 지원하는 이 제품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5G만 내세우진 않습니다. 기본적인 스펙도 훌륭한 편입니다.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스냅드래곤 765G’를 모바일 중앙처리장치(Application Processor·AP)로 사용해 고가폰 못지않은 성능을 뽐냅니다. 4800만 화소 렌즈가 포함된 4개의 카메라로 고화질의 사진은 물론 4K 동영상 촬영도 가능합니다. 가격이 저렴해도 있을 건 다 있는 ‘기특한’ 스마트폰이죠.

미10 라이트 5G는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최초의 외국산 5G폰’이란 타이틀도 주목을 받는 요인이었죠. 무엇보다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더이상 100만원이 넘는 값을 치르고 스마트폰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 소비자들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스쿠프는 이 제품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7월 15일부터 20일까지 ‘미10 라이트 5G’를 사용했고, 장단점을 분석했습니다. ‘소문난 폰’엔 흥미로운 게 많았을까요?

실제로 써보니 샤오미가 이 제품에 들인 공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진과 동영상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직관적으로 설정해 화면을 몇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사진을 수정하거나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지우기’를 쓰면 사진에서 사물이나 풍경 중 없애고 싶은 부분만 도려낼 수 있습니다. 미10 라이트 5G가 사물과 배경을 별도로 인식하고 구별해낼 수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죠.

‘1인 방송 시대’에 걸맞은 기능도 선보였습니다. ‘듀얼비디오’를 실행하면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 화면을 디스플레이에 동시에 내보냅니다. 촬영 대상과 촬영하는 사람을 스마트폰 1대로 동시에 녹화할 수 있죠. SNS에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올리는 요즘의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앱에는 버튼 한번만 누르면 15초짜리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가성비 스마트폰에 없을 법한 기능들도 갖췄습니다. 최대 600니트(HBM)의 밝은 화면에 화면의 명암비와 색상 표현력을 높여주는 ‘HDR10+’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쓰는 고급 영상 보안 규격도 탑재했습니다.

5G에 가성비 얹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중에는 고급 영상 보안 규격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의 영상을 시청하면 화질이 저하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10 라이트 5G가 플래그십 스마트폰급 성능을 갖췄다”는 평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죠.

마지막으로 취약점이었던 서비스 품질도 강화했습니다. 과거 샤오미 스마트폰을 수리하려면 국내에 몇 안 되는 샤오미폰 총판을 방문하거나 사설 수리점에서 돈을 내고 고쳐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전국 32곳의 서비스센터를 통해 2년간 무상으로 샤오미 제품을 고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로써 샤오미는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채비를 모두 마친 셈입니다.

그렇다면 샤오미는 미10 라이트 5G로 한국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직은 확신보단 의문이 앞섰습니다. 제품을 사용할수록 “샤오미가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스마트폰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제대로 호환되지 않습니다. 알림음이 울리도록 설정해 뒀음에도 메시지가 왔을 때 진동만 울릴 뿐 스마트폰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매너모드를 끄고, 볼륨을 키워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애당초 카톡 알림음이 울리지 않도록 시스템상에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 리 없는 소비자들은 꽤나 답답함을 느꼈을 겁니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면 알림음을 울리게 할 수 있습니다. 설정 앱→앱→앱 관리→카카오톡 앱→알림 순으로 들어간 뒤 ‘소리 허용’ 탭을 누르면 됩니다.

