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대학생 31명의 제언

요즘 청년은 ‘취약계층’ 취급을 받는다. 교육부터 취업ㆍ결혼ㆍ주거ㆍ출산ㆍ육아 등 어느 분야에서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청년이 미래’라던 기성세대가 일찍이 풀었어야 할 현안이었는데도 해결된 문제가 없다. 그래서 청년들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작은 동네, 좁은 골목을 들여다봤을 뿐인데도 엿보이는 사회문제가 숱했다. 가톨릭대 학생들이 제안하는 흥미로운 난제풀이법을 하나씩 살펴보자. 더스쿠프(The SCOOP)-가톨릭대 공동기획, 첫장을 열었다. 

척박한 현실에 놓여있는 청년도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척박한 현실에 놓여있는 청년도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청년일자리, 청년주택, 청년창업, 청년수당…. 우리 사회는 청년을 참 애지중지한다. 선거철만 되면 더 그렇다. 금배지를 원하는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청년이 미래다’란 멘트를 마구 날린다. 그땐 툭하면 날을 세우는 진영논리도 없다. 

하지만 ‘청년’이 앞에 달린 구호들은 언제나 공염불에 그쳤다. ‘물갈이’를 하겠다며 여야 가릴 것 없이 청년 정치인에게 공천 우대 혜택을 줬던 4ㆍ15 총선 결과를 보자. 21대 국회의 평균 나이는 54.9세다. 55.5세로 역대 최고령의 기록을 세웠던 20대 국회에서 0.6세가량 젊어지는 데 그쳤다. 20대ㆍ30대 의원은 합쳐서 13명, 전체의 4.3%에 불과했다. 

어디 이뿐이랴. 일자리 창출을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운 정부의 청년실업 문제는 갈수록 태산이다. 올해 7월 15~29세 청년실업률은 9.7%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6월엔 두달 연속 10%를 넘었다. ‘청년이 행복한 나라’를 표방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란 얘기다. 이런 간극은 도처에 널려있다. 이유가 뭘까. 

김승균 가톨릭대 사회혁신센터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정책 입안자들이 기성세대다보니 시스템도 그들의 시선으로 짰다. 아무리 이들이 청년을 대표하고 청년의 삶을 들여다본다 한들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그 세대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 이들의 고민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방법은 하나다. 청년들이 직접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 3월 가톨릭대에서 진행된 수업은 흥미롭다. ‘사회혁신 캡스톤 디자인:소셜리빙랩’이란 과목명도, 수업방식도 독특했다. 강의실에 앉아 교과서로 이론교육을 받는 게 아니었다. 골목을 누비며 지역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직접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유도했다. 학생들이 정책 시혜의 대상에서, 직접 정책을 선택하고 설계하는 주체로 거듭난 셈이다. 이들의 상상력은 기발했다. 

청년과 현실의 간극

부천시 소사동 골목에서 미흡한 재활용 관리 실태를 목격한 ‘더블사이클팀(김동한ㆍ조소연 학생)’은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을 제시했다. 프리사이클링은 ‘미리’를 뜻하는 ‘Pre’와 재활용을 의미하는 ‘Recycling’을 합친 말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ㆍ포장재의 양이 어마어마하니, 애초에 이런 제품을 만들지 말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더블사이클팀은 국내에선 생소한 이 운동을 적극 전파했다. 동네 카페 3곳에 친환경 빨대를 제공하고 캠페인 협약을 맺었다. 프리사이클링 캠페인을 홍보할 ‘서포터즈’를 모집해 이들에게 일일 미션을 주면서 캠페인 취지를 공유했다. 

‘스테이케이션팀(성원형ㆍ권우영ㆍ신주현ㆍ정성훈 학생)’은 이웃도 원수로 만드는 공동주택의 갈등 문제를 들여다봤다. 갈등의 원인을 ‘소통 부재’로 파악하고, 우수 커뮤니티 구축 사례를 유형화해 해법으로 제시했다.

‘유후팀(정영훈ㆍ이성민ㆍ염나경ㆍ장성민 학생)’은 고가도로 밑 유휴부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어두침침하게 슬럼화한 공간에 작업실ㆍ플리마켓 등이 열리는 청년예술복합공간을 디자인했다. ‘예민팀(임희연ㆍ김하늘ㆍ이영현ㆍ강영모ㆍ이유진 학생)’은 지역 예술가와 학생들을 매칭하는 ‘멘토링 시스템’을 구상했다. 현직 작가와 학생을 연결해 프로토타입의 웹툰을 제작하기도 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초등학생 돌봄 프로그램의 척발한 현실을 파악한 ‘봄비팀(김경호ㆍ권우제ㆍ신희선ㆍ이준학 학생)’은 기관~초등학교~대학교가 연계하는 ‘협업의 묘수’를 제안했다. 지금도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돌봄교육 보조로 활동하는 대학생은 많다. 이 팀이 제안한 ‘봄비 프로젝트’는 대학생이 직접 교육 콘텐트를 제작ㆍ시행하는 주체로 나선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이밖에도 지역예술문화를 20대와 함께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문화도시팀(박현우ㆍ정수연ㆍ정초빈ㆍ하누리 학생)’, 독거노인 삶의 질이 하락하는 사회 문제를 우려한 ‘사회적거리열기팀(이원섭ㆍ송동현ㆍ최재원 학생)’,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노인 일자리와 연결한 ‘늘봄팀(방선혜ㆍ박효진ㆍ임지수ㆍ차훈ㆍ현수미 학생)’ 등이 참신한 시각과 대안을 제시했다. 부천시,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부천문화재단 등의 공공기관이 학생들의 활동을 직접 도왔다. 

김승균 센터장은 “현장에서 문제를 직접 마주한 학생들은 일반 강의실 수업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코로나19 우려에도 치열하게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주역이 청년들임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은 문제가 아닌 주역

많은 기성세대가 ‘청년의 혁신성’에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문제는 청년이 아니다. 혁신의 발목을 잡는 건 주류로 자리 잡은 이들이 남긴 나쁜 유산들이다. 기성세대가 만든 제도는 완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삐걱거리기 일쑤다.

가톨릭대 학생들이 ‘사회 문제’로 지적한 이슈들도 대부분은 기성세대의 성장과 개발논리가 만든 후유증이었다. 그렇기에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많다. 경계와 위계를 허무는 이들의 아이디어가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궤도로 사회를 바꿔야 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다. 

자, 이제부터 청년의 시선으로 해석한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할 새로운 규칙에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자. 고리타분한 시선으론 풀 수 없던 난제를 풀 열쇠를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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