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틱룰, 과열종목 지정 …
공매도 규제 효율적인가

공매도 금지 연장을 두고 시장이 시끄럽다. 9월 15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요구하는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공매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매도가 시장에 낀 거품을 걷어낼 뿐만 아니라 주식의 적정한 가격을 찾게 해준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규제 때문에 공매도가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공매도 규제의 허와 실을 취재했다. 

정부가 3월부터 6개월 금지한 공매도가 9월 15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사진=뉴시스] 

선진적인 투자전략으로 불리던 ‘공매도’. 하지만 개인투자자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공매도가 활개를 치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린 지난 3월 정부가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하루 2000억원 수준이었던 코스피시장의 공매도 거래금액은 공매도 금지 시행일 직전인 3월 13일 9910억원까지 치솟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건수가 1월 각각 19건, 73건에서 3월 37건, 11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과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한 2011년 8월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 금지 효과는 톡톡히 나타났다. 2008년 10월 1일 1439.67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공매도 금지 만료일인 2009년 5월 29일 1395.89포인트로 3.0% 하락했다.

당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440.95포인트에서 529.80포인트로 20.1% 상승했다. 2011년에도 공매도 금지 기간(8월 10~ 11월 9일) 코스피지수(1806.24포인트→ 1907.53포인트)와 코스닥지수(435.55포인트→509.41포인트)는 각각 5.6%, 16.9% 올랐다.

공매도 금지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매도 금지 이후 첫 거래일(3월 16일) 1714.86포인트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20일 2274. 22포인트로 32.6% 상승했다. 코스피시장의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은 지난해 47.5%에서 올해 8월 73%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가 9월 15일 만료를 앞두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토론회를 열어 시장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시장에서도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매도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시장에 낀 거품을 제거해 적정가격을 제시하는 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공매도 규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대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고 반박하는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운다고 꼬집는다. 공매도 금지를 넘어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투자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공매도 금지 연장과 폐지 논란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참고 : 공매도 찬반논란은 파트2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하지만 공매도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매도 규제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다.


현재 시행 중인 공매도 규제는 ‘공매도 잔고 공시 및 보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업틱룰(up-tick rule·공매도 시 매도가를 직전 체결가보다 낮게 내지 못하게 하는 규정)’ 등이다. 문제는 이런 규제들이 허술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공매도 잔고 공시 및 보고’를 통해선 정확한 공매도 잔고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는다. 보고의무 발생일 이틀 후에 보고해 실제 잔고와는 차이가 나는 데다 공매도로 수익을 얻는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과도하게 발생했을 때 다음 거래일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의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공매도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생겨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지거나 과열종목 지정 해제 후 공매도 거래가 크게 증가하는 일이 많아서다.

업틱률은 공매도 규제 중에서도 가장 문제점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서다. 업틱룰의 허술함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8월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74조7988억원)에서 업틱룰이 적용되지 않은 거래대금(15조2198억원)의 비중은 20.3%였다. 


2014년 업틱룰 예외 거래대금의 비중이 4.6%였다는 걸 감안하면 5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업틱룰의 예외규정이 12개에 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선물·옵션·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차익거래와 헤지거래 등은 업틱룰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가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있어도 업틱룰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이는 심각한 결함이다. 지난해 국내 대표적인 파생상품인 ‘코스피 200 선물’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5.7%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부분이 주식과 파생상품을 함께 취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틱룰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진입을 막는 진입장벽도 문제다. 개인투자자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와 비교해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빌리는 게 쉽지 않다. 어렵게 주식을 빌려도 공매도가 쉽지 않다.

개미에게 불리한 공매도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상환기간은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기간은 60일에 불과하다. 정보력도 빈약하다. ‘한쪽이 수익을 올리면 한쪽이 손해를 보는’ 공매도 에서 개인투자자가 승리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금지 연장에 더해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주가를 끌어올린 ‘동학개미운동’은 매입한 주식이 공매도 세력에 의해 약탈당하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고 제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적인 공매도를 막기 위해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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