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후폭풍

세입자들의 염원이었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드디어 시행됐다. 임대 기간은 최장 4년으로 늘어났고, 무분별한 전월세 임대료 상승률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있어서다.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는 반전세도 증가하고 있다. 집 없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7월 31일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의 여파다. 국회는 7월 30일 본회의를 열고 임대차3법 중 2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 문턱을 넘은 2개 법안의 주요 내용은 2년 계약이 끝나도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승폭 상한을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다.

법안의 시행은 속전속결이었다. 정부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법안을 공포했다. 법안 시행에 유예기간을 두면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걸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대차법 개정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임대차법의 시행으로 집 없는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더 살고 싶어도 2년 계약이 끝나면 집을 비워줘야 했다. 집값이 오르거나 인근의 시세가 오를 때마다 많게는 수천만원씩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걱정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변환기, 세입자가 겪어야 할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59주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20년 8월 2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3일 대비 0.14% 상승했다.

8월 1주 0.17% 대비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지난해 7월 1주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전세 수급 동향 지수는 117.5로 2016년 1월(119.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건데,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은 지난 12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이 7월 29일(3만8557건) 대비 15.7%(6052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 전세 대출 이자 증가 = 더 큰 문제는 전세난이 임차인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많게는 억 단위로 치솟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자. 7월 16일 4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전용면적 84.95㎡인 A아파트의 전셋값은 7월 23일 5억200만원으로 7000만원 상승했다. 강남구 일원동의 B아파트(전용면적 83.69㎡) 전세가격은 7월 3일 6억1000만원에서 23일 7억5000만원으로 20일 만에 1억4000만원이나 치솟았다.

전셋값 상승에 늘어난 주거비 부담

강서구 가양동의 C아파트(전용면적 84. 99㎡)의 전세가격도 한달 사이 4000만원 올랐다. 8월 첫째주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금리가 2.4%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한달 이자가 8만~34만원이나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최근에는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분양가를 추월했다는 얘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 늘어난 월세 부담 = 임대차법 시행이 월세 부담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임대 수익이 적은 전세 대신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받는 반전세(준전세)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1929건)에서 반전세(242건)가 차지하는 비중은 12.5%에 달했다. 반전세 거래 비중은 5월 10.2%(전월세 1만3288건 중 1361건)에서 6월 9.5%(전월세 1만1913건 중 1137건)로 감소했지만 7월 9.9%(전월세 9777건 중 968건)로 증가하면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서울시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을 기록했다. 이를 기준으로 전세금 5억원의 아파트 계약을 2년 연장하면서 전세금 2억원의 반전세로 바꾼다고 가정해보자(전월세 인상률 5% 적용). 현재 전월세전환율 법정상한선은 4%(기준금리 0.5%+3.5%)다.

전세보증금 5억원의 80%인 4억원을 은행에서 빌렸을 때 내는 이자는 월 80만원(4억원×2.4%÷12개월)이다. 하지만 반전세로 전환하면 주거비 부담은 148만원(월 이자 40만원+월세 108만원)으로 68만원이나 증가한다.[※ 참고: 전월세 상한을 적용하면 계약 연장 시 보증금은 5억2500만원이다. 이 기운데 2억원을 보증금으로 설정하고 3억2500만원을 월세로 전환하면 임차인이 내야 하는 월세는 108만원이다.] 이마저도 초저금리가 유지될 때의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25%를 회복해 전월세전환율이 4.0%에서 4.75%로 높아지면 월세는 128만원으로 20만원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 ‘2+2’ 끝나는 4년 뒤도 걱정 = 계약갱신청구권이 완료되는 4년 뒤도 걱정이다. 임대차법은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새로운 임대차 계약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4년 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크게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파트 공급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크게 인상될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하지만 업계의 전망은 다르다. 22번의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임대차법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공동대표)는 “임대료를 규제한 베를린·뉴욕 등의 임대료가 크게 상승했던 이유”라며 “임대인이 재계약을 거부하고 새로운 계약에서 임대료를 크게 인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4년마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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