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의 일침

곰표 브랜드 마케팅은 기대 이상의 화제를 끌었다. 내놓는 굿즈마다 완판을 기록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성적표는 없을지 모른다. 대한제분 입장에선 MZ세대에게 회사를 알리는 데도, 곰표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도 성공한 듯하다. 그렇다면 트렌드가 돼버린 곰표식 ‘이색 콜라보레이션’의 인기는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박재현(53)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에게 곰표 마케팅의 한계를 들어봤다.
 

밀레니얼세대 소비자들은 세련된 것보다 ‘남과 다른 것’ ‘촌스럽고 엉뚱한 것’에 열광한다. [사진=뉴시스]
밀레니얼세대 소비자들은 세련된 것보다 ‘남과 다른 것’ ‘촌스럽고 엉뚱한 것’에 열광한다. [사진=뉴시스]

양조업체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 곰표가 만든 ‘곰표 맥주’는 출시된 지 두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인기가 좋다. 편의점과 마트 여러 곳을 다녀도 좀처럼 사기가 어렵다. 입고는 됐나 싶어 매장에 물어보면 “들어오긴 했는데 다 팔렸다”는 말만 돌아온다. 패딩·티셔츠·화장품·맥주… 곰표가 붙은 굿즈가 나오는 족족 완판에 품절 행진이다. 대한제분이 곰표 마케팅을 시작한 이유는 MZ세대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활발한 노출로 B2C 시장의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이 정도면 제법 성공한 마케팅이 아닐까.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일부 브랜드 전문가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밀가루 업체로서 좋은 마케팅인지는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왜일까. 박재현(53)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에게 곰표 브랜드의 한계와 브랜드 마케팅의 비밀을 들어봤다. [※ 참고 : 박 대표는 국내 대표 브랜드 전문가이자 브랜드 네이미스트다. LG 에어컨 ‘휘센’, CJ ‘주부초밥왕’, SK 엔진오일 ‘지크(ZIC)’, 안랩(안철수연구소), NHN, 청정원 ‘카레여왕’, 일동후디스 ‘트루맘’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브랜드 수백개가 그의 작품이다.] 

 

✚ ‘곰표’ 마케팅에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 
“글쎄. 브랜드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땐 곰표 브랜드의 인기가 내년까지 이어지긴 힘들다고 본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지속 가능성이 낮아서다. 곰표 이상의 매력적인 브랜드가 나타나면 소비자는 금세 그쪽으로 몰릴 거다.”

✚ 근거를 설명해 달라.
“과거 소비자는 천편일률적이더라도 유명한 브랜드를 구매했다. ‘남이 많이 사는  걸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밀레니얼세대 소비자는 다르다. ‘남들과는 다른 것’ ‘흔하지 않은 것’을 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세련되게 꾸민 것보다 촌스러운 것, 뜬금없는 것에 더 열광한다. SNS에서 감感을 표출하기 위해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들은 곰표라는 밀가루 브랜드가 아니라, 곰표가 주는 유희를 소비하는 것에 가깝다. ‘나 곰표 맥주 마셔봤다’ ‘곰표 패딩 입어봤다’는 식으로 인증할 소재를 찾았단 거다.”

 

✚ 그럼 어떻게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 하나.
“브랜드 마케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변함은 없지만 변화는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변함없다는 건 마케팅에 본질을 담는 걸 의미한다.” 

✚ 본질을 담은 브랜드 마케팅이 뭔가.
“예를 들어보자. 수년전 휠라는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콜라보를 하면서 운동화에 메로나 색감과 디자인을 담았다. 운동화와 아이스크림은 생뚱맞은 조합이었지만, 운동화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살렸다. 콜라보를 할 때 균형감각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 그럼 곰표 콜라보는 뭐가 문제인가. 
“현재 곰표의 콜라보에는 본질인 ‘밀가루’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브랜드가 영속 가능하려면 유행과 상관없이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곰표 맥주는 세븐브로이의 포트폴리오로서는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곰표는 밀가루 브랜드다. 맥주가 아무리 잘 팔려도 곰표의 경쟁력과 직결되긴 어렵다는 얘기다.”

 

박재현 대표는 “브랜드 마케팅을 할 때 트렌드를 좇더라도 반드시 정체성은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대현 대표 제공]
박재현 대표는 “브랜드 마케팅을 할 때 트렌드를 좇더라도 반드시 정체성은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대현 대표 제공]

✚ 곰표가 밀가루의 특징을 살려 콜라보를 한 덕분에 인기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는데.
“그것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본다. 사실 화장품·옷·술·세제 등이 밀가루와 무슨 상관이 있나. 극단적으로 말하면 끼워 맞추기식 풀이다.”

✚ 어쨌거나 유통가엔 곰표 외에도 이색 콜라보를 꾀하는 업체가 많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트렌드를 좇는 브랜드와 정체성을 버리고 트렌드를 따르는 브랜드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자는 트렌드는 잡을지 몰라도 소비자의 마음은 잡지 못한다. 마케팅은 결국 재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재미로만 접근하면 연속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어렵다.”

✚ 이색 콜라보가 브랜드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필요한 브랜드만 해야 한다. 아울러 재미보단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아파트나 자동차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밈(meme)이나 이색 콜라보 마케팅을 하기에 유리하지 않다. 프리미엄 제품의 소비자는 그런 가치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럼 업력이 긴 브랜드는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하나. 
“대한제분뿐만 아니라 50년 안팎의 업력을 가진 브랜드가 꽤 많다. 이들은 당분간 곰표와 같은 마케팅을 할 것으로 본다. 어쨌든 트렌드니까. 무엇보다 브랜드의 적절한 ‘안티에이징(anti-aging)’ 전략이 필요하다. 감을 잃지 않고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 

✚ 예를 들면?
“스마트폰 시장을 보자. 삼성전자·애플 등은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매번 최신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한다. 기능만 개발해 봤자 소비자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늙은 브랜드라도 늙어 보이지 않아야 한다.”

✚ 스타벅스도 늙었지만 늙어 보이지 않는 브랜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스타벅스는 매시즌 신메뉴를 내고 매장 곳곳에 잘 보이게 전시한다. 덕분에 늘 같은 브랜드에 같은 매장이지만 소비자들은 갈 때마다 뭔가 새롭다고 느낀다. 아울러 굿즈에는 정체성을 강하게 살리면서 트렌드를 담는다. 캠핑이 인기를 끌자 서머 체어(캠핑의자)를 주고, 장마로 비가 많이 오니까 우산을 주는 식이다. 여기에 희소성까지 놓치지 않는다. 젊은 브랜드가 아닌데도 젊게 느껴지는 이유다. 결국 트렌드를 좇더라도 자신에 맞게 옵티마이징(최적화)해야 소비자와 정체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단 얘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