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계 붕괴와 나쁜 나비효과

코로나19가 영세 자영업계를 덮쳤다. 예상대로 지난 2분기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문제는 자영업계가 무너지면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분기 임금노동자의 근로소득이 43분기 만에 줄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큰 타격을 입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자영업계 붕괴에서 기인한 나쁜 나비효과를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폐업을 고려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폐업을 고려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은 늘 아래서부터 울린다.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밑단을 받치고 있는 영세 자영업계에서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붕괴 위기’ ‘살벌한 전쟁터’ ‘보릿고개’ 등 자영업자의 뒤에 암울한 꼬리표가 붙은 것도 오래됐다. 

수출ㆍ내수가 동반 침체하면서 경기가 더 위축된 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로 시장에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었다. 일부에선 “코로나 국면에서도 잘되는 곳은 잘된다”면서 자영업자의 앓는 소리로 치부했지만 ‘지표’가 말하는 자영업계의 냉정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8월 20일, 통계청은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통계는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데,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사실상 첫 ‘분기’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그럼 코로나 국면에서 자영업자의 소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참고 : 자영업자의 벌이 수준은 ‘사업소득’을 보면 알 수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은 확실히 컸다. 지난 2분기 전체 가구(전국 2인 이상 비농림어가 기준)의 사업소득은 월평균 94만1926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4.6% 줄었다. 

무엇보다 소득 1~5분위 가운데 2분위를 제외하곤 모든 분위에서 사업소득이 감소세를 그렸다. 4개 분위 이상 사업소득이 감소율을 보인 건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참고 : 소득 5분위는 소득 수준에 따른 분류 방법이다. 1분위는 하위 20%, 5분위는 상위 20% 계층을 말한다.] 

이번엔 전체 가구에서 자영업자가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근로자외 가구만 놓고 보자. 이들 가구에서 사업소득의 감소는 치명적이다. 한 집안의 생계가 휘청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코로나19는 근로자외 가구를 비껴가지 않았다. 지난 2분기 근로자외 가구의 전년 동기 대비 사업소득 감소율은 8.8%로,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 감소율보다 두배가량 높았다. 특히 1분위부터 5분위까지 모든 분위의 사업소득이 감소했다. 

문제는 소득 수준이 낮은 1~2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 감소폭이 더 가팔랐다는 점이다. 1분위 근로자외 가구는 19.5%로 감소율이 가장 높았고, 2분위(12.5%)도 두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5분위 사업소득 감소율은 7.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코로나19의 무서운 나비효과


더 심각한 건 자영업계의 위기가 불러올 무서운 나비효과다. 자영업계의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임금노동자에게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입증하는 통계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3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비용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임대료, 인건비 순이다. 

하지만 임대료는 자영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이유다. 이런 경향은 2분기 가계동향조사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좀처럼 감소세를 띠지 않는 전체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2분기 -5.3%를 기록했다. 2009년 3분기 이후 무려 43분기 만의 ‘마이너스’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일수록 근로소득 감소폭이 컸다. 

1ㆍ2분위의 근로소득은 각각 18.0%, 12.8% 줄었고, 3분위는 4.3%, 4ㆍ5분위는 2.9%, 4.0% 고꾸라졌다. 임금노동자가 생계를 책임지는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 증감률도 1ㆍ2분위는 -4.1%, -3.7%, 4ㆍ5분위는 0.2%, -1.5%를 기록했다.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도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영업계가 무너지면서 길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숱하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5만2000명이 줄었고, 반면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24만3000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총 26만2000명에 달했다. 

노동자 역시 가장 밑단에 있는 이들부터 일자리를 잃었다. 임시직 노동자와 일용직 노동자는 각각 49만9000명, 14만5000명 감소한 반면 상용직 노동자는 되레 38만1000명 증가했다. 여기까지도 심각한데 더 우려되는 건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앞에 놓인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3분기엔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8월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된 데 이어 30일엔 수도권에서 2.5단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전국의 고위험시설과 수도권 내 프랜차이즈형 카페ㆍ음식점의 이용이 제한됐는데, 여기엔 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포진해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단계까지 격상하면 중위험시설의 영업이 완전 중단될 수도 있다.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19 장기화 전망’을 물어본 결과, 소상공인의 48.5%가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벌써 5개월여가 지났다. 코로나19의 기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기가 자영업계를 덮쳤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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