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40.9%→2019년 88.8%
효율적인 투자로 공급과잉 극복해야

철강업계에서 규모의 경제는 이제 옛말이다. 많이 찍어내는 게 ‘장땡’이던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이젠 경쟁력 높고 부가가치가 뛰어난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제조업 불황으로 인한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 문제가 맞물리면서 고정자산회전율이 악화된 철강업계가 서둘러 사업재편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조업 불황으로 수요가 부진하자 철강업계가 신수요 발굴에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조업 불황으로 수요가 부진하자 철강업계가 신수요 발굴에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조업이 부진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이 ‘산업의 쌀’ 철강업계다. 최근 철강업계가 침체기를 맞은 것도 제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과 관련이 깊다. 중국에서 비롯된 공급과잉과 제조업 불황으로 인한 수요 부진이 맞물려 철강업계의 위기를 초래했다. 그 때문에 철강업계에선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과 설비투자가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럼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철강업계의 노력이 얼마나 빛을 발하고 있을까. 고정자산회전율을 통해 이를 가늠할 수 있다. 고정자산회전율은 기업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적재적소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시총 200대 기업에 속한 6개 철강기업의 지난해 평균 고정자산회전율은 88.8%였다. 전방산업이 수주절벽에 내몰리고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했던 2016년 고정자산회전율이 70.3%였으니 18.5%포인트 개선된 셈이다. 

하지만 낙관적으로만 받아들이긴 어려운 결과다. 해당 철강기업들의 2008년 평균 고정자산회전율이 140.9%였다는 걸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더구나 시총 200대 기업의 지난해 평균 고정자산회전율은 124.5%로, 철강업종의 평균 고정자산회전율은 이보다 35.7%포인트나 낮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정자산회전율이 부진했다. 두 기업은 지난해 각각 81.0%, 73.7%의 고정자산회전율을 기록해 6개 철강기업 가운데 4위와 5위에 머물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사실상 고로 가동을 중단할 수 없어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선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반면 중견 철강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품종 위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매출은 낮아도 되레 투자 효율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사상 첫 분기 영업적자를 낸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1고로의 가동 중단을 선언하고, 신수요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제철도 전기로 열연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저수익 사업의 정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사업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전방산업 부진과 공급과잉, 코로나19까지 철강업계를 덮쳤다.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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