하지만 샤오미 측에선 공식적으로 이 방법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다른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방법을 검색해 알음알음으로 배워야 합니다. 한국인 10명 중 9명(월 이용자 4519만명·1분기 기준)이 카톡을 쓰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한국 시장을 노리는 샤오미 입장에선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분명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쓰는 반면 샤오미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된 UI ‘미유아이(MIUI)’를 쓴다”면서 “미유아이가 앱을 컨트롤하는 방식이 다른 제조사들과 다른 데서 온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안드로이드 UI는 기본적으로 모든 앱의 알림이 작동하도록 설정돼 있지만 미유아이는 반대로 알림음이 작동하지 않도록 세팅돼 있습니다. 이용자는 자기가 필요한 앱 알림음이 울릴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설정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폰은 물론 국산 스마트폰의 대부분은 앱을 설치할 때 알림음이 울리도록 설정돼 있습니다. 이런 방식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은 샤오미 스마트폰의 앱 관리방식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샤오미 한국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관해 전해 들은 바가 없다”면서 “중국 본사와 연락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샤오미가 여전히 한국 시장에 어둡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울리지 않는 국민 메신저

뜻밖에도 가격 또한 논란거리입니다. 샤오미는 이 제품의 가격을 출시 국가마다 다르게 책정하는데, 한국 출고가(45만1000원)가 예상보다 큰 메리트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4월까지만 해도 국내에 유통되는 5G폰은 전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였습니다. 기존 4G폰으론 5G를 이용할 수 없기에 5G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의 5G폰을 사야만 했죠. 샤오미가 미10 라이트 5G를 국내 출시한 것도 이런 틈새를 노리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지난 5월 7일 5G폰 ‘갤럭시 A51 5G’를 출시했습니다. 출고가는 57만2000원으로 현재까진 국산 5G폰 중 유일한 가성비폰입니다. 미10 라이트 5G와의 가격 차는 12만1000원에 불과합니다.

두 제품을 자세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AP 성능에선 미10 라이트 5G가 앞섭니다. 스마트폰 성능 측정앱 ‘안투투 벤치마크’에 따르면 미10 라이트 5G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765G’는 총합 32만9699점으로 갤럭시A5 5G의 AP(삼성 엑시노스 9611·18만8875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 참고: 다만, 해당 AP를 탑재한 스마트폰 종류나 측정 환경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스펙들은 거의 비슷합니다. 화면 크기(6.5인치), 램(6GB), 저장공간(128GB)은 두 제품 모두 같습니다. 카메라 성능은 갤럭시A51 5G가 조금 우세합니다. 둘 다 후면 렌즈가 4개인 쿼드 카메라를 채택했는데, 갤럭시A51 5G의 총 화소가 좀 더 높습니다. 배터리 용량도 갤럭시A51 5G(4500 mAh)가 미10 라이트 5G(4160mAh)보다 좀 더 큽니다.

물론 샤오미가 싼 가격에 더 성능 좋은 AP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합니다. 하지만 브랜드파워가 센 삼성전자가 중저가의 5G폰을 출시하는 바람에 샤오미가 내세운 가격 경쟁력의 파급력이 상당히 약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닙니다. 5G폰이 아니긴 합니다만, 애플이 5월 초 출시한 ‘아이폰SE’도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애플이 그동안 고수하던 프리미엄 가격정책을 깨고 저렴한 출고가(55만원)를 책정했다는 점에서 아이폰SE는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죠.

스펙은 비슷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에 비해 다소 밀리는 듯합니다. 화면은 작고(4.7인치), 저장공간(64GB)과 배터리(1821m Ah)도 앞서 소개한 스마트폰보다 뒤떨어집니다. 그렇지만 애플은 UI 최적화와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로 하드웨어의 단점을 극복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중저가 시장 뛰어든 애플

애플이 기기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에 아이폰SE2가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하긴 어렵지만, 이 제품이 가성비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음을 짐작해볼 순 있습니다. 아이폰SE2가 출시된 지난 2분기 애플의 매출이 583억 달러(69조82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억 달러(3592억원)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샤오미로선 긴장할 만한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뛰어난 가성비를 무기로 내놓는 가전제품마다 국내에서 히트를 쳤던 샤오미.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오랫동안 쓴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절치부심해 5G폰으로 반격을 노리고 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앱 호환 문제와 경쟁사들의 잇따른 중저가 제품 출시로 앞박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샤오미는 한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글쎄요. 우선 울리지 않는 ‘카톡’부터 손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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