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자영업자 11분기의 기록

통계청은 올 1분기 자영업자의 소득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 통계는 아마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거다. 하지만 숱한 사장님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침체 탓에, 임대료 탓에 허리를 펴지도 못할 정도인데 소득이 늘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통계가 착시를 일으킨 걸까,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본 결과일까.

그래서 더스쿠프(The SCOOP)가 준비했다. 냉정하게 본 자영업계 소득 보고서다. 기준은 2020년 1분기로 잡았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커지지 않았을 때다. 자! 지금부터 보고서를 공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영업자의 삶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치명적인 감염병이 유행하기도 전, 한국 자영업계는 불황이란 ‘독한 병’을 앓고 있었다는 얘기다.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사진=연합뉴스]

월급쟁이인 당신, 분기마다 임금이 깎인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이라면 감봉의 폭이 적더라도 체감하는 충격은 클 것이다. 흥미롭게도 우리 주변의 영세 자영업자는 이런 충격을 수시로 겪는 중이다. 현 정부 들어선 11분기 중 9분기의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꺾였다. 자영업자의 삶은 얼마나 무너져왔을까. 

“휘발유통 들고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경.” 이명박 정부 4년차였던 2011년 8월 16일 한 석간신문에 실린 기사다.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확장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비명이 높아지는 현실을 조명했다. 이맘때쯤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해법을 내놨다. “공생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내수활성화를 통해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2011년 8ㆍ15 특별연설).”

“자영업계, 소득 줄고 부채는 늘어날 우려.” 박근혜 정부 4년차였던 2016년 8월 7일 한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다. 영세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전체 자영업자의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약속했다. “중소기업ㆍ벤처기업은 물론 소상공인ㆍ자영업자까지도 새로운 도전에 주저 없이 나설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생태계를 확실하게 바꿔나갈 것이다(2016년 8ㆍ15 특별연설).”

끝내 두 대통령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도 한국 자영업계는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란 수식어를 떼지 못하고 있다. 동네 곳곳에 내걸리는 ‘임대’ 현수막만 봐도 이들의 고달픈 현실을 짐작하게 한다. 위기가 해소되긴커녕 겹겹이 쌓이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4년차인 올해 들어선 ‘코로나19’라는 최대ㆍ최악의 악재를 맞았다. 관광ㆍ외식업체가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소비심리가 위축돼 시장과 마트에도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자영업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와도 직결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국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25.1%(2018년 기준)다. 39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았다. 일본(10.3%)과 비교해도 훌쩍 높은 수치다. 일자리에서 밀려난 베이비붐 은퇴세대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 퇴직 후에도 경제활동이 절실한 60ㆍ70대까지 줄지어 자영업 시장으로 뛰어든 결과다. 

좀 더 쉽게 말해 취업자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란 얘긴데, 이들이 무너지면 서민경제의 모세혈관이 막히고 실업난과 고용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을 받쳐줄 사회안전망도 취약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결국 관건은 한국 자영업계가 장기불황을 뚫고 기사회생할 수 있느냐다. 근본적인 처방을 찾기에 앞서 시급한 건 현황과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 작업에 걸림돌이 많았다. 미디어를 중심으로 자영업의 위기 원인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단정하는 일이 숱했다. 

임대료 상승, 인건비 상승, 경쟁 격화 등 여러 요인은 어느 순간부터 뒷전으로 밀려났다. 가뜩이나 자영업계엔 관련 기초 통계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 해법 모색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더스쿠프는 지난해 10월 가계동향 통계를 기초로 자영업의 형편을 분석했다(더스쿠프 통권 358호 최저임금 인상은 정말 효과도 없었고, 자영업도 흔들었나). 각 정부 집권 직후 대비 3년차의 가구소득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임금노동자의 소득은 늘었지만 자영업자의 소득이 악화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으로 분석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통계청이 올해 1분기 가계동향 분석을 발표하면서 ‘시계열 단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표본설계ㆍ조사방법을 크게 개편했는데, 그 결과 2018년 이전 통계와 직접 비교가 어려워졌다. [※참고 : 통계는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이를 무시한 건 아쉽다. 이유야 어찌 됐든 과거 통계와의 연계는 끊겼다.] 

