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지원정책 갑론을박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지원 대상과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누군 주고 누군 주지 않느냐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는 생각보다 예민한 문제다. 학자 간 의견도 크게 엇갈렸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이 겪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하루 50명 내외를 유지했던 확진자는 8월 15일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8월 20일 하루에만 300명 선을 넘어섰고, 8월 27일 신규 확진자는 441명을 기록했다. 3월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8월 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돌입했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서울시는 이보다 앞선 8월 19일부터 클럽·노래연습장·뷔페·PC방·유흥주점 등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12종의 영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시장에선 확진자 증가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경제다. 사실상 봉쇄를 의미하는 ‘3단계’를 시행할 경우 경제가 위축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3단계 거리두기를 2주간 수도권에서 시행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소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시행기간이 한달로 길어지면 연간 0.4%포인트 떨어지고, 전국으로 확대하면 0.8%포인트 이상 꺾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소상공인과 일용직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업무 특성상 코로나19가 확산하면 경제활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서다. 소상공인 지원정책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소상공인연합회는 8월 25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급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부장은 “소상공인의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월 매출과 상관없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정책 중 효과가 있었던 정책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지급했던 긴급경영안정자금”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처럼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 정책을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지원대상과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다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했다. 우선 금전 지원을 반대하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재정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어려워 보인다”며 “금전 지원의 효과가 큰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어려움은 알지만 국가에서 자영업을 하라고 권한 건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들어선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도 “지금은 지원보다 방역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했다. 일시적인 효과를 노리기보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이란 거다. 실제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소상공인·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기준선=100)를 살펴보면 4월 73.8이었던 지수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 88.3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6월 82.6으로 하락세를 타더니 7월엔 68.1로 떨어졌다. 5월 109.2로 치솟았던 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는 6월 79. 2를 기록한 후 7월엔 55.7로 하락했다.

김상봉 교수는 “지원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고, 지금은 3차 추경을 짜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건 일정상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하느냐의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며 “올해는 가용할 수 있는 추경을 모두 사용했다”고 말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처럼 대규모 지원책이 어렵다면 선별적 지원책은 어떨까. 이 부분에서도 학자 간 의견차가 컸다. 신세돈 숙명여대(경제학) 명예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엔 찬성한다. 하지만 지급 방식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문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민에게 지급됐다는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원칙은 피해를 입은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잘 사느냐 못 사느냐를 따질 필요 없이 피해 규모에 맞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맞다. 소상공인은 매출 감소분의 일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반짝효과에 그친 재난지원금


반면 영세 소상공인과 일용직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매출 감소분이 아닌 대상에 집중하자는 거다. 소득이 적을수록 코로나19의 충격을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을 살펴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줄어들었지만 소득 5분위(상위 20%)의 감소폭은 4.0%에 그쳤다. 임시·일용직이 많은 저소득층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정책 지원이 특수 고용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코로나19 피해가 큰 업종의 소상공인에게 집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 역시 “어떤 지원책이든 그건 생존 문제를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게 먼저 돌아가야 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이런저런 선별 기준을 만들기 시작하면 지원이 늦어져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영업 중심의 취약업종과 직종을 중심으로 구분해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은 소비확대와 같은 경기부양이 아닌 구제정책이 필요할 때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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