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애절한 노래소리

#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큰소리로 열까지 셉니다. 아이들은 우당탕 거리며 숨을 곳을 찾습니다. 소리만 들어도 어디에 숨는지 그려집니다. “찾는다!” 큰소리로 외치고 눈을 뜹니다. 어디 숨었는지 모르는 척 적당한 시간을 들여 찾아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숨은 장소 근처만 가도 아이들은 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옵니다. 가끔은 숨바꼭질인지 술래잡기인지 헷갈립니다. 

#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동화책에도 숨바꼭질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곤충들이 숨바꼭질을 합니다. 방아깨비는 풀숲에 숨었습니다. 대벌레는 나뭇가지에 매달립니다. 술래인 두꺼비는 친구들을 찾지 못합니다. 보호색 때문입니다. 

# 장마가 끝났습니다. 매미들이 울어댑니다. 정작 매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수년간 땅속에 있던 매미는 한달여 짧은 지상외출을 합니다. 이 기간 안에 천적을 피해 짝짓기를 해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보호색으로 몸을 숨긴채 그토록 울어대는 모양입니다. 시끄럽게만 들리던 매미 울음소리가 다르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절실한 숨바꼭질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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