그렇다고 자영업자의 현실을 숫자로 들여다볼 방법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추세적인 흐름은 살펴볼 수 있다. 가령, 자영업자 소득의 증감률을 분석해 나열해보는 식이다. 

각 분기별로 전년 대비 자영업자의 소득이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를 일일이 따져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참고 : 다행히 정부는 올해 1분기 지표를 두고 전년(2019년 1분기) 대비까지만 비교가 가능하게끔 보정했다.]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

기본적으로 소득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기 마련이다. 체감하기 어려운 국민이 대다수겠지만, 소득통계는 꾸준히 ‘전년 대비 증가’를 기록했다. 예컨대, 우리나라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999년 1만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06년 2만 달러를 넘었다. 2017년에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인 3만 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평균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뚜렷할 뿐이다. 소득격차, 물가상승률 등이 우리네 현실 지갑을 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통계상으로 소득이 감소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계가 증가할 때도 물가상승률 등 여러 변수 탓에 신통치 않았던 소득이었는데, 역으로 통계마저 감소했다면 현실소득은 어떻게 될까. 그만큼 통장 잔액이 쪼그라들었다는 거고, 월급쟁이로 치면 임금이 깎였다는 거다. 그렇다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더스쿠프는 정권별로 자영업자의 삶이 어떻게 요동쳤는지 들여다봤다. 시점은 각각의 정부가 출범 이후 밟아온 2년9개월(총 11분기)을 기준으로 잡았다. [※참고 : 이명박 정부(2008년 3분기~2011년 1분기), 박근혜 정부(2013년 3분기~2016년 1분기), 문재인 정부(2017년 3분기~2020년 1분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문재인 정부의 집권 출발이 다른 정부보다 빨랐던 탓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분기를 분석 시점으로 통일했다.] 

영세 자영업자에 집중된 소득 감소

다각도로 증감률을 분석하기 위해 범주는 세가지로 나눴다. ‘전체가구 사업소득’ ‘근로자외 가구 사업소득’ ‘근로자외 가구 가처분소득’ 등이다. 그러자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숫자들이 드러났다. 각 정부별 집권 4년의 결과를 들여다보자. 

■전체가구 사업소득 증감률 = 통계청 가계동향의 조사대상은 둘로 나뉜다. 가구주가 근로자인 ‘근로자가구’, 무직ㆍ자영업자ㆍ기업 오너 등이 가구주인 ‘근로자외 가구’다. 소득은 고용관계에 의해 노동을 제공하고 얻은 ‘근로소득’과 사업을 통해서 벌어들인 ‘사업소득’으로 나뉜다. 

언뜻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선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이 자영업자일 경우 이들의 소득이 사업소득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 전체가구의 사업소득을 먼저 들여다본 건 이런 취지에서다. 한국 자영업계의 소득 변화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숫자라고 판단했다. 

자영업계 위기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었음을 방증하듯, 전체 가구에서 ‘사업소득 감소’를 피한 정부는 없었다. 각각의 정부에서 사업소득 감소(전년 동기 대비)가 연속해서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2분기까지 총 3회 연속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 땐 2014년 4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4회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소득이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현실은 더 나빴다.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총 5회의 소득 감소가 발생했다. 특히 2019년 3분기 땐 4.9%나 감소했다. 분석 기간 중 최대의 감소폭이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때와 맞물렸다는 호재가 있긴 했지만, 대외환경이 썩 좋았던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다. 전체가구 사업소득이 줄어든 것도 절묘하게 이 시기(2008년 4분기~20 09년 2분기)와 맞물린다. 박근혜 정부 땐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란 비극을 겪었고, 이듬해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가 확산했다. 

이 역시도 박근혜 정부의 사업소득 감소 시기와 겹친다. 이런 맥락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갈등, 미중 무역전쟁 등을 겪고 코로나19란 어쩔 수 없는 바이러스를 만난 문재인 정부에서 사업소득이 감소했다는 걸 환경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 증감률 = 다른 관점에서 봐도 문재인 정부의 자영업자 현실이 앞선 두 정부보다 나은 점을 찾는 게 어렵다. 이번엔 통계의 범위를 좀 더 좁혀보자. 가구주가 자영업자ㆍ무직인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 증감률이다. 

