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큐레이션 왜 뜰까

사무실에 스낵바를 설치하고 먹거리를 진열해준다. 직원들은 ‘산타클로스가 다녀간 것 같다’며 흥미롭게 반응한다.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다. 직원 복지를 위해 ‘간식’을 제공하는 기업이 부쩍 늘어났다. 그중엔 코로나19 국면에서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를 못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간식 큐레이션이 뜨는 이유를 취재했다. 

간식 큐레이션 시장이 주목받자 제과·유통업계도 스낵바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은 스낵 24의 간식 큐레이션 모습. [사진=스낵24 제공]
간식 큐레이션 시장이 주목받자 제과·유통업계도 스낵바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은 스낵 24의 간식 큐레이션 모습. [사진=스낵24 제공]

스낵바 콘셉트의 간식세트. 제과업계와 유통업계가 올해 들어 잇달아 선보인 ‘신新 아이템’이다. 오리온은 5월 ‘간식이 필요해 3종’을, 롯데제과는 7월 ‘간식 자판기’를, BGF 리테일의 편의점 CU는 8월 ‘미니 스낵바’를 출시했다. 흥미롭게도 스낵바 간식세트의 타깃은 어린이가 아니다. 직장인 혹은 1인 가구다. 그 때문인지 패키지가 편의점 과자 매대나 회사 탕비실의 간식 상자를 연상시킨다. 온라인이나 앱으로만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업체들이 간식세트를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자 독특한 기획상품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올해 제과업체의 온라인 매출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보다 늘었다. 롯데제과는 이커머스 프로모션을 펼친 효과로 6월까지의 온라인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오리온의 온라인 매출도 같은 기간 92% 늘었다.

둘째 이유는 제품을 필요한 곳으로 바로 배송할 수 있어서다. 오리온 관계자는 “사무실이나 가정뿐만 아니라 캠핑장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도 많다”며 “부피가 큰 과자상자를 옮길 필요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과·유통업계가 ‘스낵바’ 콘셉트를 밀어붙인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원하는 장소에 스낵바를 만들어주는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가 때아닌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간식 큐레이션이란 사무실에 간식바나 냉장고를 설치하고 선별한 간식을 주기적으로 배송·진열해주는 서비스다. 대표적인 업체는 스낵포, 스낵24, 오피스스내킹 3곳이다. 고객사의 요구사항과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제공한다. 이들 업체를 통하면 정가 대비 5~30%가량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 직접 납품을 받는 방식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한 결과다. 

제과업체가 출시한 스낵바 콘셉트의 간식 세트. 상단은 오리온의 간식이 필요해, 하단은 롯데제과의 간식 자판기. [사진=각 사 제공]
제과업체가 출시한 스낵바 콘셉트의 간식 세트. 상단은 오리온의 간식이 필요해, 하단은 롯데제과의 간식 자판기. [사진=각 사 제공]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의 시작은 2014년 설립된 미국의 ‘스낵네이션(Snacknation)’이다. 건강에 좋은 간식 5000여종을 랜덤으로 담은 박스를 고객사에 배송한다. 애플·아마존·나이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스낵네이션의 고객사다. 국내 간식 큐레이션 업체들은 스낵네이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신선식품과 진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간식 찾는 직장인들


저마다의 강점도 뚜렷하다. 스낵포는 1만개 이상의 방대한 상품군을 바탕으로 간식 전문 큐레이터가 고객이 원하는 맛·용도·예산에 따라 구성한다. 고객사의 재구매율은 97%에 달한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단 얘기다. 이웅희 스낵포 대표는 “과거 회사를 다닐 때 간식 준비가 불편했던 경험을 떠올려 창업했다”며 “기업 외에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낵24는 국내에서 간식 진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업체다. 그래서인지 고객사(700개 이상)도, 매출도 1위다. 스낵24의 핵심은 ‘회사 복지’다. 간식 외에 조식·생일·기기렌털·청소·사무용품 등 다채로운 사무실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대현 스낵24 이사는 “국내 기업들은 간식 배송보단 (간식) 진열 서비스의 니즈가 더 컸다”며 “매니저가 방문하는 날이면 ‘마치 산타클로스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오피스스내킹은 직접 조리한 식품과 커피가 강점이다. 오피스스내킹을 운영하는 ㈜어반포레스트는 2015년 사무실 전용 원두커피머신 렌털 서비스 ‘커피림’으로 시작했다. 2018년 간식 큐레이션·배송 서비스인 오피스스내킹을 론칭하고, 지난해부터 직접 운영하는 쿠킹 스튜디오를 통해 요일마다 다른 신선조리식품을 제공하고 있다.

간식 큐레이션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MZ세대의 트렌드’와 연관돼 있다. 무엇보다 사내 복지를 중시하는 MZ세대가 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취업준비생이 기업 지원 시 급여(29.4%)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이 복지(24.6%)라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잡플래닛, 3월 기준). 김대현 이사는 “구직 시장에서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만큼 복지를 강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기업은 배정된 예산으로 편리하게 간식 복지를 제공할 수 있으니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사내 복지 중시하는 트렌드에 ‘쑥’ 

코로나19의 반사효과도 있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려운 기업 가운데 간식 큐레이션을 신청하는 곳이 부쩍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웅희 대표는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었지만 타격은 별로 없었다”며 “재택근무하는 업체 중 간식을 직원의 집으로 직접 보내주는 회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갈길은 아직 멀다. 시장 규모가 아직은 크지 않다. 국내 업체 중 의미 있는 고객을 확보한 업체가 3곳에 그치는 건 이를 방증한다. 벌써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업체도 있다. “가정용 서비스를 확대하지 않으면 간식 큐레이션을 활성화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간식 큐레이션 업계 관계자는 “간식의 종류는 다양해지는데 다 맛볼 수 없으니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만, 개인을 위한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몰이에 성공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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