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희 姓칼럼

의학의 범주를 벗어난 샤머니즘에 근접한 포르노 스토리임에도  뜻밖에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황당무계한 방중술의 신봉자들이 많다.

요즘 중국의 일반 서점을 둘러보면 ‘adult shop’이 아니더라도 남녀의 낯 뜨거운 장면이 그려진 서적들이 출입구 전시대에 누워있다. 음서로 의심되어 압수되었던 시절, 골방에 숨겨졌던 것들이 이렇게 전면에 떳떳하게 나선 것은, 중국인도 이제 섹스가 결혼 유무와 관계없이 자유로워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전문학에서 그 콘텐츠는 대부분 중국의 것을 원전原典으로 복사해서 만든 것이므로 우리 사회에는 외국인 앞에 내세울만한 명작급 포르노 소설이나 그림책이 별로 없었다. 포르노를 공개적으로 사람들 면전에 펼쳐놓고, 판매할 만큼 개방된 사회가 아니었으므로, 겨우 중국의 명조明朝 말기에서 청조淸朝 초기에 이르는 중국의 음란서적 황금기에 소량 판매된 중국판 포르노를 찾는다는 것은 국보급 골동품을 구하기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중국 의사협회의 초청으로 베이징에 갔던 김에 중국판 포르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협회 역원役員이 일본으로 날아가서 도쿄의 간다(神田)에 즐비한 고서적古書籍들을 한번 훑어보라는 말을 해줬다. 그곳에 가보면 중국의 고서적들은 대개 구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켈란제로의 ‘anatomy’ 그림처럼 리얼하게 그린 포르노는 중국 서가에서 찾아볼 수가 없고, 사주책자 속의 그림처럼 어설프게 그려진 만화풍의 화보를 몇권 펼쳐봤을 뿐이다.

일본의 섹스에 관한 소책자에서 중국의 박물관에 소장된 방중술 전문책자 소식을 접한 것이 유일한 소득이었다. 그것은 「용성음도容成陰道」 「무성자음도務成子陰道」 라는 제목이 붙은 고서적인데 이런 책자들은 한결같이 남자는 양陽, 여자는 음陰이므로, 그 음양을 슬기롭게 자주 접촉시키는 것이 남자의 양기 부양에 매우 유효하다는 논리로 저술되어 있다.

이를테면, 남녀가 서로 성기를 접촉시키더라도 남자는 사정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하며 그냥 그대로 성기가 발기된 상태를 유지하면 여자의 정기가 남자에게 전량 옮겨가서 스테미너가 강화되고 성교시간이 연장된다는 식의 논리다. 남녀가 생식기를 결합시킨 자세를 견지한 채 오랫동안 피스톤 운동을 자제하면, 음양의 기운이 전류처럼 변화하여, 음에서 양 쪽으로 흐르면서 여자의 정기가 체내로부터 용솟음쳐 외부를 향해서 분출하려고 역동하게 되는데, 이 사실은 여성의 거친 숨소리가 5 단계의 흥분 지표 차이로 구분되면서 고조된다.

이런 극한적 자극에도 남자가 사정을 능히 억제하고 slow sex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 ‘여자의 기’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요도를 타고 사내의 회음으로 전달되어 정소精巢 속에 축적된다.

이런 방식으로 정지된 상태에 있던 남자가 돌연 변속기를 넣은 자동차 엔진처럼 강하고 빠르게 피스톤운동을 재개, 5회 이상 클라이막스에 도달한 여자의 정기가 증기기관차의 수증기처럼 뿜어져 나오는데, 이것을 흡입하게 되면, 체내로 들어간 정기精氣가 내장 속에 모였다가 손이나 발로 서서히 옮겨가서 그 남성적 열기를 전신에 고르게 전달한다.

그 실행 요령을 터득하면 눈과 귀가 밝아지고 차츰 목소리, 피부, 골격, 콩팥 등의 기운이 강건해진다고 한다. 의학의 범주를 벗어난 샤머니즘에 근접한 포르노 스토리인데, 뜻밖에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황당무계한 의학의 신봉자들이 많다.

70대 중반의 노인인데, 여인의 음부에 자신의 음경을 삽입하는 운동으로 지금도 뜻대로 작용해주는 신기神器를 갖게 되었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 독킹상태를 매일 조석으로 연습하면 음경해면체로 유입되는 혈액이 음부 혈관을 확장시켜 놓은 결과, 순환장해성으로 발생하는 페니스의 노쇠가 방지될 수 있다는 설명인데 일차 실험으로 그 신비한 메커니즘을 확인해 볼 필요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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