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서 펄펄 나는 한국 라면
농심, 삼양라면 어떻게 최고 실적 거뒀나

해외시장서 한국 라면이 날고 있다. 올해 상반기 농심과 삼양식품은 해외에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농심은 2분기에만 해외 영업이익이 300% 증가했고, 삼양식품은 같은 기간 해외 수출이 내수 매출을 뛰어넘었다. 이들이 해외서 깜짝 실적을 거둔 건 코로나 사태로 라면이 비상식량으로서 주목받은 데다, K-푸드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호재로만 작용한 건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라면이 역대급 해외실적을 올린 이유를 취재했다. 

한국 라면의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농심과 삼양식품의 상반기 해외 실적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미국서 아티스트 버튼 모리스와 콜라보한 버스 광고. [사진=농심 제공]
한국 라면의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농심과 삼양식품의 상반기 해외 실적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미국서 아티스트 버튼 모리스와 콜라보한 버스 광고. [사진=농심 제공]

코로나 사태가 터진 올해 상반기엔 식품업체들이 눈에 띄는 실적을 거뒀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대신 집에서 요리를 해먹거나 장기간 보관 가능한 식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식량의 대명사인 라면은 수혜를 톡톡히 입은 품목 중 하나다. ‘진라면’ ‘오동통면’ 등을 판매하는 오뚜기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1조2864억원), 영업이익은 21.4%(1101억원) 성장했다. 

국내 소비자만 라면을 찾은 게 아니다. 미국, 중국 등 해외 소비자도 한국 라면에 열광했다. 실제로 한국 라면의 대미對美 수출 실적은 상승세다. 최근 3년간(2017~ 2019년) 미국이 면류를 수입하는 국가 1위 자리를 한국이 차지했다. 수출 비중도 해마다 늘었다(2017년 26.1%→ 2018년 27.7%→2019년 30.7%·KOTRA). 이런 수출 실적을 이끈 업체는 농심과 삼양식품이다. 농심은 ‘신라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들고 해외시장서 호실적을 거뒀다.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농심엔 두가지 호재가 있었다. 1분기엔 영화 ‘기생충’의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이, 2분기엔 코로나 사태가 해외 매출을 이끌었다. 지난 2월 9일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하면서 영화 속 소품이었던 짜파구리가 재조명받았다. 짜파구리는 해외에서 농심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그 덕분인지 1분기 농심의 해외 실적은 매출 1677억원, 영업이익은 14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9%, 123.8% 증가한 수치다.

2분기 해외실적은 더 좋았다. 매출(1845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43.0%, 영업이익(232억원)은 300%나 늘었다. 해외에서 라면을 식사대용으로 여기는 인식이 생겨 재구매율이 높아진 데다, 코로나 사태로 라면이 비상식량으로 주목받으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그동안 해외 시장에 공들인 것도 효과를 봤다.

농심은 현재 해외 5개국(미국·중국·일본·호주·베트남)에 법인을 두고 있다. 그중 미국과 중국에선 현지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 중이다. 덕분에 가파르게 증가하는 라면 수요를 맞출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수 있었던 셈이다.


 

미국에서 월마트·코스트코 등 메인 유통채널에 입점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업망을 확대한 것도 효과를 봤다. 농심 측은 “현지 공장을 풀가동하는 동시에 수출 물량을 대폭 늘려 수요에 대처했다”며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일시적인 특수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해외에서 마케팅을 하고 현지 유통망을 확장해온 것이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삼양식품의 실적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삼양식품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740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41.3% 증가했다. 해외 수출(1089억원)은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국내(내수) 1442억원, 해외(수출) 1862억원으로 수출이 내수를 앞질렀을 정도다. 

삼양식품도 농심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미국에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코로나로 인한 수요 증가와 해외 유통망 강화로 대중對中 매출이 75%, 대미는 145% 늘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라면 수출 3616억원 중 51%가 삼양식품 제품이었다. [※ 참고 : 농심은 연간 해외 실적 중 75%가량이 현지 생산으로 판매량 대비 수출량이 적다. 반면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에 공장이 없어 해외 실적이 수출 실적과 동일하다.] 

삼양식품의 해외 실적은 효자 제품인 불닭볶음면이 견인했다. 매출 비중의 80% 이상을 불닭볶음면이, 나머지를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이 차지했다. 특히 중국·동남아에서 불닭볶음면을 향한 선호도가 높다. 매운맛이 강해 식사대용으로 소비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매운맛에 익숙한 아시아권에선 일상적으로 먹는 소비자가 늘었다. 한류 열풍으로 K-푸드가 뜨면서 한국 라면을 향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K-푸드 열풍 타고 매운맛 인기

미국 시장에선 유통 채널을 정리한 것이 효과를 봤다. 입점 지역을 확대하고, 소형 아시안 마켓에서 현지 대형마트로 접점을 늘렸다. 현지 교민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젊은층에서 불닭볶음면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삼양식품 측은 “해외 현지 입점 채널을 다양화하고 브랜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수출 호조세가 이어져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K-푸드 부상 등으로 한국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K-푸드 부상 등으로 한국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다. [사진=연합뉴스]

두 업체의 선전으로 한국 라면이 해외 인스턴트라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갈길도 멀다. ‘토요스이산(동양수산)’ ‘닛신’ 등 일본 라면업체가 시장을 잡고 있어서다. 상반기 내내 호재로 작용한 코로나 사태가 악재로 돌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음회 등 현지서 펼치던 오프라인 판촉 활동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 빨리 먹기 대회’ 등 반응이 좋았던 행사를 할 수 없게 됐다”며 “페이스북·유튜브 등 SNS상에서의 온라인 프로모션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제2공장을 올해 안에 착공할 것”이라며 “유통채널을 확장하고 현지 수요를 늘리기 위한 프로모션에 힘쓰려 한다”고 밝혔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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