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문제 해소됐나

아파트 청약 당첨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싼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광고는 여전히 숱하다. 대부분 지역주택조합으로 진행되는 아파트다. 그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사업 지연이나 조합 내부 부정으로 사업이 멈추는 경우가 많아 평가가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 초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규정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빈틈은 남아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해소되지 않은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지역주택조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사진=뉴시스]
지역주택조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사진=뉴시스]

‘모델하우스→분양 종료→내부 리모델링→새 모델하우스’. 모델하우스의 일반적 프로세스다. 이런 과정은 보통 1년을 넘기지 않는다.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분양이 끝나버리니 모델하우스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수년째 같은 자리에서 이름조차 바뀌지 않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 지역주택조합의 모델하우스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홍보관’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목적은 이름 그대로 홍보다. 조합원을 모으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홍보하는 모델하우스 역시 지역주택조합과 연관이 있을 확률이 높다. [※참고 : 일반 분양 아파트도 비인기 지역이라면 장기간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역주택조합은 뭘까.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위해 1977년 탄생한 제도다. 가입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사업지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지만 지역주택조합은 다르다. 지역(서울, 인천ㆍ경기 혹은 세종ㆍ대전ㆍ충북 등)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면 누구나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언뜻 저렴한 가격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향한 시선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사업 속도가 느려 분담금 위험이 큰 데다 운영진을 신뢰할 수 없어서다. 

지역주택조합을 향한 불신은 사업 과정에서 싹텄다. 조합원모집신고→조합설립인가→사업계획승인→사용검사 순으로 이어지는 사업 방식 자체는 기존 재정비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중요한 사실(탈퇴ㆍ환급조건, 회계정보 등)을 조합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토지 확보가 불안한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결국 국회는 끊임없이 나오는 지역주택조합의 문제를 막기 위해 2020년 1월 9일 주택법 개정안(시행 7월 9일)을 통과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단계별로 강화된 사업 요건이다.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할 때는 사업주택대지의 50% 이상 사용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사용권뿐만이 아니라 소유도 의무화했다. 조합원을 모은 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전체 사업 부지의 15% 이상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 그전에는 80% 규모의 토지사용권한만 있으면 가능했다. 

분기별로 사업 실적보고서를 조합원에게 발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조합원의 자격기준과 분담금 등 각종 비용, 토지확보 현황, 탈퇴와 환급 절차도 필수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조합을 규제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무엇보다 조합 임원은 이른바 ‘업자’처럼 다른 조합의 임원을 동시에 맡아선 안 된다. 자금 운용도 조합 내부에서 하는 게 아니라 신탁사에 맡겨야 한다. 늘어지는 사업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조합원 모집인가 후 2년간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조합설립인가를 받더라도 사업계획승인을 3년간 얻지 못한다면 총회를 통해 조합을 해산할 수 있다. 모두 지역주택조합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다.

그렇다면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이제 안전해진 걸까. 문제가 됐던 토지 사용권을 보자. 지금까지 지역주택조합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아직 조합원이 아닌 사람에게 홍보할 때 ‘확보되지 않은 토지를 확보된 것처럼’ 속이는 문제가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런 허점은 조합원 모집시 주택 사용권 확보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여되면서 해결됐다. 하지만 다른 주택조합 사업과 마찬가지로 사업 지연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매도청구소송을 통해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정 등이 남아 있어서다. 

사업이 지연된다면 조합을 해산하고 그동안 투입됐던 금액을 다시 돌려받으면 되지 않을까. 이 단계에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총회 의결이다. 대통령령에 따르면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다면 조합 해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완전히 정해진 기준은 아니다. 조합 규약에 따라 의결 기준을 다르게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합 규약에 따라 의결 비중이 달라 원하지 않는 사업에서 빠지지도 못하고 조합에 남아있는 지역주택조합원들은 여전히 숱하다.


가장 큰 걸림돌인 자금 회수도 쉽지 않다. 주택법 개정으로 가입비 반환이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조합 가입 후에 한달 내에 가입을 철회하면 가입비를 돌려받을 수 있어서다.[※ 참고 : 개정 주택법 중 이 조항은 12월부터 적용된다.] 

그럼 분담금도 마찬가지일까. 아리송하다. 개정 주택법에 따르면 조합원이 가입을 신청한 날 ‘가입비 등’으로 낸 금액은 예치기관에 맡겨져 이른 시일 내에 반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면서 추가로 낸 분담금은 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완된 부분들이 있지만 지역주택조합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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