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싱글맘 재무설계 下

아이를 혼자서 키우는 싱글맘은 남들보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특히 촘촘한 재무계획을 세우는 건 필수다.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점점 늘어나는 재무 이벤트를 홀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충분한 여윳돈이 필요한데, 이같은 이유로 이번 사연의 주인공 박화영(가명·35)씨는 대출 낀 집을 과감히 정리하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박씨의 재무 설계를 도왔다.

경제적 부담을 혼자 져야 하는 싱글맘에게 꼼꼼한 재무 설계는 필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적 부담을 혼자 져야 하는 싱글맘에게 꼼꼼한 재무 설계는 필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재무상담에서 집을 처분하고 부모님 집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박씨. 이는 지난해 남편과 이혼한 후 두 자녀를 혼자 키우느라 늘어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그도 그럴 게 박씨는 자녀들을 기르는 조건으로 남편으로부터 자가 빌라(매입가 2억원)를 받았는데, 대신 대출금(잔금 1억1124만원)을 혼자서 갚아야 했다. 월 53만원씩 내는 대출상환금은 싱글맘에게 적지 않은 부담임에 분명했다.

남편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었다. 이혼하면서 박씨는 남편으로부터 매월 100만원씩 양육비를 받기로 합의했지만 첫 2개월 이후론 한번도 받질 못했다. 남편이 잦은 이직을 이유로 들면서 양육비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씨의 형편이 넉넉한 편도 아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박씨의 월 소득은 373만원. 직장에서 353만원을 받고 아동수당으로 20만원을 지원받는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첫째의 교육비를 생각하면 박씨는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럽다.

그렇기에 지난 상담에선 박씨의 가계부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박씨는 1·2차 상담에서 소비성 지출을 144만원 줄였고, 경조사비(10만원)·의류비(10만원)·의료비(10만원) 등 30만원을 새로운 비정기 지출항목으로 추가했다. 그 결과, 월 3만원씩 초과지출하던 박씨는 잉여자금 111만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집을 판 뒤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8876만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이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박씨는 상담 초기에 대출금 상환→자녀 교육비 마련→노후 준비 순으로 재무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제 집을 처분했으니 대출금은 갚을 필요가 없게 된 만큼 다시 재무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박씨는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해 자녀 관련 지출이 사라지게 될 시점에 자그마한 아파트를 매입해 살고 싶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부채가 없는 자가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새로 추가했다. 하지만 현재 자산(8876만원)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박씨에게 목표를 정해놓고 차근차근 돈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조언했다.

먼저 여유자금 111만원 중 50만원을 매월 제2금융권 은행에 저축하기로 결정했다. 신협·축협 같은 제2금융권 중에선 각 지점이 개별 법인으로 운영하는 은행이 더러 있다. 이런 지점은 종종 자체적으로 금리를 우대하는 특판 상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이를 활용하면 시중 은행보다 좀 더 높은 금리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박씨가 선택한 은행상품의 장점은 또 있다. 보통 은행 상품의 경우 이자 수익에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지만, 박씨의 은행상품은 1인당 예금액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혜택이 있다. 큰 목돈을 만들어야 하는 박씨에게 여러모로 적합한 상품이란 판단이 들어 앞으로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이 돈은 추후 박씨가 새로 집을 장만하는 데 쓸 예정이다. 다만, 농어촌 특별세(1.4%)는 여전히 부과되므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씨는 이혼 후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렸을 때부터 경제관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월 9만원씩 일반 시중은행에 예금하기로 결정했다. 모은 돈은 경제관념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자금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시중은행 상품이 특별한 우대금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교육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간편하게 예금·출금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선택했다.

다음은 노후 준비다. 박씨는 개인연금에 20만원씩 저축한다. 향후 주택 문제, 자녀들 교육 등 목돈이 들어가는 이슈가 많아 아직 큰 금액을 노후에 투자하긴 어렵다. 일단 개인연금으로 최소한의 준비를 갖추고, 여건이 나아지면 추가 납입으로 부족분을 해결하기로 했다.

상품은 투자수익률을 생각해 비과세 상품으로 준비했다. 사업비가 낮은 저사업비 변액연금상품인데, 연금과 투자형 펀드가 결합된 금융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보수금액 등이 저렴해 시간이 지날수록 펀드보다 높은 환급금을 챙겨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경제 성장기가 지나 주식시장의 수익 곡선이 완만해져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엔 펀드 투자 대신 금리형 연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것 또한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소액이지만 주택종합청약저축 통장에도 2만원씩 넣기로 했다. 청약통장은 아파트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기본전제조건이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만들어 두는 게 좋다.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보다 적은 수입을 올리는 가구만 신청할 수 있는데, 2019년 3인 가구 월평균소득은 540만1814원(통계청)이므로 박씨는 충분히 가입조건을 만족한다. 청약통장은 향후 비상금 용도로 활용키로 했다.

적립식 펀드에도 월 1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자녀들 대학 등록금에 사용할 목적으로 모으려고 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기에 약간 공격적으로 준비해도 되겠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투자방법을 선택했다. 5만원은 채권형 펀드, 나머지 5만원은 미국 대형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도록 구성해 수익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다. 특히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이 안정적이어서 재테크 초보자인 박씨에게 여러모로 좋다. 물론 그만큼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금·달러 등 현물투자에도 월 10만원씩 쓰기로 결정했다. 금이나 달러를 사 두었다 시세가 오르면 환전해 차익을 내는 투자법인데,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어 재테크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2~3개월간 금을 꾸준히 사고 조금씩 금액을 추가해 달러도 매입해 보관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현금 8876만원은 CMA통장에 저축하기로 했다. 수익률은 낮지만 언제든지 인출이 가능해 쓰기에 편리하다. 박씨는 적립식 펀드나 현물투자에 익숙해지면 이 돈을 활용해 투자 금액을 늘려보기로 결정했다.

이제 모든 재무상담이 끝났다. 박씨는 111만원으로 주택 마련(52만원), 노후 준비(20만원), 자녀 교육비(30만원)·자녀 경제관념 교육(9만원)에 알뜰히 분배했다. 이제 목표대로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혼자서 두 자녀를 기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험난할 것이다. 부디 박씨가 아픈 과거를 떨치고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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