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공매도 논쟁

공매도 금지 연장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공매도를 반대하는 쪽에선 금지 연장을 넘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매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에선 공매도가 가진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맞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매도를 둘러싼 찬반논란을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 만료를 앞두고 연장과 재개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거세다.[사진=뉴시스] 

공매도는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한 이후 주가가 실제로 떨어지면 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다음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하지만 개미투자자에게 공매도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주가가 상승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개미에게 공매도는 주가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할 게 뻔해서다. 공매도 세력이 미공개정보 이용·미확인 정보 유포 등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 수익을 챙긴다는 의혹도 숱하다. 공매도가 만연한 국내 주식시장을 두고 외국인 투자자에겐 천국이고 개미에겐 지옥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매도를 향한 부정적 인식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성인남녀 1000명)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71.5%가 ‘공매도로 개인투자가 피해를 본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매우 공감 43.1%·다소 공감 28.4%)’고 답했다. 주식시장에 관심이 낮은 응답자와 주식투자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공감’ 비율도 각각 62.6%, 61.6%를 기록했다.

이런 공매도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9월 15일로 예정된 공매도 한시적 금지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연장과 재개를 주장하는 찬반양론이 거세다.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넘어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들을 발의하는 등 개인투자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많다. 공매도가 주가지수를 끌어내린다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증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공매도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를 재개하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겠지만 불안한 흐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매도 금지가 연장되면 헤지(hedge) 수단이 사라진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 투자를 꺼릴 수 있다”며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 산정 기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매도 금지가 길어지면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공매도 찬반양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공매도와 주가하락 = ‘공매도를 금지해선 안 된다’는 쪽에선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인용하는 대표적 자료는 한국거래소가 2014년 발표한 ‘공매도와 주가하락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하지만 공매도로 주가하락 피해를 입은 기업과 투자자가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2013년 공매도 세력과 맞서기 위해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던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2016년엔 코스닥 상장사 토비스가 공매도 세력의 공세로 주주의 자산가치 하락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공매도와 주가하락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공매도 피해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은 셈이다.

■공매도와 거품 =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고평가된 주식이 적정 가격을 유지하도록 조정하는 ‘가격 발견 가능’이다. 주가에 낀 거품을 제거한다는 건데, 시장에선 지난 6월 발생했던 삼성중공업 우선주 폭등을 공매도 금지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지난 6월 2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폭등했다.

6월 1일 5만4500원이었던 주가는 6월 17일 74만4000원으로 1365.1%나 치솟았다. 6월 19일 장중 기록한 최고가 96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상승률이 1661.4%에 달한다. 손혁 계명대(회계학) 교수 “삼성중공업 우선주 폭등은 공매도의 순기능이 작동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구조라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사진=뉴시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매도를 금지하기 전에도 주가에 거품이 낀 사례는 얼마든지 있었다는 것이다. 2017년 3월 9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코리아02호다. 이 종목은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공매도의 순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가 시행될 때도 주가에 거품이 낀 종목은 많았다”며 “특정 종목을 사례로 공매도의 순기능만 부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세력이 없어도 적정 주가를 찾는 기능은 작동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도 얼마든지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매도와 작전세력 = 돈을 벌고 싶다면 굳이 공매도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여기 작전세력 A가 있다고 치자. 작전세력이 100만원을 투자해 주가를 끌어올리면 수익은 주가가 오르는 만큼 발생한다. 작전이 실패해도 손실은 100만원에 그친다. 반대로 공매도를 활용해 올릴 수 있는 수익률은 최대 100%지만 손실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실패 확률이 높은 공매도에 베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차입 공매도 금지, 공매도 호가 표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업틱룰(공매도 시 매도가를 직전 체결가보다 낮게 내지 못하게 하는 규정) 등 공매도와 관련한 규제도 많다.

하지만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쪽에선 이는 규제의 허술함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업틱룰을 도입한 지 24년이 지났지만 업틱룰 위반을 이유로 제재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규제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은 2018년 발생한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와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이다. 두 사건은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시스템으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무차입 공매도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작전세력이 공매도 규제의 빈틈을 노리고 부당한 이익을 취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공매도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국내 공매도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공매도 찬반논란을 떠나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혁 교수는 “개인투자자에겐 공매도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처벌 규정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르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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