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부세로 살펴본 지자체의 묘한 살림 

정부가 지난 7월 3차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지방교부세 등 4조1000억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그러자 예산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럴 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인 재정을 편다면서 예산을 줄여서다. 하지만 지자체들도 반성할 게 있다. 재정건전화를 위해 노력하면 교부세를 더 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더스쿠프(The SCOOP)와 나라살림연구소가 공동으로 지자체의 묘한 살림을 분석했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삭감에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체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삭감에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체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두 아들에게 용돈을 줬다고 치자. 그런데 1명은 용돈을 받자마자 전부 과자를 사먹었다. 반면 다른 1명은 당장 쓸 돈과 다른 목적을 위해 저축할 돈을 나눴고, 금전출납부까지 적어 관리했다. 당신이 용돈을 주는 입장이라면 이럴 때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금전출납부를 적는 아들의 목표를 채워주고 싶지 않겠는가. 

나라살림도 이와 비슷하다. 중앙정부는 각 지자체에 지방교부세(보통교부세ㆍ특별교부세ㆍ부동산교부세ㆍ소방안전교부세)를 나눠준다. 지방교부세는 매년도의 기준재정수입액이 기준재정수요액에 못 미치는 지자체에 재정부족액을 기초로 산정한다. 

중요한 건 지방교부세 중 보통교부세의 경우, 산정 과정에서 ‘세출 절감과 세입 증대 노력의 정도’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바로 ‘자체노력반영제도(지방교부세법 제8조의3)’라는 거다. 쉽게 말해 돈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에 따라 교부세를 더 주거나 덜 주는 제도다. 지자체의 건전재정 운영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16개 항목별로 자체 노력의 정도를 평가해 기준재정수입액ㆍ수요액을 산정할 때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준다. 

항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기준재정수요액 평가 항목은 ▲인건비 건전운영(절감ㆍ정규직 전환) ▲지방의회경비 절감 ▲업무추진비 절감 ▲행사ㆍ축제경비 절감 ▲지방보조금 절감 ▲민간위탁금 절감 ▲일자리 창출 ▲예산집행 노력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등 9개다. 기준재정수입액 평가 항목은 ▲지방세 징수율 제고 ▲지방세 체납액 축소 ▲경상세외수입 확충 ▲세외수입 체납액 축소 ▲탄력세율 적용 ▲지방세 감면액 축소 ▲적극적 세원 발굴ㆍ관리 등 7개다. 

그렇다면 전국 지자체 보통교부세 자체노력 반영 현황은 어땠을까. 나라살림연구소가 2018년 결산 기준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 결과, 2020년 보통교부세 자체노력 반영액은 총 1조2086억원이었다. 세출효율화 부문이 4483억원, 세입확충 부문이 7603억원이다.[※참고 : 2018년 결산 기준 자료가 2020년 보통교부세 산정 시 반영되는 가장 최근 자료다. 항목별로 볼 때 ‘예산집행 노력’ 항목은 2019년에 신설됐고, ‘적극적 세원 발굴 및 관리’ 항목은 2020년 신설됐기 때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세출효율화 부문 반영액에서 인센티브 항목은 ‘인건비 절감(1881억원)’이, 페널티 항목은 ‘행사ㆍ축제경비 과다(1091억원)’가 가장 많았다. 세입확충 부문 반영액에서 인센티브 항목은 ‘경상세외수입 확충(4732억원)’이, 페널티 항목은 ‘지방세 체납액 과다(1조2373억원)’가 가장 많았다.
 
축제 벌이고 징세는 뒷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먼저 지자체별 세출효율화 자체노력 반영액이다. 8개 특별ㆍ광역시 가운데 인센티브를 가장 많이 받은 지자체는 서울시(교부세 받지 않음)와 부산시였다. 페널티가 많은 지자체는 인천시와 울산시였다. 말하자면 씀씀이를 줄이는 데 있어 서울시와 부산시는 적극적이었고, 인천시와 울산시는 소극적이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인건비 절감(378억원) 등 총 408억원의 인센티브가, 인천시는 지방보조금 과다 지출(116억원) 등으로 총 39억원의 페널티가 반영됐다. 

