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정부의 5G 보고서 살펴보니…

정부가 이통3사의 5G 품질을 조사한 통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말도 많고 논란도 많았던 5G의 품질을 객관화한 첫 보고서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조사 결과, 전송 속도는 LTE보다 4배 빨랐고(656.5Mbps), 5G 신호가 끊기는 비율은 평균 6.1%를 기록했습니다. “걸핏하면 끊긴다”며 소비자들이 체감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는데, 정말 그럴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정부의 5G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이통3사의 5G 품질은 큰 차이를 보였지만 요금제 가격은 거의 동일하다.[사진=뉴시스]
이통3사의 5G 품질은 큰 차이를 보였지만 요금제 가격은 거의 동일하다.[사진=뉴시스]

5G 서비스가 상용화한 이후로 1년 4개월이 흘렀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5G를 시작한 국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죠. 이 새로운 통신기술에 호기심을 느낀 한국 소비자들이 LTE(4G)에서 5G로 꾸준히 갈아타면서 5G 이용자도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 따르면 6월 5G 가입자 수는 737만15명을 기록했습니다. 5G 이용자는 매월 40만~50만명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는데, 이 속도라면 내년 초쯤엔 1000만명을 어렵지 않게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서둘러 준비한 탓일까요? 기대에 못 미친 전송 속도, 자주 끊기는 신호로 인해 한국의 5G는 “LTE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부족한 인프라입니다. 2019년 5G 상용화를 준비할 당시 과기부는 ‘연말까지 전국 85개 시에 23만개의 기지국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전국에 설치된 5G 기지국 수는 10만9000개에 불과했습니다.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죠.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지국 구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과거 LTE 때도 수년에 걸친 투자 끝에 지금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통사의 입장일 뿐입니다. 이용자들 입장에선 이통3사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죠.

시간이 지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자연히 5G 이용자들의 불만도 커져만 갔습니다. 지난 2월 참여연대가 5G 이용자 1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G 서비스에 만족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76.7%가 ‘불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5G 이용 지역이 협소함(29.7%)’ ‘통신불통·오류 발생(25.6%)’을 꼽았죠.

이런 상황에서 과기부가 지난 5일 이통3사의 5G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5G 상용화 이래 정부에서 조사한 첫 평가입니다. 서울시와 6대 광역시(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울산)의 5G 전송 속도를 조사한 것인데요. 측정 결과 SK텔레콤이 788.9Mbps를 기록해 가장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T는 652.1Mbps, LG유플러스 528.6Mbps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5G에서 LTE로 전환되는 비율도 공개했습니다. 5G 전용 스마트폰은 5G 신호를 잡지 못하는 경우 자동으로 LTE로 전환하도록 설정돼 있는데, 이 전환비율을 통해 5G 신호가 얼마나 자주 잡히지 않는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5G→LTE 전환비율은 KT가 4.5%로 가장 낮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4.8%·9.1%를 기록했습니다. KT 기준으로 20번 중 1번은 5G 신호가 잡히질 않는다는 얘긴데, “걸핏하면 5G 신호가 끊긴다”던 이용자들의 불만을 떠올려 보면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는 수준인 듯합니다.

말 많고 탈 많은 5G

하지만 이 통계엔 함정이 있습니다. 과기부가 발표한 통계자료는 서울시와 6대 광역시에 한정돼 있습니다. 서울시와 6대 광역시의 인구는 총 2255만명(7월 기준). 전체 인구(5183만명)의 43.5%에 불과합니다.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56.5%는 위와 같은 수준의 5G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과기부가 발표한 전송 속도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통3사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Mbps인데, 이는 LTE 속도(158.5Mbps)보다 4.1배 빠른 수준입니다. 애당초 5G를 홍보할 당시 LTE보다 20배 더 빠르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입니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당연 소비자들입니다. 5G 이용자 800명에게 5G 서비스의 문제점을 물어본 결과, 전체의 52.9%가 ‘체감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한국소비자원·3월 기준). 기지국이 밀집된 주요 도심지역에서 조사한 결과가 이 정도니, 다른 지역의 5G 속도는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더 느릴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이통3사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문제점으로 떠오릅니다. 가령, SK텔레콤(788.9Mbps)과 LG유플러스(528.6Mbps)의 전송속도 차이는 260.3 Mbps에 이릅니다. 5G→LTE 전환비율도 LG유플러스(9.1%)가 KT(4.5%)보다 2배 더 높습니다. 이렇듯 통신사별로 5G 품질이 상이하지만 이통3사의 5G 요금제 구성은 8만5000~13만원(완전 무제한 기준)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이점을 간파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그저 브랜드만을 보고 통신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품질 달라도 똑같이 비싼 요금제

5G 서비스를 향한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도 나름의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먼저 5G폰의 규제 완화입니다. 지금까지는 5G 전용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공식적으로 LTE 요금제를 이용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5G 요금제를 써야만 했습니다. 일부는 개통 후 유심칩을 바꾸는 등 편법으로 LTE 요금제를 이용하기도 했죠. 과기부는 앞으로 5G 자급제폰에 한해 LTE 서비스를 개통할 수 있도록 통신사 약관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이통사들도 부족한 기지국 수를 꾸준히 늘려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2022년까지 총 25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죠. 올해엔 단기간에 5G 품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6대 광역시의 ▲다중이용시설 2000여곳 ▲수도권 2·9호선 지하철과 비수도권 지하철 ▲고속도로 주요 32개 구간에 중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2022년엔 85개시 주요 거점으로 기지국을 확대해 전국 어디에서나 5G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이통3사의 목표인데요. 과연 이번에는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 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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