이명박 정부 때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이 감소한 건 2009년 1분기 단 한번뿐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소득감소 횟수가 5회로 늘더니, 문재인 정부 땐 총 11분기 중 9분기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7년 3분기~4분기만 상승세를 보였고, 나머지 분기에선 모두 고꾸라졌다. 

이 지점에선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하다. “전분기 소득이 너무 많이 늘어서 다음 분기부터 줄어든 건 아닐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소득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면, ‘감소율’이 두드러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 11분기의 평균 증감률은 -2.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자! 지금부턴 소득 분위별 사업소득 증감률을 따져보자. 소득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총 11분기 동안 이명박 정부 4회, 박근혜 정부는 2회 줄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7회나 사업소득이 감소했다. 11분기 동안의 증감률 평균도 문재인 정부만 유일하게 마이너스(-7.3%)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5.0%), 박근혜 정부(12.2%) 땐 평균 증감률이 플러스였다. 1분위 지표만 말썽인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기엔 ‘2분위(-7.2%)’ ‘3분위(-1.7%)’ ‘4분위(-3.8%)’에서도 근로자외 가구 사업소득 평균 증감률이 마이너스였다. 1~4분위 자영업자가 나란히 저소득의 질곡에 빠졌다는 얘기다. 

유일하게 5분위의 사업소득 평균 증감률만 0.4%로 높았다. 모든 분위에서 평균 증감률이 플러스였던 이명박 정부와 2분위(-2.3%)와 4분위(-0.5%)에서만 마이너스를 기록한 박근혜 정부와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근로자외 가구 가처분소득 증감률= 장사로 벌어들인 돈이 감소세를 보이는데, 여윳돈(가처분소득ㆍ물가 상승률, 이자, 사회보험료 등을 고려한 실제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이 풍족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11분기 동안 근로자외 가구 가처분소득은 2018년 1~4분기, 2019년 3분기 등 총 5회 감소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1ㆍ2ㆍ3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가처분소득 감소가 도드라졌다. 

11분기 중 각각 6회(1분위), 8회(2분위), 7회(3분위) 가처분소득이 줄었다. 증감률의 평균값마저 -5.2%(1분위), -4.3%(2분위), -2.0%(3분위)로 좋지 않았다. 가처분소득이 구매력의 지표라는 점에서 감소 횟수가 많은 건 뼈아프다. 자영업 가구의 실질적인 경제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인 동시에 가게에 놓인 제품을 사갈 고객의 지갑도 얇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 집권기 자영업자의 통계는 지금보다 좋았다. 근로자외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분기마다 전년 대비 증가했다. 증감률의 평균값도 5.3%로 높았다. 2ㆍ3분위 가구를 통틀어 소득감소도 1회(3분위, 2009년 1분기)에 불과했다. 1분위 가구의 소득감소는 5회에 달했지만 평균 증감률은 4.6%를 기록했다. 

이는 소득이 증가할 때 그 폭이 컸다는 얘기다. 나머지 분위의 근로자외 가구 가처분소득 증감률 역시 플러스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근로자외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2회 감소했다. 그럼에도 증가폭은 나쁘지 않았다. 

평균 증감률 2.6%를 기록했다. 물론 숫자만 놓고 자영업 정책의 성적표를 따져선 안 된다. 연속의 산물인 경제는 전 정부의 성적표가 다음 정부에 이어지게 마련이다. 대내외 변수 역시 정권별로 다르고, 상황도 똑같지 않아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게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숫자까지 외면하면 자영업자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숫자는 건조하지만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때마다 위기가 반복된다는 이유로 자영업계의 현실을 단순한 엄살로 보거나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미 자영업자가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과 정책의 실패의 탓도 있다”고 꼬집었다.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 들어 유난히 자영업자의 소득감소 횟수가 잦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기인한 위기는 자영업자 개개인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악화하는 이들의 삶의 질을 통계로 계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절하면서도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광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조차 어려운 시기다. 정부는 2025년까지 114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드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거창한 성장 구호를 내세웠다. 이 구호 안에 자영업계의 엄중한 현실은 얼마나 반영됐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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