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골목상권 전문가 이동주 의원

아이러니한 일이다. 약자를 대변한다던 문재인 정부 들어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골목상권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약속했지만 이들의 몰락을 막기엔 역부족처럼 보인다. 회생 방법은 없을까. 골목상권 전문가 이동주 의원에게 답을 물어봤다. 그는 “왜 정부의 파트너는 늘 대기업이어야 하는가”란 반문을 제기하면서 주장을 폈다. 골목슈퍼 사장님도 중요한 정책 파트너란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이동주 의원은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규제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동주 의원은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규제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장에서 자영업자의 척박한 삶을 체감해온 골목상권 전문가다. 수년째 계속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운동을 이끌었다. 카드 수수료 인하정책을 관철하는 일에도 시민단체의 일원으로 앞장섰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법이 느긋하게 잠든 사이 골목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을 더는 방치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한 자영업자의 소득지표를 보곤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이번 정부 들어 사업소득 통계가 더 악화했다. 
“위태로운 신호다. 통계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 더 나쁠 거다. 그렇다고 현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카드 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 등 정책적인 성과도 있었다. 다만 정교함이 부족했는지 기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두드러질 때도 있었다. 아쉬운 대목이다.”

✚ 정부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는 얘기인가.
“자영업계 위기 원인을 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실제로 원인이 복합적이기도 하다. 누구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또 누구는 골목상권의 경쟁력 상실 등을 말한다. 틀린 말은 없다. 하지만 비중으로만 따지자면 다른 이유를 꼽고 싶다. 바로 대기업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이다.”

✚ 유통시장의 양극화를 말하는 건가.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등 각 분야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 특히 유통업계는 타격이 컸다.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가 신통치 않은 것도 양극화가 원인이라고 본다.”

✚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규정한 법을 1호 법안으로 제출한 것도 그 때문인가. 
“골목 좀 그만 침범하라고 법을 만들었는데, 대기업은 사각지대를 파고든다. 한 달에 두 번 쉬는 것도 못마땅한지 규모가 더 큰 복합쇼핑몰을 출점해 상권을 유린하고 있다. 일단 울타리부터 촘촘하게 만들자는 의도였다.”

✚ 여론의 반발도 있다. 편의성과 효율을 갖춘 복합쇼핑몰인데, 휴업하면 주말에 시간을 보낼 곳이 없다는 거다.
“상상해보자. 골목상권이 몰락해 집 근처 생필품을 살 데라고는 대기업 유통채널뿐인 세상이다. 대파 한줌을 사는데도 차를 끌고 대기업 매장을 애써 찾아가야 하는 발걸음은 과연 가볍겠는가.”

의무휴업 규제는 양극화 방지 울타리

✚ 의무휴업제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분석도 많다. 이들이 쉰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맞다. 대기업 매장이 쉰다고 골목상권이 즉각 살아나는 건 아니다. 의무휴업은 유통시장의 대기업 집중력을 줄이기 위한 아주 최소한의 장치다. 이것도 없었다면 골목상권의 몰락 속도는 더 가팔랐을 거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영세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척박한 경제 생태계다.[사진=뉴시스]
자영업자 대부분이 영세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척박한 경제 생태계다.[사진=뉴시스]

✚ 강력한 규제는 산업발전을 저해한다. 실제로 국내 유통대기업은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데.
“의무휴업을 없앤다고 이들이 과연 구조조정을 멈출까. 지역과 상권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출점했으니 그에 따른 부메랑 효과일 뿐이다. 불황으로 국민 지갑이 얇아졌는데 매장을 늘렸으니 버텨낼 재간이 없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대기업 걱정이나 할 때가 아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이마트는 창사 이래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본 적이 없다. 롯데쇼핑도 순이익 면에서 적자를 기록한 적은 있어도 영업이익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다. 난다 긴다 하는 대기업도 대내외 변수에 휘청거릴 때가 있는데, 이들은 그런 위기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이제 자영업자 소득 얘기를 다시 해보자. 영세 자영업자는 가뜩이나 소득 규모도 적은데, 전년 대비 감소하기까지 한다. 양극화의 실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통계다. 불황의 그늘은 대기업보다 자영업자에게 더 짙게 깔리게 마련이다.”

✚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줄었다고 치자. 자영업자 형편이 정말 나아질까.
“그때부턴 구제와 지원의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책이 필요하다. 유통산업은 구조적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 휩싸여 있다. 흐름대로 방치하면 승자독식 논리로만 치닫게 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시장을 독식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 방치하지 않고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
“정부가 특정 산업의 육성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익숙하게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대기업 오너가 파트너로 선다는 점이다. 유통산업의 상생과 발전을 얘기하는 자리에서도 그랬다. 이들이 산업의 중요한 일원인 건 맞지만, 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가령 한국판 뉴딜 정책 중 유통산업을 논하는 자리에 슈퍼 사장님이 참여해 골목 얘기를 꺼내면 어떨까. 첨단기술로만 떠들썩한 유통산업 정책도 골목으로 조금은 기울게 되지 않을까.”

✚ 첨단기술을 통해 유통혁신을 꾀하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골목상권도 혁신은 할 수 있다. 조직화된 상권이라면 지자체와 협업해 기술을 습득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인천 서구 상권은 지역화폐인 서로e음 플랫폼과 접목한 배달 서비스인 ‘배달서구’를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요새는 네이버ㆍ카카오 등 공룡 IT기업도 골목상권과의 접점을 늘리는 추세다. 물론 그 과실 대부분을 기술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이 독식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

✚ 골목상권의 진정한 혁신은 무엇인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항상 민감하게만 대응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국민들이 골목상권에 요구하는 건 생활밀착형 요소들이다. 골목엔 각각의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다. 이를 보듬어 살피다보면 상권을 살릴 묘책이 나온다.” 

한국판 뉴딜과 골목상권

✚ 골목상권의 몰락은 산업의 흐름이라는 주장도 있다.

“취업시장도 위태로운데 몰락하고 나면 기댈 곳이 있는가. 그 사회적 비용은 또 어떻게 감당할까. 자영업자가 바로 우리네 이웃이다. 이들의 삶의 주름을 펴게 하면 한국경제의 밑단에도 온기가 돌게 된다.”

✚ 당장은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그야말로 빈사 상태다. 하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진지하게 회생을 논의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자영업자가 힘든 이유를 입체적으로 추적하는 일도 필수다. 가장 중요한 건 골목과 내수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지다. 어떻게 해야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으로 옮겨보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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