8개 도별로 보면 경기도(교부세 받지 않음)와 전북도의 인센티브가 가장 많았고, 충북도와 강원도는 페널티가 많았다. 경기도는 지방보조금 절감(137억원) 등으로 총 245억원의 인센티브가, 충북도는 행사ㆍ축제경비 과다(145억원) 등으로 총 76억원의 페널티가 반영됐다.

75개 시별로는 화성시(195억원)ㆍ부천시(155억원)ㆍ진주시(112억원) 등이 인센티브, 포항시(-60억원)ㆍ성남시(-61억원)ㆍ김해시(-86억원) 등은 페널티를 받았다. 82개 군별로는 하동군(65억원)ㆍ완도군(65억원)ㆍ횡성군(55억원) 등이 인센티브, 금산군(-24억원)ㆍ보성군(-25억원)ㆍ울주군(-42억원) 등은 페널티를 받았다. 

세입확충 부문은 어떨까. 8개 특별ㆍ광역시별 세입확충 자체노력 반영액 현황은 세출효율화 현황과 반대 양상을 보였다. 인센티브가 많은 지자체는 인천시와 세종시, 서울시와 부산시는 페널티가 많았다. 

인천시는 ‘지방세 체납액 축소(1005억원)’ 등으로 총 1083억원의 인센티브가 반영됐고, 서울시는 ‘지방세 체납액 과다(39 90억원)’ 등으로 총 2026억원의 페널티가 반영됐다. 8개 도별로는 충북도와 강원도의 인센티브가 많았고, 경남도와 경기도는 페널티가 많았다. 충북도는 ‘지방세 징수율 제고(28억원)’ 등으로 총 34억원의 인센티브가, 경남도는 ‘지방세 체납액 과다(199억원)’ 등으로 총 244억원의 페널티가 반영됐다. 

지자체들은 축제와 행사에 많은 돈을 썼다.[사진=연합뉴스]
지자체들은 축제와 행사에 많은 돈을 썼다.[사진=연합뉴스]

75개 시별로는 이천시(-165억원)ㆍ사천시(-133억원)ㆍ안산시(-104억원) 등이 인센티브를, 김해시(180억원)ㆍ성남시(182억원)ㆍ고양시(217억원) 등은 페널티를 받았다. 82개 군별로는 장성군(-80억원)ㆍ해남군(-69억원)ㆍ함양군(-62억원) 등이 인센티브를, 예산군(73억원)ㆍ연천군(74억원)ㆍ가평군(92억원) 등은 페널티를 받았다. [※ 참고: 세입확충 부문에선 마이너스가 인센티브다. 예컨대, 지방세 체납액처럼 ‘축소(-)’해야 이득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탓할 시간 있다면…

이를 종합해 볼 때 두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지자체들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출효율화와 세입확충 노력을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지자체들 모두 인센티브 항목은 달랐지만, 같은 항목에서 페널티를 받는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은 세출효율화 부문에서는 ‘인건비 절감(광역)’이나 ‘지자체 간 협력(시)’ ‘지방보조금 절감(군)’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받았지만, 모두 ‘행사ㆍ축제경비 과다’로 페널티를 피하지 못했다. 세입확충 부문에선 ‘지방세 징수율 제고(광역)’와 ‘경상세외수입 제고(시ㆍ군)’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지방세 체납액 과다’로 페널티를 감수해야 했다. 

결국 ‘자체노력반영제도’의 원래 취지인 ‘지자체의 건전재정 운영 유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앙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줄인다고 해도 지자체는 할 말이 없다. 오히려 행사ㆍ축제경비를 줄이고, 체납자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면 지방교부세까지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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