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철의 바른투자 | 탈세계화 이코노미

세계화는 수십년간 글로벌 경제를 이끈 주요 원동력이었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세계 주요국이 보호무역을 앞세우면서 탈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올 상반기 세계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도 탈세계화를 부추기는 변수 중 하나다. 문제는 세계화 과정에서 고도성장한 우리나라다. 탈세계화 앞에서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19가 탈세계회 기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라 사진은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모습.[사진=뉴시스] 

세계화(Globalization)는 20세기 전 세계의 정치·경제·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국가 간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자원교환, 무역, 인구이동 등이 활발해졌다. 세계화는 통신·교통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1990년대 본격적으로 개화한 인터넷의 발전은 지구촌 어디에 있든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 불린 이유다.

교통의 발달로 다른 나라를 방문하기가 쉬워지면서 문화의 교류도 빠르게 진행됐다. 세계관광기구(UN World Tourism Organization·UNWTO)에 따르면 해외여행객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5%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2000년 6억7400만명이었던 전 세계 해외여행객은 지난해 14억6000 만명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전 세계 인구가 77억1000만명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세계인구 5명 중 1명이 해외여행을 한 셈이다.

당시 우리는 세계화가 역사적인 흐름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일이라고 믿었다. 세계화가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삶의 질을 높여줬다고 믿는 이들도 많았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무역할 때 매기는 관세가 낮아졌고,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해외에서 생산한 물건을 싸고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형성되면서 국가간 분업과 협업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세계 경제 규모의 증가로 빈곤율 역시 개선됐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빈곤율은 1990년 35.0%(18억5000만명)에서 지난해 8.2%(6억3200만명)로 크게 줄었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을 반反자본주의라고 여겼다. 세계화를 거부하는 것은 경제적 발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선 탈脫세계화의 요구가 거세다. 이들은 세계화가 빈부격차·자원고갈·환경파괴 등의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세계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빈부격차를 꼽는다. 세계화를 주도하는 세력이 정치에 영향을 주고, 정치세력은 무역과 금융의 벽을 허물어 다국적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생태계를 구축한다.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자본력과 기술력이 없는 국가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헐값에 팔면서 가난한 국가들이 더 빈곤해진다는 것이다. 세계화로 축적된 부가 일부 다국적기업과 선진국에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편협한 주장이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일리가 없지 않다. 세계화를 이끈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은 자본·기술력을 무기로 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에 진출해 배를 불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 더 싼 노동력과 자원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는 주요 국제기구를 지원하고 있는 곳도 주요 다국적 기업이다.

거세지는 탈세계화 바람


세계화의 부정적인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간 상호 의존성이 증가하면서 한 국가의 문제가 전 세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도 숱하게 많아졌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장단점을 가진 세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국보호주의가 팽배해졌다. 탈세계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이후 더욱 빨라졌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유럽·중국·일본 등에 무역보복 조치를 아무렇지 않게 취하고 있다. 외교적 영역이었던 미군 부대 주둔 문제도 경제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미국의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는 민주당의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공약도 자국 산업의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이는 미국 등 서방의 선진국이 경쟁력을 강화한 신흥국과의 경쟁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자국의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자 탈세계화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더 이상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탈세계화의 바람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만나면서 더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경기침체에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부쩍 강해졌다.

실례로 글로벌 밸류체인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국경 폐쇄로 이어지면서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이전·Reshoring)이 증가하고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다국적 기업의 80%가 코로나19 사태로 리쇼어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탈세계화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사진=뉴시스]

문제는 탈세계화가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세계화 덕이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수출시장에 뛰어들었고, 지금도 수출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201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와 수출의존도는 각각 66.2%, 35.1%에 이른다. 그렇다면 탈세계화가 한창인 지금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수출기업은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해 대체불가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탈세계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더불어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탈세계화가 미칠 영향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비중은 1996~2005년 평균 70.1%에서 2006~2015년 평균 56.0%로 14.1%포인트나 하락했다.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내수 비중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수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의 정치적 선택도 더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이란 G2 틈바구니에 껴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건 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힘의 논리에 밀린 선택보다는 우리나라의 이익을 생각한 합리적인 결정이 긴요하다. 탈세계화로 방향을 돌렸다. 관건은 탈세계화라는 거센 물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다. 탈세계화 기조에서 선택의 시간이 앞당겨지고 있다.

글=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정리=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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