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경차 UP 출사표

폭스바겐이 경차 업(UP)을 국내시장에 출시한다는 소문이 나돈다. 뜯어보면 경차 같지 않은 경차다. 값은 저렴하지만 제원은 소형차 이상이다. 국내 경차시장을 주도하던 기아차와 한국GM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입산 경차,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인가.

 
2012년 9월 18일. 폭스바겐그룹은 일본 시장에 경차 ‘업(UP)’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유럽에 이은 출시였다. 아시아에선 첫번째였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폭스바겐코리아가 업을 내년에 출시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폭스바겐이 일본을 찍고 한국 경차시장을 노린다는 소문이었다.

업은 배기량 1000cc 미만의 경차다. 폭스바겐의 신개념 시티카(City Car)다. 마틴 빈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폭스바겐의 소형차 세그먼트를 이끌 기대주”라고 강조할 정도로 그룹에서 기대가 크다.

국내에서 경차를 생산하고 있는 완성차업체는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까지는 계획이 없다”며 “업이 한국에 언제 진출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차시장 성장의 시발점 ‘업’

‘폭스바겐 골프(Golf)→폴로(Polo)→업(Up).’ 폭스바겐코리아 업의 국내 출시 예상 시나리오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에서 총 1만2611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업계 3위다. 한국 판매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차량은 준중형 해치백 골프다. 골프는 1~9월까지 4720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코리이아의 최고 인기 모델이다.

▲ 폭스바겐코리아가 내년 경차‘업’을 출시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국내 경차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에 이어 ‘폴로’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골프가 준중형이라면 폴로는 소형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올 5월 24일 2012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내년에 소형차 폴로를 수입해 국내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폴로는 작은 차체에도 파워풀한 주행성능을 지녔다. 최소 연비로 최대 출력을 발휘하는 폭스바겐의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이 적용된 4기통 1.TSI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105마력(ps), 최대토크는 17.9㎏•m다. 연비는 18.9㎞/L (EU 기준)다. 소형차의 귀여운 이미지를 탈피해 날렵하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장 3970㎜•전폭 1682㎜•전고 1462㎜ 등 넉넉한 실내 공간도 장점으로 꼽힌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준중형 ‘골프’, 소형 ‘폴로’로 이어지는 신차출시 추세를 ‘업’으로 이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폭스바겐의 ‘소형차 전략’의 중심에 업이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이 평가하는 폴로와 업의 파급효과는 다르다. 폴로는 국내 소형차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전망이다. 소형차 프라이드(기아차), SM3(르노삼성), 아베오(한국GM)와 준중형 아반떼(현대차)가 버티고 있어서다.

하지만 업이 견인하는 파급효과는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차시장은 협소하다. 무엇보다 차량 종류가 3개 밖에 없다. 업이 국내에 출시되면 경차시장의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류는 ‘소형차’였다”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어필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경차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며 “폭스바켄코리아의 업이 출시되면 국내 경차시장의 성장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발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품질•가격•마케팅 등 경쟁을 통한 성장의 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커지면 판도가 바뀐다. 국내 경차제조업체가 업의 출시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 출시되는 경차는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스파크’다. 판매율에선 모닝이 선두를 달리고, 스파크와 레이가 뒤를 좇는 구도다. 모닝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7만653대, 스파크와 레이는 각각 4만8570대, 3만5897대를 판매했다. 1~9월 국내에서 총 15만5120대의 경차가 팔렸다. 이런 구도가 ‘업’의 출시로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업이 출시된다면 수입차의 첫 국내 경차시장 진출이다. 최초는 언제나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게 마련이다. 더구나 국내 자동차 시장은 최근 수입차 판매가 늘고, 국산차는 줄어들고 있다. 업의 경쟁력도 기존 국내 경차를 압도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은 폭스바겐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기대작이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업은 작은 차임에도 최대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 최고의 품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업은 차체가 최소화(전장 3540㎜•전폭1641㎜)됐지만 휠베이스가 2420㎜에 달할 정도로 내부 공간이 극대화됐다. 작지만 넓은 소형차라는 것이다. 또 엔진 다운사이징, 경량 고장력 강판 사용을 통해 기존 최소형 모델인 폭스(Fox) 대비 13%인 140㎏을 줄여 무게가 929㎏에 불과하다. 경량화만큼 신경 쓴 부분이 안전성과 편의성이다. 업은 전체 차체의 56.5%를 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비틀림강성이 무려 19800Nm/degree에 달해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최고출력은 75마력(ps), 연비는 22㎞/L(EU 기준)다.

 
판매 가격(독일 기준)은 1만205~1만7636유로(1500만~2500만원). 최근에는 1000만원 초반대로 수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는 국내 경차인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스파크와 비슷한 가격 수준이다. 그렇다면 업은 국내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지닌 셈이다.

수입 시 가격경쟁력 갖춰야

실제로 폭스바겐코리아는 지금껏 전략적으로 가격을 낮춰서 국내에 수입했다. 가령 ‘골프 2.0 TDI’은 독일에서 약 456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에선 3260만원에 출시됐다. ‘시로코 R-Line’의 국내 판매가격 역시 독일(약 5870만원)보다 1800만원 저렴한 4070만원이다. 예상대로 업이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면 기아차•한국GM이 이끄는 경차판도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 경차 제조업체도 업의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업에 대한 기계적 분석을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GM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면 분석 후 대응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우리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다양한 마케팅•판매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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