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 대선의 주요 화두로 경제 민주화가 떠오르고 있지만 실천 여부는 불투명하다. <사진 뉴시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 구별 없이 경제민주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제대로 된 논의이고, 이 논의가 활발한 것이라면 경제민주화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니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3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하나 같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후속 언급을 자제하고 조심스러워 한다. 말만 꺼내놓고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솔직하게 말하자. 자제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재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재벌개혁이나 재벌해체가 바로 경제민주화이기 때문이다. 재벌개혁 또는 재벌해체에 대한 정책을 내놓는 방법론을 망설인다면 그만큼 서민에 대해서는 기만적이라고 평할 수 있다. 이제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경제민주화는 항상 구호에 그쳤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

지난 총선 때의 공약이 경제민주화였던 여당의 박근혜 대통령후보가 설명하는 경제민주화를 들어보자. 지난 8월20일에 있었던 새누리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걸음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적 약자도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만들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경제민주화 논의의 대해서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같은 진영의 김종인 여당 선대위 특별기구위원장과 이한구 여당 원내대표 사이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입법화를 놓고 이견이 표출됐는데도 박근혜 후보는 “두 분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는 말만하고 결론을 유보했다. 두 사람의 의견에 근본적인 차이가 정말 없어서 그런 것인가.

정치적 구호에 그칠 경제민주화

필자는 이들이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해석하든 관심이 없다. 대선주자들이 모두 그 문제를 공약을 내세울 만큼 그렇게 중요한 토론 주제인지도 의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우리 사회의 정치엘리트가 만든 많은 기만술로 보인다. 왜 서민을 속이는 기만술이라고 하는가. 헌법에 있는 이 개념을 역대 정권이 한 번도 지키거나 실현시키지 못했거나 또는 안 했기 때문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를 철학으로 가진 일단의 수구세력이 민중을 수탈하는 방법으로 고안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노동력 시장의 유연화를 위해 참여정부 때 만든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안 하는 대신에 등장한 것이 경제민주화다.

비정규직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못하는 것은 수구세력의 철학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정규직 폐지 대신에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모호하게 말한다. 이게 사기술이 아니면 무엇인가. 예를 들자면 그런 식이다.

순환출자를 못하게 하겠다? 그렇게 돌려 말할 것이 아니다. 청년실업자 등 직장이 없거나 불안정한 임시직 밖에 없는 사회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안 하는 대신에 등장하는 말이다. 결국 순환출자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럼 직접출자, 솔직한 출자는 괜찮다는 말인가. 재벌개혁이 순환출자 금지를 통해 달성된다면 너무 쉽지 않은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중소기업가와 영세자영업자의 밥그릇을 박탈하고 이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주장한다면 재벌해체를 공약하라. 어렵게 경제민주화 하겠다고 공약하지 말고.

만일 재벌이 문어발 수의 백배에 해당하는 숫자로 기업을 늘리고, 실업상태에 빠진 이들에게 더 나은 돈벌이가 가능한 직장을 만들어주고, 신규투자로 고용을 늘리면 이것은 경제민주화인가 아닌가. 필자는 경제민주화가 어려운 말로 쉬운 문제를 포장하면서 등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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