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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편의점의 그림자

GS25는 세탁특공대와 손잡고 세탁서비스를 본격화했다.[사진=GS리테일 제공]
GS25는 세탁특공대와 손잡고 세탁서비스를 본격화했다.[사진=GS리테일 제공]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황정희(가명)씨에게 오후 3시는 가장 한가한 시간이자 가장 바쁜 시간이다. 손님이 뜸해 계산대에 서있는 시간은 적지만 이것저것 해야 할 게 많아서다. 황씨는 먼저 튀김기를 켰다. 저녁시간대 많이 판매되는 튀김류를 미리 준비해 놓기 위해서다. 그다음 차례는 재고 정리다. 창고를 드나들며 재고를 정리하다가도 ‘짤랑’ 종소리가 나면 틈틈이 손님도 응대해야 한다.

오늘 한 손님은 “편의점에서 택배 보내는 건 처음”이라며 그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사용방법을 설명해주고 택배 물건을 정리해놓는 것도 그의 몫이다. 뒤이어 들어온 손님은 한손 가득 세탁물을 들고 왔다. 세탁서비스를 개시한 후 첫 세탁 손님이라 순간 긴장했지만, 황씨는 이내 차분하게 손님의 물건을 받아 한쪽에 정리해뒀다.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도시락 사고 교통카드 충전하던 편의점에선 이젠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다. GS25는 최근 모바일 세탁서비스 업체인 세탁특공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세탁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으로 접수한 뒤 가까운 GS25에 세탁물을 맡기면 48시간 내 집 앞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일부지역 1900여개 GS25 매장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CU는 무인복합기 서비스를 확대했다. 무인복합기 서비스는 복사·인쇄·팩스·스캔은 물론 주민등록등본·어학성적표 등 전자문서를 내려받아 인쇄·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5년 원룸촌과 대학가, 주택가 등 100여개 점포에서 운영해오던 서비스인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용 건수가 많아지면서 전국 500개 점포로 확대했다.

그런가 하면 세븐일레븐은 현재 수도권 700여개 점포에서 시범 운영 중인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를 10월까지 3000여개 점포로 확대한다. 소프트웨어개발 업체 인디카네트웍스와 손잡고 운영하는 ‘코끼리박스2’는 대여 장소와 반납 장소 상관없이 4시간 기준 1500원의 이용료를 내면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를 대여해서 쓸 수 있는 서비스다.

편의점의 생활 편의서비스는 이밖에도 많다. 타이어를 렌털할 수 있고(GS25), 짐을 맡길 수도 있다(CU). 어디 이뿐이랴. 이용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멀리 가지 않아도 집앞에서 뭐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편의점 종사자들의 업무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출점 경쟁으로 우후죽순 점포가 늘어 점포당 매출이 줄어드는 데 할 일은 더 많아지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GS25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2018년 6억7206만원에서 2019년 6억6523만원으로 줄었다. CU 역시 같은 기간  5억9312억원에서 5억8991만원으로 감소했다.

근무환경도 신통치 않다. 2018년 서울시가 편의점주 951명을 대상으로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주는 주당 65.7시간 근무하고 10명 중 7명은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근무 중 한끼 식사시간은 평균 15.6분으로, 대부분의 편의점주들이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일까. 건강이상 유형의 57.0%가 ‘소화기 질환’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편의점 본사는 어떤가. GS25의 GS리테일 편의점 부문 매출은 2018년 6조5510억원에서 2019년 6조8564억원으로, CU 본사 BGF리테일 매출은 같은 기간 5조7759억원에서 5조9461억원으로 늘었다. 매출 감소,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편의점주들이 시들어가는 동안 본사는 배를 두둑하게 불린 셈이다. 편의점의 진화에 편의점주들이 환하게 웃지 못하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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