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코로나19 여파가 가계를 흔들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내년 연봉이 동결되면 다행’이란 소문까지 나돈다. 경기침체 장기화 국면에서 터진 코로나19가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전업주부였던 차수현씨가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한 가정주부의 고민을 들어봤다.

내년 연봉이 삭감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 연봉이 삭감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 아들을 데리고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가게에 간 가정주부 차수현(가명·36)씨. 주문을 하던 중 가게에 붙어 있는 구인광고를 본 차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딱이었다.

다행히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남편 한명훈(가명·35)씨의 월급은 삭감되진 않았다. 하지만 차씨는 외벌이 수입으로 자녀 2명의 뒷바라지를 계속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얼마 전 남편이 해준 얘기도 차씨의 신경을 건드렸다. “코로나19로 내년 연봉협상 때 임금이 안 깎이면 다행이란 소문이 사내에 돌고 있어.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남편은 이런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생활비를 조금씩 줄이는 연습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차씨도 남편의 말에 동의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집 문제도 부부에게 고민거리였다. 부부는 결혼하면서 경기도 오산의 아파트(자가·2억1000만원)를 매입했다. 주택담보대출(총 1억3000만원)로 아파트를 샀기 때문에 매월 80만원을 원리금으로 꼼짝없이 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의 월급이 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차씨에게 부담스러운 변수였다. 부부가 재무상담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지출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 보기로 결정한 이유다.

부부의 가계부를 한번 살펴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410만원이다. 남편이 390만원을 벌고 아동수당 20만원을 받고 있다. 1년에 걸쳐 약 500만원의 상여금을 받지만 주기적으로 버는 소득이 아니어서 월 가계부에선 제외하기로 했다. 소비성 지출로 부부는 공과금 21만원, 식비 125만원, 교통비 15만원, 통신비 17만원, 교육비 22만원, 용돈 총 50만원, 보험료 75만원, 대출상환금 80만원, 문화생활비 5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15만원 등 총 425만원을 쓴다.

비정기 지출로는 1년에 휴가비(70만원), 의류비(210만원), 자동차 유지비(100만원), 각종 세금(95만원) 등 475만원을 쓴다. 월평균 39만원을 쓰는 셈이다. 모두 합하면 한씨는 한달에 464만원을 쓰고 54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는 상여금을 사용해 메우고 있었다.

적자도 적자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부부는 저축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녀가 있는 다른 부부들처럼 사교육비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월 22만원). 차씨도 “평소에 가계부를 쓰지 않아 이렇게 지출이 많은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막상 지출을 줄이겠다 다짐해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부가 효과적으로 재무를 관리하려면 가계부 작성은 필수다. 전체적인 지출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데다 어느 항목에서 과도한 지출이 발생하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한씨 부부의 경우도 이번 상담에서 작성한 가계부를 살펴보니 식비(125만원)·신용카드 할부금(15만원) 등 과한 지출항목이 눈에 띄었다.

일단 1차 상담에선 빠르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항목부터 살펴봤다. 먼저 월 125만원씩 지출하는 식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보통 대량으로 식재료를 구매했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전업주부인 차씨가 꼼꼼하게 식재료를 관리한 덕분에 식재료를 낭비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문제는 잦은 외식이었다. 남편이 고기를 좋아하다 보니 일주일에 1~2번은 고깃집에서 외식을 하는 걸로 저녁을 해결한다. 아이들도 좋아해 횟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성장기 아들 둘을 둔 부부에게 식비를 줄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4인가구가 125만원씩 식비에 돈을 쓰는 건 과소비임에 분명하다. 좀 힘들더라도 부부는 앞으로 외식 횟수를 크게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식비는 12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25만원이 줄어들었다.

다음은 통신비(17만원)다. 부부는 각각 월 5만원짜리 이통3사 휴대전화 요금제를 쓰고 있다. 데이터를 별로 쓰지 않는 데다 멤버십도 인근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할인 용도로 쓰는 게 전부다. 부부가 모두 알뜰폰으로 바꿔도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한 이유다. 이를 통해 통신비도 17만원에서 11만원으로 6만원 절약했다.

마지막으로 부부의 용돈(총 50만원)을 좀 줄였다. 남편(용돈 30만원)은 회사에서 후배들에게 사주는 커피값(10만원)을 줄이기로 했다. 아내(용돈 20만원)도 쇼핑 횟수를 좀 줄여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용돈은 총 50만원에서 35만원으로 15만원 절감했다.

1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식비(25만원), 통신비(6만원), 용돈(15만원) 등 46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월 54만원이었던 적자규모는 8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아직 줄일 것이 많다. 월 75만원씩 내고 있는 보험료도 그렇고, 신용카드 할부금도 처리해야 한다. 식비도 25만원 줄이긴 했지만 이보다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부는 일단 일주일간 줄인 식비로 생활해본 뒤 문제가 없으면 식비를 더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 방법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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