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위안부 인권운동에 힘 싣기

아픈 역사와 마주하는 건 불편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눈을 닫거나 귀를 막는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아픈 역사를 기록물로 남긴다. 눈을 닫고 귀를 막는 이들과 공감하기 위해서다. 위안부 소녀들의 비극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아픈 역사를 ‘영상물’로 만드는 이다. 그는 이런 활동을 “문화적 증거를 남기는 일이자 역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은 지금도 해외에서 상영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은 지금도 해외에서 상영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들리나요’ 영상을 본 소감을 듣고 싶다. 
“누구나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이 봐주길 바란다. 세상에 전파되면 이 영상 자체가 ‘문화적 증거’가 될 수 있어서다. 프로젝트가 기림의 날 전후로 시작돼 시기적으로도 뜻깊었다.”

✚ 이번 ‘기림의 날’은 어떻게 보냈는가. 
“서울시 강동구가 주최한 기림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영화 촬영 때문에 불가피하게 빠졌던 지난해를 빼고는 10년 넘게 이 행사와 함께하고 있다. 눈망울이 빛나는 어린 학생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 풍경 자체가 하나의 작품 같았다.”

✚ 올해는 유난히 위안부 관련 문제가 시끄러웠는데.
“그래서 더 감동받았다. 시민단체 회계 이슈에 코로나19까지 덮쳤다. 개개인의 삶도 팍팍한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향한 마음을 잊지 않고 기려줬다는 것 자체가 참 고마웠다. 가뜩이나 위안부 문제는 항상 안티를 달고 다니는 주제가 아닌가. 나 역시 ‘귀향’을 제작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 영화 ‘귀향’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누적관객 수 300만명을 넘었다. 숱한 투자 거절을 경험했고 소수의 개봉관으로 출발한 걸 감안하면 기적이었다. 이 기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 개봉한 지 4년이나 지났는데.
“국내에서 토크 콘서트가 간간이 잡혀왔다.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무료 상영회가 열리고 있다. 위안부 이슈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는 뜻있는 이들 덕분이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의 뜨거운 반응을 볼 땐 뿌듯하다. 영화가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 SNS를 통해 ‘들리나요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태줬다.
“들리나요 프로젝트도 더 많은 시민에게 확산해야 한다. 문화 콘텐트를 통해 역사를 기억한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지금처럼 논란에 휩싸인 시기엔 더욱 그렇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잊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문제의 본질은 하나다. 아직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다.”

✚ 일본 정부의 옹졸한 태도는 여전하다.
“구술기록집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끔찍한 역사다. 영상에 담긴 얘기마저도 수년간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의 실제 경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많은 시민들이 이를 보고 회자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일본도 분명 움직일 것이다.”

✚ 시민의 움직임이 큰 반향이 되길 바란다.
“영화 ‘귀향’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44명의 할머니가 살아계셨다. 지금은 17명이 계신다. 들리나요 프로젝트 같은 계획이 확산되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작은 힘이지만 함께 응원하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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