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에 치솟는 채소값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오랜만에 집 근처 마트에 들른 김수연(가명)씨는 몇번이나 눈을 의심했다. 며칠 새 채소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애호박 1개 3980원. 오이 3개에 5000원…, 시금치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호박이 비싸봤자 1개에 1500원이었는데, 올라도 너무 올랐네요.” 인근의 전통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어제는 4500원이었는데 오늘은 그나마 조금 내려 3500원”이라는 상인의 말을 뒤로하고 김씨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긴 장마 끝에 치솟는 채소값의 현주소를 인포그래픽으로 분석했다. 

긴 장마 영향으로 채소가격이 폭등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긴 장마 영향으로 채소가격이 폭등하고 있다.[사진=뉴시스]

6월 24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장마가 지난 16일 54일 만에 종료됐다. 역대 가장 길었던 2013년의 ‘49일 장마’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한 이번 장마는 전국 곳곳에 깊은 상처를 냈다. 수확을 앞두고 있던 농경지를 덮치고, 시설물들을 집어삼켰다. 시설재배 채소들도 물속에 잠겼다. 김씨의 눈을 의심케 했던 가격표가 등장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장마 피해로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하다 보니 가격이 춤추고 있는 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애호박(상품) 20개 도매가격은 6만6220원이다. 1개당 가격으로 따지면 3311원이다. 지난해 1만732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82.3%가 올랐다. 어디 애호박뿐이랴. 오이(다다기·상품·100개)도 5만7933원에서 11만6667원으로 101.4% 올랐고, 깻잎(상품·2㎏)도 2만2960원에서 4만8380원으로 지난해 대비 가격이 110.7% 뛰었다. 주요 생산지인 경기도와 강원도를 폭우가 휩쓸고 간 탓이다.


문제는 채소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엔 수산물 가격까지 꿈틀대고 있다. 비가 계속 올 경우 과일값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추석 물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정부는 지난 10일 ‘농산물 수급안정 비상 TF’를 구성하고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집중호우와 장마 등으로 농산물 수급 불안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 일부 채소류 가격이 상승했다”면서 “배추·무·상추·애호박·깻잎 등 하절기 소비가 많고 민생에 밀접한 주요 농산물을 중심으로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얼갈이배추·상추·애호박 등 시설채소는 최근 호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공급이 감소해 높은 시세를 지속 중이지만 일시적”이라며 “생육기간이 짧고 출하회복이 빨라 장마 이후 2~3주 내에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서민들의 한숨은 여전히 깊다. 그동안 장마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고추까지 피해를 입으면서 당장 2~3주가 아니라 그 이후의 물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에 자꾸 지갑만 매만지게 된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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