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나이키 탐하는 이유

백화점 6~7층엔 주로 스포츠 브랜드가 입점한다. 나이키도 주로 거기에 둥지를 튼다. 그런데 최근 백화점 업계에선 나이키를 명품관에 입점시키거나 백화점 한층 대부분을 나이키 매장에 할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각각 본점과 대구점에 1000㎡ 이상 규모의 나이키 매장을 연 건 대표적 사례다. 백화점 업계가 나이키 잡기에 나선 이유가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백화점 업계가 MZ세대를 잡기 위해 대형 나이키 매장을 유치하고 있다.[사진=롯데쇼핑]
백화점 업계가 MZ세대를 잡기 위해 대형 나이키 매장을 유치하고 있다.[사진=롯데쇼핑]

샤넬ㆍ구찌ㆍ루이비통 등 명품이 즐비한 백화점 명품관에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둥지를 틀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7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명품관) 6층에 초대형 규모의 나이키 매장(나이키 명동)을 열었다. 백화점 스포츠관에 있었던 나이키 매장을 옮겨왔는데, 점포 크기가 기존보다 7.5배 넓은 1123㎡(약 340평)에 이른다. 제품도 다양하다. 

여성ㆍ키즈 제품을 강화한 전용존(zone)을 만들고, 친환경 제품인 ‘리바이벌 컬렉션’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측은 “나이키의 모든 제품 라인을 판매하는 매장이다”면서 “‘퓨처 스토어’를 콘셉트로 디지털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나이키의 고객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뿐만이 아니다. 다른 백화점도 경쟁적으로 초대형 나이키 매장을 개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8월 28일 대구점에 1480㎡(약 447평) 규모의 ‘나이키 스포츠 플러스 스토어’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백화점에 입점한 나이키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라면서 “러닝ㆍ트레이닝ㆍ농구ㆍ풋볼ㆍ키즈 등 나이키의 다양한 상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한화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 4월 대전 타임월드점에 ‘나이키 메가 스토어’를 열었다. 기존 나이키 매장 대비 2배가량 규모를 넓히고, 상품 수도 30%가량 확충했다. 

■MZ세대를 잡아라 = 그렇다면 백화점들이 초대형 나이키 매장을 유치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얼ㆍ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나이키 매장을 강화해 이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백화점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를 MZ세대를 통해 돌려놓겠다는 계산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 3사(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의 매출액은 매년 급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올해 상반기 백화점 3사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2% 감소했다. 대형마트(-5.6%),기업형슈퍼마켓(SSM -4.0%) 등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해도 큰 감소폭이다. 

고꾸라진 백화점 매출 

이른바 ‘나이키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나이키 명동’ 개점 이후 같은 자리에 있던 기존 매장 대비 매출액이 300%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나이키 방문 고객이 다른 브랜드 매장으로 유입되는 부수적 효과가 나타날 공산도 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나이키 매장이 명품관(에비뉴엘)과 백화점이 연결되는 통로 층에 있다”면서 “나이키 방문 고객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백화점과 연계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대형화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브랜드가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오프라인 매장을 대형화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브랜드가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니즈의 공통분모 = 백화점들이 나이키 매장을 유치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백화점과 나이키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나이키는 최근 수년간 온라인 공식홈페이지를 강화하는 한편 온ㆍ오프라인 채널을 연계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매장의 대형화는 그 전략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는 일찌감치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 대응해 왔다”면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대형화하는 등 옴니채널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나이키 명동에서 ‘이지리턴’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건 이런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지리턴 서비스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구매ㆍ예약한 상품을 매장에서 픽업하거나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품하는 서비스다. 결국 옴니채널을 추구하는 나이키와 MZ세대를 잡으려는 백화점 업계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나이키의 브랜드 파워가 콧대 높은 백화점이 탐낼 만큼 강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이키 운동화’의 가치를 ‘명품 가방’ 못지않게 생각하는 MZ세대는 숱하다. ‘스니커테크(sneaker tech)’란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그동안 샤넬 제품을 구입했다가 추후에 더 비싼 값에 되파는 ‘샤테크(샤넬+재테크)’가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 수년간 나이키 등의 스니커즈(신발)를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가 MZ세대 사이에서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소량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에어 조던 시리즈’가 리셀(re-sell) 시장에서 대박을 친 건 대표적 사례다. [※참고: 에어 조던 시리즈는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가 함께 개발한 제품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조던6 트래비스 스콧’의 경우 600여명에게만 30만9000원에 한정 판매됐는데, 리셀 시장에서 180만원 안팎에 거래됐다.

나이키 브랜드 파워를 엿볼 수 있는 예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나이키에 콜라보레이션을 요청하는 명품브랜드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엔 크리스찬 디올이 나이키와 협업한 운동화 ‘나이키X디올 에어조던1’이 2000달러(약 240만원)에 출시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이키는 그동안 한정판 제품을 꾸준히 선보여 마니아층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 리셀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나이키 스니커즈에 손을 뻗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값(리셀)은 더 오르고 있다. 나이키는 이제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견주는 브랜드가 됐을지 모른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