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20.0%→2019년 155.3%
화학 고정자산회전율 2008년 대비 반토막

100만원을 투자해 200만원을 벌었는데, 200만원을 투자해 220만원을 번다면 투자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당연히 안 하는 게 맞다. 지금 국내 화학업계가 딱 그 모양이다. 고정자산회전율을 살펴보면 그렇다.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경영환경은 악화일로였다. 

화학업종의 지난해 고정자산회전율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회전율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학업종의 지난해 고정자산회전율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회전율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학업종(정유+석유화학+무기화학 등)은 시총 200대 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했을 때, 지주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기업들(총 25개)이 포진한 업종이다. 특히 화학업종은 전통적인 제조업이자 국가 기간산업이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은 우리나라 5대 수출품목에 속한다. 그만큼 화학업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요한 건 화학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투자 대비 성과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화학업종 기업들의 고정자산회전율은 155.3%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320.0%)보다는 절반가량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179.7%)보다도 24.3%포인트 하락했다.

화학업종 기업들의 평균 고정자산이 2008년 1조6170억원에서 2조9295억원(81.2% 증가)으로, 지난해엔 3조7224억원(27.1%)으로 늘었다는 걸 감안하면 투자 성과는 마이너스나 다름없다. 같은 기간 평균 매출은 33.8%(2016년) 줄었다가 다시 31.5%(2019년) 상승하는 데 그쳐서다.

화학업계의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탓이 커 보인다. 정유 부문에선 중국의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서서히 오르다 급락하길 반복했던 국제유가, 정제마진 하락 등의 악재가 있었다. 석유화학과 무기화학 분야 역시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요 부진을 겪었다. 

 

태양광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초 한화솔루션과 OCI는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국내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태가 불거지면서 배터리업계(LG화학)도 타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엔 정부 발주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설비들이 있어도 가동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반복됐다는 얘기다. 

다행인 건 아직까진 고정자산회전율이 100% 이상인 기업들이 25곳 중 16곳으로 그렇지 못한 기업들보다는 좀 더 많다는 점이다. 화학업종 평균 회전율도 시총 200대 기업의 평균 회전율(124.5%)보다는 30.9%포인트 높다. 

2016년 대비 회전율이 급격히 떨어진 포스코케미칼과 한국셀석유를 빼면 평균 회전율도 플러스(3.8%포인트 상승)로 바뀐다. 관건은 코로나19 사태를 점점 낮아지는 회전율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느냐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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