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자산회전율 2008 vs 2019

지난해 코스피 200대 기업의 고정자산회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떨어졌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코스피 200대 기업의 고정자산회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떨어졌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틈만 나면 ‘기업의 투자’를 강조하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규제완화나 세제혜택이란 당근책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한국판 뉴딜’을 펼치는 과정에서도 이런 ‘노력’이 엿보인다. 그럼 기업은 얼마만큼 투자를 했고, 얼마나 좋은 효과를 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피 200대 기업의 고정자산회전율을 들여다봤다. 결과는 예상보다 나빴다. 

153조8000억원. 산업은행이 지난 7월 조사해 발표한 국내 기업들(3700곳)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계획 규모다. 2019년 설비투자 실적은 166조2000억원으로 7.6%(12조4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19다.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종별로도 전기ㆍ가스, 석유정제, 운수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종에서 투자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기업들의 설비투자 축소 결정 배경이 과연 코로나19 때문인지는 의문이다. 2019년 설비투자 실적도 전년보다 0.9%(1조5000억원) 줄었고, 2018년 설비투자 실적 역시 167조7000억원으로 2017년(189조8000억원)보다 11.6% 줄었기 때문이다.

회전율 높은 업종은 가구와 건설

이쯤 되면 코로나19보다는 전반적인 추세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기업들이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참고 : 물론 투자를 줄여도 기존 고정자산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전체 고정자산은 늘어난다.]

그 이유를 짐작해볼 만한 자료가 여기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살펴본 코스피 200대 기업의 고정자산회전율 분석 자료다. 고정자산회전율(이하 회전율)이란 기업의 매출에다 고정자산(비유동자산)을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고정자산(투자) 증감과 매출(효과) 증감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투자 대비 성과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회전율은 100%를 기준으로 수치가 높으면 자본을 좀 더 효과적으로 썼다는 의미고, 그보다 수치가 낮다면 자본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회전율이 200%면 100의 자본(고정자산)으로 200의 매출을 낸다는 뜻이고, 400%면 100의 자본으로 400의 매출을 올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스피 200대 기업의 회전율은 전반적으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우선 지난해 전체 평균 회전율은 124.5%였다. 회전율이 100%를 넘긴 곳은 107곳에 불과했다. 회전율이 50%도 안 되는 기업이 47곳이나 됐다.

코스피 상위 200대 기업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걸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평균 회전율보다 회전율이 낮은 기업이 115곳이나 됐다. 절반 이상의 기업이 평균 회전율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가구업종 회전율이 215.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건설(165. 9%), 제약바이오(157.2%), 화학(155.3%), 자동차ㆍ부품(151.6%), 식품(146.4%), 전기부품(135.7%), 조선(135.4%), 전자ㆍ반도체(133.4%) 순이었다.

회전율이 낮은 업종은 설비투자가 필요 없는 지주사(9.5%)를 제외하면 건축자재업종이 65.6%로 가장 낮았다. 그 뒤로 통신(77.6%), 철강(88.8%), IT서비스(93.2%), 기계ㆍ부품(99.5), 유통(104.2%), 운수(105.2%) 순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한국쉘석유(화학ㆍ윤활유)의 회전율이 694.4%로 가장 높았다. 국내 기업이 아닌 다국적기업의 회전율이 가장 좋았던 거다. 포스코인터내셔널(무역ㆍ675.5%), 남해화학(화학ㆍ572.6%), 화승인더스트리(신발ㆍ438.1%), 현대리바트(가구ㆍ346.1%), F&F(의류ㆍ318.1%) 등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회전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지주사와 컨설팅사를 제외하면 에이프로젠KIC(기계ㆍ15.2%)이었다. 롯데관광개발(관광ㆍ16.0%)과 풀무원(식품ㆍ16.4%), SK이노베이션(화학ㆍ20.0%)도 하위권이었다.

더스쿠프는 지난해 회전율을 다른 시기와도 비교해봤다. 시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과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6년이다. 이를 비교 시점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은 당시의 악화된 경영환경과 비교해 얼마나 개선됐는지 보기 위한 것이었고, 2016년은 과연 이전 정부 때와 비교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본 것이다. 참고로 현재 기준점을 2019년으로 삼은 건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빼고 살펴보기 위함이다.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해 평균 회전율은 2008년보다는 68.0%포인트 줄었고, 2016년보다도 21.2%포인트 줄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자본 활용도 혹은 투자 대비 효과가 전보다 훨씬 못하다는 얘기다. 2008년보다 회전율이 오른 기업은 56곳, 2016년보다 회전율이 오른 기업은 76곳에 불과했다. 124개 기업은 2016년보다 회전율이 더 낮았다. 2008과 2016년 모두 회전율이 오른 기업은 34곳이었다.

2008년 대비 100%포인트 이상 회전율이 개선된 기업은 화승인더스트리와 호텔신라 등 10곳이었지만, 2016년 대비 100%포인트 이상 개선된 기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화승인더스트리 2곳뿐이었다. 

특히 2008년과 2016년 사이 평균 고정자산이 68.1% 증가하는 동안 기업들의 평균 매출은 27.7%밖에 늘지 않았다. 2016년과 2019년 사이엔 평균 고정자산이 17. 1% 늘어날 동안 기업 평균 매출이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이 모든 통계수치는 코로나19 상황이 닥치기 전의 것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기업들의 투자가 매출로 귀결되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정자산회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가구업, 가장 높은 기업은 다국적기업인 한국쉘석유였다.[사진=연합뉴스]
고정자산회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가구업, 가장 높은 기업은 다국적기업인 한국쉘석유였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2월 코로나19가 닥쳤을 때도 문재인 대통령은 “예정된 설비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해달라”면서 “선제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주문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 투자를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더스쿠프가 살펴본 고정자산회전율을 보면 투자 대비 성과가 뻔히 보인다. 정작 중요한 건 ‘얼마나 투자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투자를 하느냐’가 아닐까.


김정덕ㆍ김미란ㆍ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김다린ㆍ고준영ㆍ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이혁기ㆍ최아름ㆍ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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